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배송

by 대건

삼일절 대체휴일 다음 날. 하루를 쉬어 간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평소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많다는 수준이 아니라, 눈으로 봐도 두 배는 되어 보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법정동 명칭이 갑자기 변경되면서 주소지가 뒤섞인 물건들이 분류대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같은 지역인데 이름이 달라지니 순간적으로 헷갈린다. 분류를 하다 말고 주소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물건은 계속 밀려오는데 손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바빴다.


연신 물건을 들어 올리고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몇 번이나 같은 동작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팔에 미세한 경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티면서 근력이 꽤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쏟아지는 물량 앞에서는 그런 자부심도 별 의미가 없었다.


어찌어찌 분류를 마치고 물건을 차에 실었다. 차곡차곡 적재를 끝냈을 때는 이미 오늘 퇴근이 늦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눈에 보였다.


배송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은 쉽지 않은 하루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차에서 내려 움직이기 시작하니 이상하게도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늘 가던 아파트 단지, 익숙한 주차 자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 앞에 물건을 내려놓는 동작까지. 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고객과의 통화도 마찬가지였다.


“주소가 어디시죠?”
“그쪽은 오후 3시쯤 도착 예정입니다.”
“지금은 물건이 안쪽에 있어서 바로 빼드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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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주 생각하고 곱씹으면, 그것이 마음의 성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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