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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스포어 megaspore Dec 09. 2022

사놓으면 먹게 된다

요즘은 정말 쓸 말이 없다. 마음 속에 맺힌 것도 없고 그렇다고 막 외로워서 어떻게서든 소통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고민도 많이 없고 예전만큼 글이 나의 친구 역할을 해주지는 않는다. (이 친구 말고 다른 친구가 생긴 것이다..)한마디로 살만한 것이다..^^


글 말고도 이것저것 나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이 많은 것이다. 행복해졌으니 너무 좋은 일이긴 한데 글을 계속 쓰는 작가로 살고 싶었는데 이제 내 마음을 깨끗히 비운 것처럼 소재가 너무 순백의 신부같다. 하고 싶은 말도 없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할 만한 것도 없고 (솔직히 나도 모르겠고)..


그냥 교훈 따위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기승전결로 쓰다가 마지막엔 이렇게 살자는 둥) 진짜 내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솔직하게 나열해볼까?


지금은 홍콩에 있지만 작년엔 한국에 있었는데 그때 코로나도 있었고 나름 힘들수도 있었던 시기인데 그때 주말 빼곤 매일 했던 운동이 나를 좀 더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여자 피티 샘도 있었지만 (머리를 뒤로 쫑 묶고 배낭을 매고 다니시는데 그 모습이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예뻤던) 그래도 역시 남자샘과의 운동이 나를 으쌰으쌰 하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나이는 열살 연하인데 이상하게 신랑한테는 그렇게 할말이 없는데 연하샘한테는 정말 궁금한 것도 많고 뭔가 내가 볼이 발그레하게 눈도 반짝반짝해지고 발랄한 소녀로 변신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상하게 연하샘 앞에서는 내가 적절히 쌩얼인척 하면서 사실 비비 다 바르고 나와서 (자연스러운 척 하지만 사실 철저히 다른 사람의 기호에 맞게 꾸며진) 자신감 있는 사람처럼, 샘과 나의 대화는 자연스럽지만 적절하게 딱 화기애애한 경계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서로 상처 주지 않고 (상처 줄만큼 서로를 자세히 속속들이 알지도 못하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일상에 관심 갖고(관심 갖지 않으면 운동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넘 어색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니 억지스럽지 않게 장난도(선을 넘지 않는)치게 되고 그 샘 앞에서는 소극적인, 매력 없는 내가 아니라 발랄하면서도 또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고 인생에 대해 통찰도 있는 속깊은(ㅋㅋ)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가 날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가 훈남이어선지, 그의 젊음의 에너지를 내가 잡아먹었는지, 내 얘기를 나의 눈을 쳐다보고 경청해주어서 신나서 내 자존감이 마구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갔는지 그것도 아님 내가 선생님한테 돈주고 수업 듣는 입장이라 나름 내가 샘 앞에서는 ‘갑’의 입장이어서 그랬는지, 이 모든 조건이 다 나를 으쌰으쌰하게 만들었는지)


어쨌든 나에게 많은 것을 제공해주는 신랑한테는 시큰둥 하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삶의 활력을 얻었던 나를 보면... 바람직하진 않지만 나도 살아야 되니까 ㅎㅎㅎㅎ


근데 홍콩으로 오면서 연하샘의 인스타도 삭제해버리고, (이제 다시 한사람의 아내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까) 아내 역할 엄마 역할에 충실하려 하는데, 스물스물 떠오르는 생각이 샘 인스타를 다시 추가해서 샘의 포스팅을(샘의 얼굴과 그 미소를 깊은 눈을 선한 표정을) 보고 싶은 것이다.......


어쩌겠다는 것도 아니고(어쩌게 해주지도 않을거고)바람 피우는 것도 아니고 아예 다른 나라에 있고 그래봤자 운동 포스팅 올리시는건데 (개인운동 하시면 또 그의 전체샷을 보면서 옛추억도 떠올릴 수 있고) 이게 뭐 나쁘다고 ... 하는 마음인데, 왠지 찔리는 것이다.... 뭔가 비겁한 느낌이라 할까.....


암튼 그래서 이런 마음이 들때 만인의 연인 BTS 영상을 보면서 당당하게 (미남을, 나의 외간남자에 대한 관심을) 즐기고 있긴 한데...


사람이 한번 선을 넘으면 (포스팅 보면 또 더 다른 생각하게 되고) 자꾸 자꾸 뭔가 더 원하는게 사람 마음일 것 같아서 아예 그것을 차단해버리는게 나도 좋고 (더 추해지지 않는) 다 좋은 길인 것 같기는 하다.


지금은 연락 안 하는 친구이지만 예전엔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남편은 친구가 임신 했을 때 한국에 왔다 갔는데 (친구 남편은 중국인) 나중에 남편한테 다시 돌아가보니 집에 다른 여자팬티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가 집에 있을 때 실제로 남편의 여자친구가 친구에게 애를 빌미로 남자를 붙잡는 여자라는 말을 전화로 들었다고 한다.


내 생각에 한번 어떤 선을 넘어버리면, 모든지 그뒤론 망설임도 없어지고 더 쉬워지는 것 같다. 그게 나쁜 일일지라도 죄책감조차 줄어들 것이다.


그 샘의 인스타를 다시 추가할까 말까 하는 지금 이 순간 남편한테 카톡이 온 것은 우연이겠지...


간식을 먹지 않으려면 집에 간식을 사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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