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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살아가는 꿈, 브런치가 건네준 길”

by 대건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돈 생각이 먼저였다. 글을 쓰면 수익이 생길 수도 있겠다, 나도 글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보험 영업처럼 흔히 접하는 이야기들처럼 글쓰기도 내 삶을 바꿔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솔직히 그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책에서 배운 걸 정리하고 하루를 돌아보며 글로 옮기는 일이 조금씩 쌓이더니 어느새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어 있었다. 불평이나 원망으로 가득하던 마음은 글을 통해 서서히 줄어들었고, 대신 나를 돌아보는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글이 없던 날에는 허전할 정도였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이런 경험을 뒷받침해준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제임스 페니베이커(James Pennebaker) 교수는 수십 년간의 실험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고를 정리하며,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나 역시 브런치스토리에 일상을 기록하면서 불평과 원망을 줄이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다. 연구에서 말하는 효과가 내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가다 보니 또 다른 갈증이 생겼다. 책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읽고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방송대를 지원했다. 예전 같았으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또다시 휴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달라져 있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고,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글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고, 2025년 8월 경제학과 졸업장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낀 건 단순한 성취가 아니라 글과 공부가 함께 만든 삶의 전환이었다.


이 여정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밀리의 서재 기록을 보니 2020년에는 24권 40시간 40분, 2021년에는 47권 152시간 39분, 2022년에는 162권 575시간 7분, 2023년에는 89권 400시간 12분을 읽었다. 2024년에는 87권 248시간 55분, 2025년 현재까지 79권 340시간 20분을 기록했다. 합치면 총 426권, 1,757시간 54분이다. 여기에 브런치 발행 글 431편이 더해졌다. 이 모든 시간과 기록이 나의 글을 지탱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 과정은 생활 전반을 크게 달라지게 만들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동료에 대한 원망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던 내가, 이제는 스스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글을 쓰면서 ‘나는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 믿음은 인간관계를 달라지게 만들었다. 관계가 좋아지니 실적도 따라왔다.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글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꾸준히 읽고 쓰는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브런치스토리의 공로가 크다. 혼자였다면 지치고 멈췄을지도 모를 길을, 독자와 함께 걷는 경험이 나를 붙잡아주었고, 글쓰기를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바꾸어주었다. 처음에는 돈을 기대하며 시작했지만, 지금은 글이 내 삶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브런치는 내게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었다. 나를 흔들던 유혹을 버티게 했고, 삶의 무게를 견디게 했고, 결국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이제 나의 꿈은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꿈이야말로 브런치가 내게 건네준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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