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그 귀걸이... (꼭 해야 하나요?)

by 써니


스물아홉쯤에 결혼해서 서른에는 애기 엄마가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9살 하고 한 달이 지났다.

결혼은커녕 남자의 손을 잡아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지! 올해 목표는 무조건 연애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소개팅을 구걸했다. 10명한테 전화해서 3건의 소개팅을 잡았다.


아싸! 이 정도면 됐어! 3주 동안 매주 금요일 7:00는 소개팅하는 날! 줴~ 발 제 소원을 들어주소서. 음하하!

오늘부터 준비 땡~!

훌라후프 돌리고, 윗몸일으키기, 스트레칭을 하고 냉장고 속에 쌓여있는 팩 하나를 뜯어 얼굴에 촥 붙였다. 아자아자!!


드디어 1차 소개팅. 금요일 저녁 7시.

역시 금요일이라 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저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도 있겠지? 두근두근.

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이상형이라고 할 것도 없다.

키는 그냥 180 정도? 덩치는 그냥 둥글둥글 현주엽의 전성기 시절 몸매 정도?

아, 쌍꺼풀 있는 눈은 싫음. 비(정지훈) 눈 정도가 딱 좋아.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성격이다. ‘욱’하는 성격만 아니면 됨.

이 정도는 대중적인 이상형이지. 이 중에 하나 정도 부족한 건 괜찮다.


‘호~ 호~’ 손이 시리다. 약속 시간까지 아직 5분 정도 남았다. 항상 약속 시간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해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라 오늘도 먼저 와서 기다렸다.

안에서 만나자고 할 걸, 괜히 건물 앞에서 만나자고 했나.

잔뜩 웅크려 손을 비비고 있는데, 저 멀리서 소개팅 복장을 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마치 나를 아는 사람처럼.

걸어오는 발걸음에 비장함이 있다.

아, 저 사람 내 이상형이다!!

설령 정확한 키가 180이 안된다고 해도 보기에는 180은 훨씬 넘어 보이고, 현주엽 같은 딴딴함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몸집은 엇비슷하다.

네모난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엔 얇은 쌍꺼풀이 있지만 눈의 사이즈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모아 꼴깍 삼켰다. 손은 더 차가워졌다.


“안녕하세요. 혹시 써니 님?”

맞았다. 이상형이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소개팅 1차에 이상형을 만나버릴 줄이야.

“네, 안녕하세요.”

우리는 길에서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스파게티집으로 들어갔다.

이상형과 마주 앉아서 스파게티를 포크로 찍어 숟가락에 돌돌 마는데 손이 떨렸다. 이상형도 부끄러운 듯 눈을 잠깐잠깐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파게티 접시를 비울 때쯤 어느 정도 편해졌다. 이제 찬찬히 그 사람을 뜯어보았다. 말하는 표정, 눈빛, 헤어스타일,......, 그런데, 짧은 머리 아래, 귓불에 무언가 반짝였다. 눈이 부셨다.

뭐지 저건? 이상형의 모습과 전혀 안 어울리는 저 건. 귀, 걸, 이!!

아뿔싸. 아까 이상형을 정리할 때 빼먹은 게 있다. 귀걸이 한 사람은 NO! 이유는 그냥 내 개취다. 이상형은 개취니까.


식사를 마치고 커피숍에 가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귀걸이로 호감이 반으로 줄었지만, 소개팅을 주선해준 친구를 생각하며 또 앞으로 있을 2, 3차 소개팅을 연습할 겸 그러자고 했다. 커피숍에 들어가 마주 보고 앉았다. 다시 귀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 아쉽다. 저 귀걸이만 아니었어도.

“저 그 귀걸이...”

귀걸이를 왜 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려고 했다.

“아, 귀걸이요? 엄마가 요즘(10년 전임) 여자 친구들은 귀걸이 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나 해주셨어요. 하하하. 어때요? 좀 어울리나요?”

“...... 네, 그러네요.”

저 곰만 한 덩치에 ‘엄마’라고 말하는 이상형의 모습이 귀걸이와 합쳐져 호감 지수가 뚝 떨어졌다.

건성건성 짧은 시간 대화를 더 나누고 헤어졌다. 나의 이런 생각을 이상형님도 느꼈는지 다음을 약속하지 않았다.


1차 소개팅 실패.

내 이상형을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 만족한다.


괜찮다. 내게는 아직도 2번의 소개팅이 있다. 푸하하.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