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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졸업후기

나는 해냈다

by 대건

2025년 8월 27일, 마침내 방송대를 졸업했다. 그동안 나는 ‘방통대 1년 다닌 결과’, ‘2년 다닌 결과’와 같은 기록을 남기며 과정을 이어왔다. 공부 자체가 즐겁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졸업’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과제를 하든, 시험을 치르든, 동아리와 학과 모임에 나가든 결국 모든 활동의 끝에는 졸업이라는 결과가 따라붙었다. 왜 나는 그토록 졸업에 집착했을까. 아마도 예전에 이루지 못했던 학업이라는 숙제를 끝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 앞에서 나는 왜 이 길을 택했을까.


취업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던 걸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였을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이유가 다 맞는 것 같다. 나에게 졸업은 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결과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대에서 미완의 학업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끝내 해내지 못한다. 현실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주저앉고 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는 그 벽을 넘어섰다. 졸업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증서 한 장이 아니라, 내 삶의 긴 여정을 완주했다는 증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대학교 간판이 예전만큼 의미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세상은 학벌주의 위에 서 있고, 이제는 그것이 기본이 된 채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그마저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답은 어렵지 않다. 선택지가 줄어든다. 물론 처음부터 다른 길을 개척하는 이들은 특별한 사례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확률로 따지자면, 학위가 있는 편이 여전히 더 유리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성과는 나를 바꾼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긍지를 얻게 된다. 그 긍지를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방송대라도 4년제를 졸업했다는 사실은 분명한 무게를 가진다. 그건 단지 종이 한 장의 증명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스스로를 다잡고 완주했다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건 사회에서건, 학위가 말해주는 건 단순한 학문적 지식이 아니라 그 과정을 견뎌낸 끈기와 책임감이다. 나는 그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방송대의 졸업장은 내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대학원 진학을 꿈꿀 수도 있고, 다른 공부에 도전할 수도 있다. 혹은 단지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며, 배움의 과정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로 남는다. 4년 동안의 여정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이제 나는 더 큰 무대에서 스스로를 시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남들보다 시기가 늦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언제가 가장 적기였을까. 지금도 늦었다면, 대체 언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인가. 인생에 정해진 시계는 없다. 중요한 건 시기가 아니라, 끝내 해냈느냐 하는 결과와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얻었느냐다.


나는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의 졸업은 단지 한 줄 이력서에 적히는 문장이 아니라, 늦게라도 스스로에게 내린 확실한 답변이다. “너는 해낼 수 있다”라는.

방송대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학위 취득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오래된 약속을 지켜낸 과정이었다. 이제 그 약속은 현실이 되었고, 나는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약속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그러니 시기가 늦었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결국,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학업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공부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금전적 여유가 부족해서, 혹은 바쁜 일과 가정의 책임 때문에 멈춰 서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거나 부모를 돌보는 일이 앞설 때, 공부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난다. 결국 여러 가지 현실적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학업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공부란 무엇일까. 단순히 취업을 위한 도구일까? 아니면 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과정일까? 혹은 더 나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일까?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공부를 시작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도 공부다.


바로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너무 많다. 돈도, 시간도, 가족도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왜 그 모든 필요를 채우는 힘이 될 수 있는 공부는 쉽게 미뤄지는 걸까. 아마도 공부의 가치는 즉각적인 성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가장 오래 남는 자산이 공부였음을 깨닫게 된다.


공부는 재능 있는 사람이나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오랫동안 외면해왔다. 그러나 그 대가로 돌아온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기회 앞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순간도 많았다. 남들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문턱에서 나는 늘 더 큰 용기와 설명이 필요했다. 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존심이 꺾이기도 했고, 때로는 도전조차 하지 못한 채 물러서야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공부는 단순히 시험 점수를 높이거나, 새로운 지식을 쌓는 행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가장 확실한 기회이자,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였다. 늦었지만 다시 공부를 붙잡기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방송대에 진학한 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더는 후폭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비록 내가 공부한 학문을 완벽히 마스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내게 어울리는 공부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공부는 원래 어렵고, 때로는 하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데 진짜 의미가 있다.


공부란 결국 계단을 오르는 일과 같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가 아닌 이상, 누구나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있으며, 이번 졸업은 내가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른 증거다.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조금씩 더 전진해 나갈 것이다.


나는 해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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