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함께 떠난 유럽 여행기
5년 만에 간 아일랜드라 오래 있고 싶었지만, 엄마는 독일도 가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독일 베를린을 시작으로 드레스덴,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동하는 루트로 정했다. 독일은 동생이, 아일랜드는 내가 맡아 전체적인 일정을 짰다.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우산을 거의 펴지 않을 정도로 화창했고 구름이 참 예뻤다. 아일랜드로 떠날 날이 다가올수록 좋으면서도 걱정됐다.
나의 아일랜드는 매일 흐리고 비가 오는데 실망할까봐. 그렇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더블린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아일랜드에서 다른 유럽 나라를 여행할 때 참 많이 탔던 저가 항공사였다. 항공권이 저렴한 대신 좌석을 미리 지정하지 않으면 출발 2일 전이 되어야 무료 체크인이 가능하고, 보딩패스를 뽑아오지 않아도 추가 요금, 수화물 무게가 초과되어도 추가 요금.. 추가 요금으로 수익을 낸다고 할 정도로 악명 높은 회사였다. 그래서 이 항공기를 타면서 처음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 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미리 배정받은 좌석은 복도에서부터 동생, 나, 엄마 순이었다. 동생은 머리만 대면 잠드는 스타일이라 바로 잠들었고, 엄마는 창가를 바라보고 계시기에 엄마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감사하다고, 이렇게 함께 갈 수 있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6년 전, 인천공항보다 더 많이 다녀간 더블린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울컥했다. 내가 다시 더블린에 오다니. 이미 저녁 9시를 넘겨 도착해서 밖은 어둑어둑했지만 차창 너머로 보이는 더블린은 조명이 켜진 것 같았다. 홈스테이가 끝나고 몇 번의 뷰잉 끝에 얻어낸 첫 집을 지나, 모리셔스 가족과 함께 살았던 3층 다락방이 있던 나의 두 번째 집을 지나서 우리의 숙소가 있는 더블린 시내에 도착했다. 그리고 제발 내일 날씨가 맑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잠들었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쳤다. 맑았다. 그것도 맑게 파란 하늘이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게 아일랜드 날씨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를 해서 나갔다. 6년 만에 더블린의 상징인 스파이어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했던 풍경 중 하나인 하페니 브릿지 앞에 섰다. 이날 날씨만큼이나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좋았다.
저녁에는 아일랜드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가 추천해준 템블바의 한 펍을 갔다. 점심때 맛보지 못한 기네스와 함께 음식을 주문했다. 검붉은 사파이어 빛을 띠는 기네스 한 모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동생이 진짜 우냐며 놀렸다. 아일랜드에서 기네스를 즐기는 법은 총 네 가지. 병으로 마시거나 캔으로 마시거나 펍에서 드래프트로 마시거나, 마지막으로 기네스스토어하우스에서 마시는 방법이 있다. 이중 최고는 기네스스토어하우스에서 더블린 전경을 보며 마시는 드래프트 기네스다.
그런데 5년 만에 찾은 더블린 템블바에서 가족과 함께 마시는 기네스란, 가히 최고를 넘어선 것 같았다. 이날부터 매일 기네스를 마시면서 ‘최고’를 연신 외쳐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