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여러 패션스쿨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과정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생각 몇 가지.
Graphic touch
이 친구는 그래픽 역량이 강해서 포트폴리오 전략을 그래픽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짰었다. 그런데 교수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래픽 터치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여기서 그래픽 터치는 스케치북에서 작업을 한 다음 컴퓨터로 다시 리터칭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픽 터치가 들어갔네?"라는 교수의 말이 칭찬인지 지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
학생이 해당 학교에 지원하는 여러 이유 중 '자연친화적' 교육 환경을 언급을 했다. 그런데 자연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은 스케치북을 보면 raw 한 느낌이 강한 경향이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리터칭 작업보다는 자연물을 스케치북에 붙이는 것과 같이 손으로 하는 작업을 선호한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연을 좋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작업의 대부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다면 의문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Integrity
결국 학교를 가는 동기(motivation)의 요소인 '자연'이라는 키워드와 포트폴리오 작업의 방식인 '컴퓨터 그래픽'이 상충하는 상황이다. 이는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의 Integrity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Integrity는 사전에서 정직성, 완전성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서구 사회에서는 신념과 행동이 일치(align)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쉽게 말해서, 모티베이션 레터에는 '나는 메이킹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적었는데, 포트폴리오에 정작 메이킹 과정이 없는 경우 integrity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Integrity 문제들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 한국 특유의 교육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숫자로 경쟁하는 시스템에 오래 노출된 한국인들은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가 내재화되어 있다. 프랑스처럼 삶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고, 미국처럼 수능 기회를 여러 번 주지도 않는다. 단, 하루의 수능 시험이 내 학업의 길을 결정한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대입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시스템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사람은 단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토익 X00점, 아이엘츠 X 점, 요즘은 스피킹 자격증도 있다는데. 이런 자격증을 딴 사람이 영어를 잘 한다고 진짜 '증명'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은 게 아니야라는 구시대적인 생각은 이제 그만. 최적화가 필요하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학교가 좋아하는 디자인, 학교 학생들이 만들 법한 작업들을 하면 내 포트폴리오를 뽑아주겠지.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목표 달성을 하려고 하는 생각. 이런 얄팍한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여러분이 유럽의 예술 학교에 가고 싶다면, 반드시 삶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행동, 작업 하나하나에 녹여내야 한다. 나다운 행동이 무엇일까. 나와 잘 어울리는 리서치, 컬러, 선(line)은 무엇일까. 나는 왜 이 학교에 가야 하는가.
혹시 유럽 예술학교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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