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남기다

by Meiling

새벽녘,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양을 세기도 하고, 숫자를 거꾸로 세보기도 한다.

그래도 잠들지 못하면 거실로 나와 한잔 술을 따른다.

두어 잔쯤 지나 어슴푸레 취기가 돌기 시작하면

내 안에 오래 담아두었던 말들이 마치 잔을 채우듯 흘러나온다.

그때 나는 흥얼거리기도 하고, 그 말들을 잔에 따르듯 노트 위에 흘려보낸다.

그림도, 글도 모두 낙서하듯 가볍게 흘려 쓰지만

그 안에는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마음들이 술술 자연스럽게 취하듯 그려진다.

오랜 해외 생활 속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쓸쓸함과

이름 붙일 수 없는 아련함을 나는 이런 식으로 흘려보낸다.

그것을 고국에 대한 향수라고 하기에는 뚜렷이 떠오르는 그리움은 없지만,

어느 순간 이유 없이 가슴이 저릿해지고 그 감정은 몸 안을 맴돌다 나를 다시 밤 속으로 밀어 넣는다.


새벽을 배회하며 써 내려간 글들을 한참 뒤에 다시 펼쳐보면 그때의 나는 이미 사라졌는데도

그 시간의 공기와 감정은 그대로 남아 나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 글 속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어,

다시 나는
가슴이 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