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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기 Jun 12. 2016

우리는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다.

한 명의 심리학자와 한 명의 광고인을 통해서

 근 한 달 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일주일에 한 개씩 쓰자'던 목표는 무참히 깨져버렸다. 그래도 다시 초심을 되새기며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UX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이번 글은 '창조', '창의력', '새로운 생각'과 관련된 얘기다. 최근 겪은 2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1. 실장님이 추천해준 책, 김정운 님의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

2. 우연히 회사에서 들은 '박웅현 님의 창의력 관련 강의'


 창조, 창의라는 유사한 주제에 대해

 한 분은 엄청 오랫동안 심리학을 공부 한 학자의 관점이고, 다른 한 분은 광고업계에서 쭉- 살아남아 성공한 직장인의 관점이다.

(관점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책을 많이 팔았다는 점이다...)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를 읽고
왜!
에디톨로지인가?
'에디톨로지'는 '편집학'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에디톨로지'는 그저 섞는 게 아니다. 그럴듯한 짜깁기도 아니다.『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설명이다.
 재미는 창조다!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 모든 창조적 행위는 유희이자 놀이다. 재미와 창조는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다. 이 같이 즐거운 창조의 구체적 방법론이 바로 '에디톨로지'다.

 책 표지 뒷부분에 적힌 문구다. 386페이지나 되는 책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저게 '전부'다. 다만 좀 더 상세하게 왜 '세상의 모든 것들이 편집되었으며,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실제로 어떤 것들이 편집되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에디톨로지를 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책이 너무 기니까 내 맘대로 이해한 대로 전달해보도록 하겠다.


1. 세상의 모든 것이 편집된 것일 수밖에 없는 이유


        "밑에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보았는가?

피아노 계단? 혹은 에스컬레이터? 벽에 붙은 파란색 1호선 띠? 혹은 계단 초입의 울퉁불퉁한 노란 바닥 타일? 사진 상단 중앙의 형광등은 보였나? 이외에도 이 사진엔 더 많은 물체들이 있지만 아마도 2~3개 혹은 1~2개의 사물만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었지만 대부분의 자극은 흘려 넘긴다. 이를 심리학에선 선택적 주의 selective attetion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이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인식은 불완전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 '피아노 계단'이 보이는가? 피아노 계단을 보인다면 이 또한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저 계단은 계단 전체에 흰 페인트칠을 하고, 중간중간 검은 페인트칠을 약간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피아노 계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피아노 건반'이라는 사전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몰랐다면 '피아노 건반 닮은 계단'을 알 수 있을까?

 인간은 자극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그렇게 선택된 자극(정보)조차 내가 아는 것들과 관련하여 처리한다.  이런 정보들을 또다시 연결 지어 지식이 만들어진다. 결국 자극으로부터 지식이 만들어지까지 일련의 과정이 어떤 객관적이고 통일된 과정이라기보단, 사람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맥락에 기초한 지극히 개인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내맘대로 도식화해봤음



2. 실제로 어떤 것들이 편집되었는가

 위의 주장을 수긍한다면, 인간이 만든 인공물은 모두 개인이 편집하여 만든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지 않은 자연물 또한 결국 편집된 것이다. 우리가 만들지 않았지만 자연물에 대해 우리가 직접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숲을 보호되어야 하고, 멸종위기의 동물을 지켜야 한다'는 '자연보호' 마인드도 현대에 이르러 생긴 마인드다. 원시사회에선 자연은 '공포와 신앙의 대상'이었다. 당시엔 자연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인간은 하늘에 기도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서양의 근대에 들어와서는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었다. 왜냐면 당시 서양인들은 객관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인간의 힘을 믿었다. 인간이 자연을 이해할 수 있으니,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김정운 님은 선원근법을 통해 이러한 서구의 관점을 논한다)

 책에선 더 밀도 높게 지식, 문화, 관점, 장소 등 다양한 대상들의 편집 가능성을 조망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믿던 '개인', '사회', '국가'라는 개념들도 오래되지 않은 개념이며, 많은 상식들이 서구적 관점에서 편집되어 수용되었다고 말한다. 상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보면 좋을 듯하다. 이분도 책은 팔아야 하니까...


3. 어떻게 에디톨로지 하는가

 저자는 '편집'하기 위해선 일단 편집할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넘쳐나는 자극들 중에서 유의미하게 생각되는 정보들을 자신의 기준대로 축적하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정보 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관련 없어 보이던 대상, 지식 사이에서 그럴싸한 관계로 '편집'하는 것이 에디톨로지이다. 계단과 피아노 건반을 편집하여 위의 '피아노 계단'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박웅현 님의 강연 : 창의력에 관하여

 박웅현 님의 강연은 회사 워크숍에서 듣게 되었다. '책은 도끼다'를 재밌게 봤던 터라 무슨 강연 인지도 모르고 그냥 신청했다. 당일날 가서 '창의력'에 관한 강연을 알았다. 각 잡고 들은 게 아니라서 모든 내용을 기록할 수는 없었지만 인상 깊은 부분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창의력은 발상이 아니다


"발상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발상은 사소한 일상을 다르게 보는데서 온다. 그리고 창의력은 아주 작은 발상을 어떻게 관리하고 실행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행하기 위해선 때론 대담하고 무모하며, 용기 있고 고집 있으며 실패할 수 도 있다."


 박웅현 님이 든 예시는 간장 게장이었다. 우리가 보는 간장게장과 안도현 시인이 보는 간장게장이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간장게장을 보고 '어떻게 먹을지' 생각하지만 안도현 시인은 '시'를 쓴다고 말이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간장 게장'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달라진다.

간장게장..넘나 맛있는 것
스며드는 것 - 안도현

 하지만 박웅현 님이 강연 내내 강조한 점은 '발상'보단 어떻게 이 발상을 '실현시켜 현실의 결과물로 만드느냐'였다. 대부분의 창의적 생각은 무수히 많은 반대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해서 만들어내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나도 저 생각했었는데!'라고 속 쓰릴 뿐이라고 말이다. 발상 이외의 창의력을 '오! 진짜 짧은 다큐'를 통해서 설명하였다.(강연장에서 6편 정도 본 것 같다....)


구상(발상)과 창조 사이의 그림자를 걷어내라

강연의 마지막 장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양한 장애물, 반대를 걷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시는 것 같았다.




 한 명의 학자는 다양한 학술적 담론을 통해서 '우리는 편집을 통해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한 명의 광고인은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 발상보단 무수한 반대를 뚫고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말한다.

 무수한 지식을 접한 학자이기에 그 지식들을 잘 편집하여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고,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창의적인(남들과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이 깨져봤기 때문에 '일을 실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말하는 창의성이 내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사소한 일상을 낯설게 보는 것이 아주 손에 잡히지 않는 어려운 일은 아니다.(다만 엄청 귀찮을듯하지만...) 그렇게 떠오른 창의적 발상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 또한 어렵지만 못할 일은 아니다. 우리한테 하늘을 날고 마술을 부리라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박웅현 님이 '회사라는 시스템에 속한 개인이 어떻게 창의적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번 글을 마친다.


김태호 PD, 나영석 PD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들도 각각 MBC와 KBS라는 조직, 시스템 안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시스템 내부의 수많은 반대를 뚫고 나온 거예요. 조금씩 힘을 길러서 결국 조직과 시스템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도록 말입니다. 시스템을 뚫고 나오느냐, 못하느냐 그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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