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reader
Feb 22. 2021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아이가 집을 떠난다.
기숙사로 떠나면
이후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테니
한 집에서의 동거는 사실상 종료된 셈이다.
더 많이 가르쳐주고,
더 좋은 것을 먹이며,
독립을 준비시키는 마음은 꽤 복잡하다.
잘 커줘서 고맙고 엄마로서 부족하지 않았나
미안함 따위의...
가장 걱정된다는 국어를 잡아주기 위해
족보와 기출을 분석해주는 것으로
지원 사격했던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
문제를 쌓아놓고 풀어대니
이렇게 된 거 수능도 같이 보자
우스갯소리를 한다.
슬프게도, 엄마는 수포자라 안 되겠구나.
최선을 다해 돕고
후회도 미련도 없이 떠나보내려
마음 근육 단단히 키워왔음에도
이별은 참 낯설다.
드디어 끝났다, 가 아닌
벌써 끝났구나, 라며 내려앉는 마음.
아이가 머물 기숙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여고시절 기술 발휘해 월담을 시도해봤다.
보고 싶으면 이렇게 담 넘을지도 모른다면서.
진심 다해 한심해하는 녀석의 시선 따위야...
나보다 20cm나 더 커버린 녀석을
새삼 인지하며 이별을 고한다.
인류의 삶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휴머니즘의 과학을 해나가겠다는
너의 오래된 꿈을 지켜볼게.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 보렴.
이제 그만 엄마에게서 하산해
날아가라.
비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