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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8. 2023

오늘을 남기다] 엄마, 헬스장 갈래요?

사춘기 아들은 요즘 계속 운동을 한다. 

저녁 7시 반에 태권도에 가서 10시 반이 다 되면 온다.

그렇다고 아들이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꾸는 건 아니다. 

그저 태권도가 좋아서, 운동이 좋아서, 운동하면서 몸의 근육이 자극을 받는 느낌이 좋아 서란다.

태권도를 하고 와서는 헬스장에 간다. 

태권도에서 부족했던 근력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20~30분 보충한다.

사실 왜 부족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혼자 헬스장에 가는 게 아닌다.

엄마와 같이 가고 싶단다.

"엄마, 헬스장 갈래요?" 

처음에는 같이 가줬다. 

그런데 일을 하느라 바쁜데, 둘째 숙제 봐줘야 해서 바쁜데, 사실 귀찮아서 싫은데 

자꾸 같이 가자고 한다.

이래저래 핑계 대며 슬슬 피하고 있다. 

아들은 할 수 없이 혼자 다녀오긴 하지만 

"내일은 엄마같이 가줄 수 있어요?" 하고 묻는다.

그럼 5번에 1, 2번은 가준다. 

덕분에 운동을 할 수 있어 고맙긴 하지만, 귀찮다. 

사춘기 아들 마음 상할까 봐 눈치 봐가면 거절하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이런 상황은  남편도 겪고 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안방 문을 빼꼼 열고  

"아빠, 헬스장 갈까요?"

"아빠, 농구하고 올까요?"

"아빠, 조깅하고 올까요?"

하고 묻는다. 

남편은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눈이 떠지면 

5번에 1,2번은 따라 나간다. 

어떨 땐 눈을 떴다 다시 감는 걸 보기도 했다. 

주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번 주 일요일은 무봉산 갈까요?"

"우리 매주 일요일 무봉산 가는 거 어때요?"

"다음엔 북한산 한 번 가보고 싶다."

우리 가족은 2주째 일요일마다 무봉산에 오르고 있다.

아들은 오늘도 물었다.

"이번 주도 가야죠?"

"음... 그럴까?"

성장기에 저렇게 근육 운동을 해도 되는지 걱정이 돼서

적당히 하라고 잔소리를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성장기에 근육운동을 해야 더 잘 자랄 수 있다는 어느 의사의 칼럼을 들이밀며

엄마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반박을 하니 

잔소리에 힘이 자꾸 빠진다. 

아들이 웃으면서 다가와

"엄마, 헬스장 갈래요?"라고 물으면

나도 모르게 핑곗거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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