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신라, 고구려/고려, 백제, 왜/일본 네 나라에서 일어난 옛 일을 살피는 짤막한 글들을 하나씩 이어 올리고자 합니다. 네 나라의 일들을 글의 대상으로 고른 이유는 이 나라들의 기紀,곧일을 시간과 함께 차례로 적은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짤막한 글들에서는핵심 문자 자료들또는 그것들과 관련된 소주제들을 다룹니다. 문자 자료는 한글 번역문 + 한자 원문의 형식으로 제시하고,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거기에 담겨 있는 소주제들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필요한 경우, 다른 문자 자료도함께 살핍니다.
여러 소주제를 다루는 짧막한 글들은 함께큰주제를 다루는 큰 글 1편을 이룹니다. 편들 4개는 1개의 장을 이루고, 장들 4개 또는 3개는 1개의 부를 이룹니다. 그러한 부들 8개가 연재할 글 전체입니다. 각 부들에서는 단계별로 네 개 나라들이 일어나기 이전以前, 등장登場, 성장成長, 갈등葛騰, 정립鼎立, 확장擴張, 혼돈混沌, 병립竝立할 때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다룹니다.
다루어지는일들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조선이 일어난 곳과 때, 기-자가 온 때와 상황, 중국/일본 자료들로부터 알 수 있는 신라의 건국 시기, 신라 갈문왕의 유래와 그 원리, 삼한의 진-왕이 자립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었던[不得] 이유, 백제와 부여의 결합과 그 과정, 동명왕편이 알려주는 고구려 땅 이름들의 유래, 백제의 시조가 온조/비류로 전해진 까닭, 일본서기의 기년법들과 그 변화 등 신라, 고구려, 백제, 왜가 병립할 때까지의 많은일들입니다.
자료들을 살펴보면서필자는 잡동산이雜同散異라는 방법을 씁니다. 잡동산이라는 글귀는 '같은 것들[同]은 뒤섞고, 다른 것들[異]은 흩어놓는 것'을 뜻합니다. 본래안정복이 여러 주제들에 대해 적은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의 제목이지만, 이 글에서는옛 일들[史]을 이해해나가는 방법을 뜻하는 단어로 씁니다. 그 방법이란 같은 일에 대한 구절들을 살펴 뒤섞고, 구절들 가운데 조금씩 다른 일들을 말하는 구절들을 흩어놓는 것을 반복하면서 보다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방법의 어려움은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내어 읽어야 하는 점에도 있지만,당장 이해되지 않는 자료라도 쉽게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도 있습니다. 문자 자료 작성자/전달자의 관점에서 비롯된 모순들을 살펴 쉽게 걸러낼 수 있는 가짜 자료가 아니라면, 일단 잡은 문자 자료에 대해서는 관련된 다른 자료들과 함께꾸준히 잡동산이를 시도해야 합니다. 자기 관점에서, 현재 관점에서 모순처럼 보인다고 해서 자료를 탓하고 버리기 시작하면 이해는 불가능해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글본문에서의 자료, 자료참조와 시간 표시에 대하여 알아두어야 할 점을 먼저 제시하고, 그 다음 글부터 바로 첫번째 주제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