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음반
형, 몇 달만에 쓰는 편지야.
그동안 몇 번 얘길 하려다 참고 오늘을 기다렸어. 생애 첫 음반이 오늘 발매되기 시작했거든. 드디어 오늘 각 온라인 매장에 '흔치 않은 노래들'이 물감처럼 풀렸어.
재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어, 인천 '흐르는 물' 카페에서 1970년대 '3대 저항가수'로 불리는 양병집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흐르는 물 원섭이 형이 나를 양 선생님께 소개했고, 그 후 원섭이 형은 내게 양 선생님 앞에서 노래하게 했고, 또 시간이 흐른 후 작년 여름에 나는 내 공연에 양 선생님을 초대했고... 그렇게 간간이 이어져오던 인연의 끈이 양 선생님이 기획, 제작한 컴필레이션 음반에 나도 참여하는 것으로 비로소 틈이 없는 줄이 되었어.
스무살 때. 카페에서 통기타 라이브 가수를 하며 노래를 하고 싶었었지. 물론 군대를 다녀오는 동안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집안 여건은 음악을 사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지. 사실 결정적으로 형이 곁을 떠나면서 내 머릿속엔 그저 내가 형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하는 생각 뿐이었지. 그저 직장 생활에 충실하며 틈틈이 취미생활을 하며 이십여 년을 보낸 거지.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1985년 여름'이 생각났던 거야. 아버지와 엄마와 형과 누나(매형까지), 그러니까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던 그 날. 성국이와 내가 함께 했던 '두 사람 자작곡 발표회'.
꼭 30년 만인 셈이지. 작년 여름의 공연 '1985. 그해 여름'. 그 공연 후에 나는 점점 음악 속에 빠져들었고, 결국 오늘 이 음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거야. 음반 작업 참여가 결정되면서 나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를 돕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 페이스북에 그런 글을 쓰기도 했지. 그 어떤 힘. 누구누구를 말하는지 형도 알겠지?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네.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야. 지금처럼 항상 내 곁에서 힘이 되어 줘.
이번 음반은 15 명의 가수의 노래 15 곡이 수록되었는데 그 중 내가 쓴 노래 두 곡이 수록되었어. 물론 한 곡은 내가 불렀고.
형에게 이 노래를 바칠게...'이 어려운 세상에'.
2016. 5. 31 사랑하는 아우 재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