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Mar 16. 2023

못난 것만 문제는 아니었어

사랑이 뭐지?


신랑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다가(나보다 나으니까)

이제는 “사랑”이란 말도 감히 떠올릴 수 있지 않나 싶다.


너의 나쁜 모습을 내가 알고, 나의 나쁜 모습을 너가 알고, 그럼에도 우리는 어찌된 일인지 서로를 붙잡고 있고,


너가 아니었으면 난 지금 어떻게 됐을까.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었어도 어떤 이유에서든 날 떠나지 않아줘서 고마워.


15년전쯤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그가 한 말

“너가 그 말 하고 가는데 네 뒷모습이 작아보이고 초라해보였어. 그래서 널 놓을 수 없더라.”


그래... 세상이 지금껏 어떻게든 날 받아준게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내가 사랑받을만해서도 아니고 그냥 나에게서 뭔가 말할 수 없지만 안타까움 안쓰러움 확실히 놓아줄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여기에 살아있다고 해도,


그래, 나의 못남도, 어설픔도, 순진한 척 하면서 사실은 별의별 어둡고 흉칙한 생각은 다 한다고 해도,


어쩌면 그 때문에 우리가 완벽하지 않아서, 너가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걸 너무 잘 알아서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 서로를 놓을 수 없었던 거 아닐까?


세상을 보는 관점과 나를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져야 하나.


너가 잘나서 내가 너를 놓지 못하는게 아니라는 것.


내가 못난 것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었던 걸.


난 늘 너를 밀어냈던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하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진짜 중요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