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존재로 증명하는 글쓰기
저작권이라는 게 뭘까. 누군가 내 글을 도용당해 본 적도 없고, 내가 한 말을 가지고 활용하는 사람도 아직 보지 못했다. 유명 작가가 아니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인지 사실 저작권에 대한 울림은 나에게 아직 약하다. 꼭 당해봐야만 아는 건 아니지만, 이 주제를 깊이 있게 느끼지 못하는 건 결국 경험 부족에서 오는 거리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저작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조하면서도, 그게 정말로 지켜져야만 의미가 생기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의심해본 적도 있다.
이 세상에 나온 글들은 결국 누군가가 먼저 했던 말들이다. 백 년 전, 오백 년 전의 말을 우리는 여전히 저작권이라는 이름 아래 지켜내고 있다. 글이라는 건, 그것을 말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탓일까. 아니면 그 말을 오래도록 써먹기 위해 그렇게 만든 법일까.
어쩌면 누군가는 나를 비난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아직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더 공부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저작권이 없다면,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 의해 비틀어지고, 엉뚱한 맥락으로 활용되면서, 결국 내가 담아낸 의미는 퇴색되거나 엉망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이 말이 혹시 누가 먼저 했던 말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인용하고, 출처를 달고, 문장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를. 그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단어들을 조합했을 뿐인데, 그게 내가 만든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먼저 말했다는 이유 하나로, 반드시 그 출처를 밝혀야만 한다는 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출처를 밝히는 순간, 내가 쓴 글의 완성도까지도 함께 깎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을 용납해야만 하는 이유를,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저작권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제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솔직히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고 있는 이 잔존 가치들이 때로는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그것들을 언제까지, 어디까지 지켜줘야만 하는 걸까. 결국 남는 건 그 질문뿐이다.
어떤 단어들을 조합해서 글을 쓰든, 결국 비슷한 문장이 나오는 건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이건 피하고, 저건 피하면서 억지로 방향을 틀다 보면, 과연 그 글의 퀄리티는 살아날 수 있을까. 출처를 밝히고, 인용을 덧붙이고, 각주를 단다는 이유로 글의 흐름이 끊기는 건 아닌지, 그런 형식들이 오히려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을까.
이제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어떤 단어 조합도, 어떤 문장도, 더는 순수하게 ‘나만의 것’이라 말하기 어려워졌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고, 저작권을 지키라는 말은 어쩌면 과거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문장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 글을 지키고 싶지만, 이제는 그것을 ‘법으로 지킨다’는 말이 아니라 ‘존재로 증명한다’는 방식으로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은, 사람이 쓴 문장과 기계가 다듬은 호흡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지금 시대의 가장 정직한 협업 중 하나다. 우리는 이제 법으로만 따질 수 없는 시대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저작권은, 이제부터 어디서 시작되어야 할까.
이제는 글 자체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그 글이 누구에게 가닿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팬과 구독자, 그리고 나의 글을 기억해주는 한 사람.
저작권은 이제 법이 아니라, 관계와 신뢰로 지켜지는 것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