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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27. 2022

서로 사랑하자. 제발.

2022년 

예준이는 13살, 종혁이는 11살. 


지난주 일이다. 

"아~ 짜증 나. 왜 기다리냐고!"

학교에서 돌아온 예준이가 가방을 내려놓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아하고 같이 집에 오고 싶으니까."

종혁이는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왜? 무슨 일이야?"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들들에게 다가갔다. 

"종혁이가 나 수업 1시간이나 남았는데 복도에서 기다리잖아. 난 그런 거 싫은데."

"형아 하고 같이 오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게 뭐 잘못된 거야?"

아들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그만! 동생이 형을 기다릴 수 도 있지 뭘 그래.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그리고 종혁인 1시간이나 뭐하러 기다려. 집이 코앞인데 그냥 오지."

"혼자 집에 오기 싫었다고. 그게 그렇게 잘못한 거야. 그렇다고 욕까지 할 일이야? 으아앙"

종혁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욕까지 했어? 이 녀석들! 종혁이가 기다리는 게 싫을 수는 있어.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다고 욕까지 하는 건 아니지!"

아들들의 싸움이 기가 막혀 혼꾸녕을 냈다. 


종혁이가 형을 기다리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나도 그랬으니까. 초등학교 때 언니를 그렇게 기다렸었다. 그때 언니도 내가 기다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친구들하고 가는 데 내가 쫄래쫄래 따라붙으니 귀찮았을까? 

예준이한테 물었다. 왜 그렇게 싫으냐고. 욕이 나올 정도로 싫은 이유가 뭐냐고.

대답은 '그냥' 싫단다. 그냥에 많은 이유가 담겨있겠지만 묻지 않았다. 그냥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아들들에게 벌을 주었다. 

2주간 게임 금지,  웹툰 금지, 매일 서로에게 고마운 거 5개씩 찾아서 말하기.


오늘이 5일째다.

두 녀석은 이불 덮고 누워서 손가락을 접어 가며 키득거리며 말했다. 

종혁이에게 고마운 거 

첫째, 아침에 나랑 놀아줘서 고맙고, 

둘째, 같이 씻어줘서 고맙고, 

셋째, 같이 자 줘서 고맙고, 

넷째, 햄버거 나눠줘서 고맙고, 

다섯째 내 스파게티 조금만 뺏어 먹어줘서 고마워.


형아에게 고마운 거  

첫째, 형아 덕분에 스파게티 먹을 수 있어서 고맙고, 

둘째, 같이 씻어줘서 고맙고, 

셋째, 나랑 놀아줘서 고맙고,

넷째, 같이 자 줘서 고맙고, 

다섯째, 내 햄버거 조금만 뺏어 먹어줘서 고마워.


매일 같이 놀고, 같이 씻고, 같이 자는 거에 고마워하면서 왜 그리 싸우는지...

물론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건지 말로만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이 생각이 되어 가슴에 스며들길 바랄 뿐이다.

아들들 서로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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