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복제할 수 있다면 몇 명을 복제하고 무얼 하겠는가
동생과 한 침대를 쓴다. 뱃속에서부터 함께 했고, 어렸을 때부터 쭉 그렇게 해와서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이걸 말했을 때 보통의 일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동생과 한 방을 쓴다는 것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는데 한 침대를 쓴다는 대목에선 눈이 동그래질 만큼 신기한 일이 되었다.
어느 날 그 침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둘 다 누워서 동생 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이제 그만 자자”며 노래를 끄려던 참이었다. 폰에 손을 뻗어 재생을 멈추면서 몇 시쯤 됐나 하고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놀라 소리를 질러 버렸다.
“어?! 뭐야!”
폰 잠금화면이 그만(?) 내 얼굴로 풀려 버린 것이다. 동생의 폰은 비밀번호와 페이스 아이디(얼굴 인식)로 풀 수 있었는데 내 얼굴을 가져다 대자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무장해제되어 버렸다.
학창 시절 땐 똑같이 안경을 쓰고 비슷한 머리 스타일에 매일같이 교복을 입었으니 둘이 나란히 길을 지날 때면 우리와 지나치던 사람이 꼭 뒤를 돌아보고 수군대더랬다. 지금은 머리부터 복장뿐만 아니라 하는 일도 다른 탓에 얼핏 보면 자매나 친구로 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 얼굴로 동생 폰의 잠금화면이 풀려 버리다니. 과연 먼 훗날 사람을 쏙 빼닮은 복제인간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 인터뷰이: 친해지고 싶은 사람 혹은 최근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
- 질문: 만약 당신을 복제할 수 있다면 몇 명이나 복제할 것인가? 또 뭘 하겠는가?
최근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인 쌍둥이 동생에게 물었다.
“세 명. 공부하는 나, 친구 만나는 나, 출산한 친구 만나러 가는 나”
대답을 들으면서, 다시 되물었다. 응? 친구 만나러 간다고 지금 두 번 말했는데? 하고 말이다. 잘못 말했나 싶었는데 동생은 더 분명하게 다시 한번 말했다.
“응! 한 명은 친구 만나고, 다른 한 명은 출산한 친구 만나는 거야.”
왜인지 물었다.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보고 싶은 친구들이 많은데. 최근에 가장 친한 친구가 예쁜 아기를 낳아서 사진이 올 때마다 벌써 몸은 거기로 가있는 거 같거든. 그리고 사실, 이미 이 질문을 받기 전부터, 친구들한테 ‘몸이 세 개였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었어.”
이 인터뷰를 했던 당시 동생은 병설유치원을 가기 위해 임용을 준비했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서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동생은 공부를 시작하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 내내 집에서 몸 대신 두뇌 회전을 활발히 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아쉽게도 낙이었지만, 여전히 수십 명의 아이들을 책임지는 선생님이자 사랑받는 막내딸이자 많은 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다.
사실 몇 명을 복제하고 싶냐 물어보면서 “이미 있잖아, 너!” 같은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눈 앞에 당신의 폰 잠금화면쯤이야 거뜬하게 풀 수 있는 복제인간이 있는데 말이다.
복제인간이 나를 대체해주길 바라면서도, 내 폰 잠금화면을 슥- 하고 풀어 버리는 존재가 있다는 건 조금 섬뜩한 일이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나 하나로 버거울 땐 “내가 두 명 내지 세 명이면 좋겠다”라고 심심치 않게 이야기하지만 말이다. 몸이 세 개면 좋겠다고 말한 동생이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자기의 폰을 본인 쪽으로 더 당겨 가져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