치킨 머핀

아침에 애들 보내고 글쓴답시고 스벅에 앉아서 크리스마스 메뉴 레드벨벳 라떼와 레드벨벳 머핀을 시켰는데 (아침 죽이랑 피자 먹었는데..) 괜히 또 이북 사고 북클럽 책 다운 받고 오지도 않은 카톡이랑 메일 한번씩 들어가보다보니,


글은 한자도 못 쓰고 (솔직히 글도 왜 쓰려 하는건지 모르겠다. 외로워서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나 죽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다 라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 표현을 하고 싶은건지) 아이 도시락 만들 시간이 되어서 급히 남긴 머핀을 다 먹고 가려고 하는데 먹다가 흠칫 했다.


포크가 거추장스러웠던 나는(포크로 머핀 종이에 붙은 것까지 깔끔하게 먹기가 어렵다) 포크를 이용하지 않고 머핀을 들고 머핀 종이에 붙은 촉촉한 머핀 부스러기를 이빨로 긁어서(!) 치킨 뜯어먹듯이 양손으로 머핀을 다 뜯어(?)먹고 그 깨끗한 머핀 종이를 봤을 때 흠칫 했다.


‘나 이러고 먹고 있었던 거야.....여긴 치킨집이 아니잖아.. 맥주가 아니라 커피인데...’


머핀을 뜯는(?)순간엔 정말 몰랐다. 내가 포크를 이용하지 않은 것을. 그 정도로 사람들 의식을 안 한 것을. 처음엔 흠칫->(사람들을 인식 후)민망->뭔가 알 수 없는 통쾌함과 뿌듯함이 (왠지 입꼬리를 남들 모르게 올리고 싶은) 느껴졌다.


나 이제 사람들 의식을 별로 안 하는구나......!!


요즘 밥 먹을 때 상상한다. 나는 한마리의 개고(개띠기도 하다) 나는 지금 그릇에 듬뿍 담긴 사료를 먹고 있다. 개는 사료를 먹으면서 다른 생각(요즘 좀 몸이 무거운데 조금만 먹을까 라던지)따윈 하지않을 것이고 그냥 주어진 사료를 먹을 수 있는만큼 우걱우걱 먹을 것이다.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맛있네 라던지 이 맛을 혀로 느껴야지 라던지 굳이 심하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난 한마리의 동물이고 나에게 주어진 것을 우걱우걱 성실히 먹으면 되는 것이다. 모든 순간을 다 느끼고 즐겨야 한다는 강박도 피곤하다.


남편과 부부관계를 가질 때도 요즘은 예전보다는 전투적이다. (ㅎㅎ) 굳이 느끼는 척(!)하지도 않고 또 예전에 비해 너무 수동적이지도 않는 것 같다. 예전엔 남편이 나를 밝히는 여자로 볼까봐 그 부분을 많이 신경썼던 것 같다.(그리고 신혼 초기에 실제로 남편이 나에게 ”너무 많이 요구하지마..“라고 얘기한 적도 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막 느끼는 척 (내 목소리를 신경써가며 더 소리를(야릇한)의도적으로 낸다던가)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동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나 몰라라 대주고만(??)있지도 않고 ‘적당’해진 듯 싶다.


이건 내 의무도 아니고 권리도 아니니 (법적 부부관계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면서 의무이자 권리일 수 없는 아주 사적인 것이니) 내가 어떤 압박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묘사하면 남편한테 미안한 말일지 모르지만 개가 사료를 우걱우걱 먹듯이 우걱우걱 성실히 한다. 배고플 땐 좀 더 전투적으로 먹듯이 가끔은 좀 더 전투적인 마음가짐이 된다.


인생을 전투적으로 살 필요는 없지만 내가 배가 고프면 전투적으로 살기도 하고 내가 배가 부르면 또 그냥 우걱우걱 조금씩 성실히 별생각 없이 먹으면 된다.


주위에서 아무리 꾸사리(?)를 줘도 ”넌 밥만 축낸다“ 라던지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 던지 해도 우리는 나에게 주어진 사료를 오늘도 우걱우걱 성실히 먹으면 내 할일을 한 것이다.


그들은 내가 전투적으로 살길 바랄지 몰라도, 그건 그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배가 고픈지, 부른지에 따라 나의 인생 태도는 이렇게 되기도 저렇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외로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수록 더 심해지는 허무함이라던지 우리가 피하는, 깊이 겪고 싶지 않은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를 배고프게 만들어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주기도 한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사료가 아무리 건조해도 그건 내 것이다. 우걱우걱 ‘성실히’ 먹고 꼭 그 자리에 계속 존재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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