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빠져든다.
당근마켓으로 까까 사먹을 돈을 벌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꼽꼽쟁이라고 불렀다.
꼽꼽쟁이는 '구두쇠'의 전라도 방언이다.
어릴 때 가난하다 보니 그렇다. 못 산다가 아닌 가난하다는 표현이 더 걸맞다.
엄마는 그런 가난함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파출부 일을 하며 학교에 촌지를 주거나 잘사는 집 딸내미처럼 보이게 하려 예쁜 원피스를 사서 입혔다. 학교에서 이(lice)를 옮아오면 추운 겨울에 연탄보일러를 켤 여유가 없기에 찬물로 목욕샤워를 시키면서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서 혼내셨다.
정작 동화책이 없어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와 본드나 실로 엮어 주셨고 콜라나 주스같은 음료수는 구경해 본적이 없었다.
화장실과 욕실이 없는 단칸방에서 살았기에 문을 열어 놓으면 족제비나 길고양이들이 집 안의 장농 밑으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때였던 거 같다. 집주인의 딸이 너무도 얄미워 난 반드시 크면 돈을 많이 벌어야지라고 생각했던게.
그 뒤로 나는 꼽꼽쟁이가 되어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아니 돈을 쓰는 방법도 몰랐고 목적도 없었다.
단순히 돈을 모으려면 아껴야 한다 였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의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런데 그 본질은 어디 못 가나보다.
한 순간도 일을 아니 돈벌이를 놓지 않았던 나는 지금 백수가 되고 나니 그 본성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다.
육아의 허무함(?) 또는 아기를 재워놓고 나서 핸드폰으로 살펴보는 것은 육아용품이나 살림용품들이였고 이것들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결재했다 취소했다를 반복하면서 한 숨만 쉬고 있다.
아이템 하나가 필요하면 최저가 검색에 몇 시간 동안 혈안이 되어 있거나 별그램에서 삐까뻔쩍 생활하는 줌마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느낀다.
그나마 유일하게 공감하고 소통됨을 느끼는 플랫폼이 있다.
그것은 #중고거래 '당근마켓'이다.
그 안에서 #육아용품, 화장품, 잡화 등을 비슷한 동네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중고로 사고팔다 보면 그 사람들의 무리에 내가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당근마켓이 사업가치를 잘 잡은 거 같다.)
갑자기 우울의 벼락에 내리꽂히는 느낌을 추스리거나 '그래, 사람 사는게 다 이렇지. 내가 현명한거야.'라며 나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거나 지폐를 남편에게 흔들어 보이며 '오늘 만원 벌었지!!!'라며 진짜 추리하게 웃으며 말한다.
거의 매일 당근마켓에 출석하다보니 이제는 물건을 사면 포장박스를 버리지 않거나 (나중에 되팔기 위해) 사용할 때 생활기스가 나지 않도록 몸가짐이 엄청 조심스러워진다.
모든 물건들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소멸되고 전부 돈으로 보이는 황금만능주의 신봉자가 되어 있다. 바로 이때 소소한 물건들을 '#무료드림'을 한다.
그래야 내가 꼽꼽쟁이가 아닌 관대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니까.
글을 쓰다보니 나 참 위선적이다. 오늘 판매해서 번 돈으로 장이나 보러 가야겠다. 아! 아니다. 돈 보태서 아기 분유사야하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