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적 글쓰기
내 요즘은 이렇다.
남편은 밤마다 휴대폰 붙들고
하루동안 쌓인 스트레스 푸느라
나보다 두 어시간 늦게 자고
또 늦게 일어난다. 오늘은 일 끝나고 어디 술자리가 있대.
밤 열 시가 다 되어서야 드디어 드디어
잠들어가는 첫째 애 머리칼 사이로 다섯 손가락 넣어 슥슥 넘겨주니 진득하고 송골 한 땀이 만져졌다.
이놈 이거 하루가 끝나는 게 아까워
자기 직전까지도 이불을 몸에 이리저리 감아가며
더 놀고 싶었겠지.
실없는 말 한마디라도 더 하며 엄마랑 한바탕 배꼽 잡고
웃고 싶었겠지.
옆에 자는 둘째애, 잔기지 떡 같은 볼에 행여 침독이라도 오를까 감히 얼굴에 뽀뽀도 안 한다.
머리카락 위로만 뽀뽀세례를 너다섯번 갈기다가
아고 더는 못 참겠다며 드디어 머리칼도 척척 쓰다듬고
심장 위로 손도 토닥토닥
기저귀 찬 엉덩이 마저 예쁘다 예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게 지독하게 쏟아붓는
이런 사랑이 나를 조금 슬프게 하기도 한다.
나는 나는 이런 사랑을
언제 받았나.
돌 지나서 친엄마가 두고 간 아기는
할머니 손 고모 손 잠깐 입양 갔던 큰집 손
누구누구 손을 거쳐 유치원을 가고
가방 메고 학교를 다녔나.
어린 나도 이런 바라짐 사랑을 받아봤을까.
나도 누군가한테서 이렇게
장맛비처럼 푹 젖도록 넘치는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자주 하는 생각이다.
새엄마라는 사람들은 어린 남매에게
뱀파이어처럼 냉랭했고
집도 가난해 새엄마 눈치 보는
아빠 민망한 낯이 뻔해
짐짝처럼 자랐던 나는 매일 했다.
저는 이게 필요해요.
저 이거 사야 해요.
저도 사랑받고 싶어요.
이런 말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 봐
쑤셔 넣고 다시 쑤셔 넣기를
풍요 속의 지금의 나,
집에 없는 게 없다.
안 가본 곳 안 먹어본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
그때의 허기와 씁쓸함이
문득 나를 잊었니 하며
얼굴을 디밀면 적잖이 당황한다.
미안한데 어른이 된 나는
밝고 당당하고 능력이 있고
재치가 있어. 자 한번 봐,
그래서 결혼도 잘하고 예쁜 아기들도
낳았어. 이제는 네가 찾아오면
내 입지가 좀 그래. 창피하다고.
사랑?
자는 얼굴에 여기저기 뽀뽀해 주고
5초 이상 10초 이상 어색함 없이
폭 좀 자주 안아달라고 하고 싶구나
너 그거, 그런 요구 나이 먹고 창피한 일이야 그러니
그거 잘 구겨서 다시 입속으로
넣어놓고 그 입 잘 싸 물고 있어.
애들 남긴 밥 흘린 밥 서서 먹고
남편 못 쉬면 병날까 좀 더 자게
안방 문 닫아주고
나만 맨 홀대하고 부려먹다
말수가 적어지고 얼굴에
근육이 풀린다.
사는 방식
바꿀 줄 모르고
체력이 슬슬 동나고
등허리 살도 쳐지니
이젠 진짜 늙기 시작하나 봐
더 늙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그간에 삼킨 것 좀
토해볼까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
좀 외로워요.
내 존재만으로 아깝다며 사랑해 주세요.
진짜 내 엄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