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꿈은 미처 몰랐다

by ㅁㅇㅈ

우리 엄마는 모카를 좋아한다. 커피는 잠이 오질 않아서, 초콜릿은 너무 달다며 별로라고 하셨다. 모카가 에스프레소와 초콜릿을 섞어 만든 거니 엄마한테는 딱 적당히 달면서도 커피맛이 나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또 배우 감우성을 좋아하신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등장한 그를 보고서 세월의 풍파를 피하진 못했노라고 애통해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운동 신경이 좋다. 어릴 적 육상 대표이기도 했고, 볼링과 탁구에 이어 골프와 수영까지 모든 종목에서 엄마의 운동 신경은 도드라졌다. 이렇게 난 엄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 인터뷰이: 나와 함께 살아본 사람
- 질문: 열 살 무렵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지금은 무엇을 꿈꾸고 있나요?


나에게 ‘엄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아기 때부터 엄마만 찾아 쌍둥이 동생은 늘 아빠나 외할머니 차지였고, 초등학교 운동회 때도 '엄마와 함께 달리기'에서 엄마는 꼭 내 차지였다. 대학교 졸업 학기를 앞두고서 유학을 다녀와 1년 떨어져 산 거 말고는 엄마는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꿈’이라는 단어도 나에게 익숙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 뭐냐”라는 질문을 밥 먹듯 들었고, 학교와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잊을 만하면 꿈에 대해 물어와 계속 상기시켰다. 그런데 ‘엄마’와 ‘꿈’을 일직선 상에 놓으니 영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엄마의 꿈은 과연 뭐였을까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꿈꾸고 계실까.


열 살 무렵, 엄마의 꿈은 뭐였어요?


“(엄마의) 엄마가 많이 아파서 울 엄마 오래 사는 거. (너의) 할머니는 그때부터 오래 못 산다고 했는데.. 아직도 살고 계시니 그때 그걸 알았으면 더 큰 꿈을 가질 걸 그랬어.”


당시 인터뷰를 한 게 2018년 11월이었다. 이 인터뷰를 다시 정리 중인 지금은 2020년 8월이고, 할머니는 작년 8월에 돌아가셨으니 우리의 곁을 떠나신 지 꼭 1년이 되었다.


할머니는 엄마가 열 살 때에도 아프다고 하셨다. 우리 곁을 떠난 병명과는 전혀 다른 이유였지만, 엄마의 어릴 적 꿈이 할머니가 오래 사시는 거였다니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엄마의 유년시절 꿈을 들으면서 현재 엄마의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럼 지금 꿈은 뭐예요?


“해외 배낭여행! 영어 공부 마이 해서 딸들 도움 안 받고 내 힘으로! 장기적 플랜이야.”


엄마는 내가 아일랜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 여행을 제안하셨다. 딸이 유럽에 있을 때 한번 같이 돌아봐야 하지 않겠냐며 혹 두 개, 아니 이모 두 명을 달고 유럽의 땅을 처음으로 밟으셨다. 그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은 엄마가 나보다 더 많은 나라를 여행하셨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계신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누구에 기대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하고 싶은 꿈이 생기셨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2년 넘게 온라인 영어 클래스를 수강하고 계신다.


매일 보는 엄마라서, 항상 가까이 있는 엄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잘 몰랐던 엄마의 꿈에 대해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오늘 난 엄마 꿈을 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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