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 다녀와."
"네!"
"아, 아들!"
뒤돌아 나가는 아들의 책가방에 며칠 전부터 가지고 다니던 우산이 그대로 꽂혀있다.
그 우산이나 좀 빼고 다니라고 말하려는데 문이 쾅 닫혔버렸다.
학교 다녀오면 물통 꺼내고 이것저것 필요 없는 건 꺼내뒀으면 좋겠는데
그냥 그대로 또 가지고 학교에 간다.
이런 행각은 큰 녀석이나 작은 녀석이나 똑같다.
언제까지 일일이 다 얘기를 해줘야 하는 걸까 한숨이 나왔다.
아이들 뒤를 따라 외출 준비하고 나왔는데 비가 왔다.
비 소식이 있었나?
일기예보를 챙겨보지 못해서 몰랐다.
너무 높은 곳에 살아서 바닥에 떨어지는 비도
밖에 우산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미처 못 봤다.
아들들 등굣길에 우산 챙기라는 말도 못 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가방 옆구리에 꽂혀있던 우산이 생각났다.
그리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들들은
자신의 게으름에 감사하며 우산을 펼쳤을까,
‘내가 이럴 줄 알고 우산을 갖고 다니는 거지.’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며
우산을 펼쳤을까 궁금해졌다.
어쨌든 아들들한테 뜻밖의 행운이 있는 날임엔 분명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