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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r 메이르 Dec 31. 2023

재해석(interpretation)의 기술

세계 3대 패션스쿨에서 배운 재해석의 기술

학생들에게 패션디자인 포트폴리오 제작을 지도하다 보면 거의 대다수 학생들이 모르거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개념이 재해석(interpretation)이다.


나는 재해석의 기술을 자주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이 기술의 숙련도에 따라 전문가와 숙련가로 나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해석은 나만의 관점으로 이전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재창조하는 기술이다.


재해석은 사전적으로 옛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해석한다는 뜻이다. 영단어 interpret은 무언가의 의미를 설명하거나, 창작자의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특별한 방법으로 연출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여기서 inter은 '사이', '중간'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왔고, pret은 '앞으로', '통해'를 뜻하는 인도유럽어 per에서 왔다. 정리하면 어느 중간 지점에 서서 이전 것을 가져와서 새로운 것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그런 느낌이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간호사인 친구와 어떤 카페에 놀러 갔는데, 인테리어 벽은 흰색이고, 테이블도 흰색이고, 냉장고도 컵도 심지어 점원의 옷도 모두 흰색이라 상상해 보라. 이걸 보고 아 '여긴 흰색이 많구나'라고 하는 것은 그저 당신이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관점으로 보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신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인 친구는 이 광경을 '여기 완전 정신병원 같네'라고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 사실, 친구도 자신에게 익숙한 과거 관점으로 본 것일 뿐이지만 디자이너인 당신에게는 '정신병원으로도 볼 수도 있구나'라며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요소들을 예시와 연결 지으면 이렇다:

- old thing : 흰 인테리어 벽, 흰 테이블, 흰 냉장고, 흰 컵, 흰색 점원의 옷

- perspective :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의 관점

- new thing : 정신병원에서 심신의 안정을 위해 흰색 톤으로 통일한 인테리어 컬러 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perspective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자신만의 관점(perspective)으로 재해석(interpretation)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재해석의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를 설명할 때마다 학생들은 무릎을 탁 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을 이해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곧 깨닫게 된다. 관점은 마치 취향과 같아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발전시키지 않으면 감각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관점을 만들 기회를 억제하는 한국 교육시스템에 장기간 노출된 학생들에겐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해 보면 또 금방 감을 잡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데 중요한 것은 Risk taking 하는 태도다. 보통 작업을 하다 보면 '이렇게 하면 이런 식으로 나오겠지'할 때가 있는 반면 '이렇게 하면 도대체 뭐가 나올지 상상할 수가 없어'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해야 할 일들이 눈 앞에 쌓여있으면 대개 익숙한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 수록 더 낯선 방식으로 시도하고 더 많이 실패해야 한다. pushing the boundary는 학생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어려운 일이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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