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신랑 외의 다른 사람하고 성관계를 맺는게 두렵다.


물론 맺어서도 안되는거지만..


사랑도 사랑이지만 두려움 때문에 신랑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큰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고 나는 그게 너무 두렵다. 상상으로는 자주 자주 다른 이와의 관계를 상상하지만 그것이 실제가 된다고 생각하면 많이 두렵다.


엄마에게서 들었다. 아빠와의 관계는 두려운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다른 사람과의 아름답고 존중 받는 성관계가 당연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나는 지금 존중 받고 있지만 이 사람이 아니면 나는 그렇게 존중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신랑이나 나나 이런 저런 문제가 아주 많지만, 내 생각에는 우리 부부가 성관계에서 오는 만족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이 정도의 관계를 갖지 못할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같이 있기를 결심하고 또 결심한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커서 사랑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없어지는게 두렵다.

어느날 이 사람이 아니어도 됐었다는, (충분히 대체 가능했다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봐 두렵다.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사실 별게 아니라고 느끼는 날이 올까봐 두렵다.


그럼 나는 두려움이 없어져서 더 행복해지는게 아니라 나를 이 땅에 겨우 겨우 붙잡아두고 있던 두려움에서 비롯한 책임감 등이 사라지면서 나는 이 세상에서 한없이 가벼운 존재가 되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 같다. 아무의 기억에도 남지 못한채. 누구의 소중한 존재도 되지 못한채.


나는 많은 것이 두렵다. 버려질까봐. 내가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릴까봐.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사실은 그러지 않아도 됐다는 것을 알아버릴까봐. 허무해질까봐. 이 세상에 남아있을 그 한가지 이유마저 사라질까봐.


사랑해서 같이 있는게 아니라도 괜찮다.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가 고귀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떠한 이유든 나를 이 세상에 붙들어줬으면. 내가 살기 싫다고 해도 빈말이라도 난 너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한명이 있었으면. 그 한명도 두려움 때문에 내가 필요한 것이라 해도.


봉준호 감독 새영화 <미키 17>에서

마샬 의원이 자살하려는 미키 18에게 하는 말:


“너도 두렵구나. 인간이라서 그렇지.

중요한 존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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