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8시에 태권도를 갔다.
학원 가기 전까지 숙제를 마치고, 저녁밥도 먹고, 홀가분하게 집을 나갔다.
물론 그 시간까진 전쟁과 같았지만.
아들들이 나가고 난 집안 꼬락서니는 그 전쟁이 얼마나 격했는지 보여줬다.
도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벗어던져 놓은 옷가지들과 식탁에 쌓인 문제집과 밥그릇, 김치찌개 그릇이 그랬다.
바닥에서부터 식탁 위를 치우고, 설거지통을 비웠다.
아침에 아들들을 학교 보내고 난 뒤와는 또 다른 여유로움이었다.
이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 밖으로 나갔다.
깜깜한 밤하늘, 차가운 공기, 살찌워가는 달은 이 시간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의 맛을 더해주었다.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오늘을 정리했다.
마음을 해치는 안 좋은 생각은 비우고, 남은 생각들로 마음을 다독였다.
토닥토닥, 오늘도 수고했어. 꽤 재미있는 하루였어.
8시, 이 시간 참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