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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Dec 29. 2021

사소한 온기

꽃이 참 예뻐요


집 앞 화단 페튜니아에 물을 주던, 일면식 없는 백발의 암스테르담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더니 어떤 대답 대신에 내 손을 가져갔다. 그녀가 들고 있던 물그릇에서 생각지 못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물이 따뜻하네요, 라는 나의 대답에 할머니는 따뜻한 물을 주면 다음 날 꽃들이 더 튼튼해진다고 했다. 낯선 여행객의 귀찮을 법한 물음에도 그녀의 시선은 그날의 날씨와 그 물그릇의 온도만큼이나 따뜻했다.


그날 이후로, 이렇게 살아있는 것을  때마다 그녀를 생각하게 된다. 벌써 4 전의 일이었는데도 지구 반대편에서 만났던  짧은 기억은  순간  주위에서 되살아난다. 그날의 따뜻함을 안고 피어난 꽃들처럼, 사소한 온기가 누군가 하루를 버티고 견뎌낼 그런 용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몇 달 전 기르기 시작한 이 작은 화분에는 꼭 30초 정도 데운 물을 준다. 좋은 벗에게 차를 대접하는 느낌으로. 어쩐지 어제 밤보다 오늘 더 싱그러워 보이는 너다.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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