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11테러 생존자
2001년 9월 11일
08:46 AM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하고 평범했던 아침이었다.
나는 뉴욕 Wall St.에 있는 Economics & Finance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지하철을 타고 마지막역인 Trinity Place에 내려 쌍둥이 빌딩 지하와 연결된 쇼핑센터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는 건물 밖으로 나와 쌍둥이 빌딩 앞쪽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 앞에 도착했다.
학교 앞에 세워진 간이 가판대에서 크림치즈가 발린 베이글을 하나 사서 학교로 들어갔다. 1교시인지 2교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수업 중에 Fire Drill(비상벨)이 울렸다. 유리창이 없는 층에서 수업을 받고 있어 밖의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늘 연습했던 대로 벽에 붙어 방송에서 시키는 대로 따랐다. 한 줄로 서서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대피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바로 내 눈앞에서 쌍둥이 건물이 불에 타고 있었다. 비행기 두 대가 박힌 채...
영화에서 볼법한 장면을 내 바로 코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였다. 선생님들은 강가쪽으로 피신하라고 했다. 배가 있는 부두 쪽으로. 그쪽을 향해 걸으며 위를 올려다봤다. 쌍둥이 빌딩 윗 층에서 사람들이 계속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 광경을 뒤로 한 채 다른 학생들과 끝자락까지 계속 걸어갔다. 맨하탄이 정말 엉망이었다. 쌍둥이 빌딩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대피하는 사람들...경찰관...소방관...모두가 뒤 섞여있었다...
휴대폰은 먹통이었다. 문뜩 고모가 오늘 아침에 학교 근처에 있는 ‘Century 21’ 백화점에 간다는 말이 떠올랐다. 고모에게 반드시 전화를 걸어 알려야 했다. 그래서 공중전화박스를 찾았는데 줄이 재법 길게 서 있었다. 내 차례를 기다리며 쌍둥이 건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보고 있는데...
내 눈앞에서 건물 하나가 스르르...내려가는게 아닌가...
그것도 잠시 뭉게구름 같은 먼지 묶음들이 내 쪽을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록 다가오고 있었다.
건물이 무너질 꺼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너무 놀라서 그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있는 힘껏 뛰었을 것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숨을 쉬기가 불편했다.
뛰고 또 뛰어도 계속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목이 아프고 어디로 뛰는지도 모른 채 도망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뛰는 걸 포기하고 싶었던 그 순간 누군가가 나에게 손수건을 건내 주었다. 내 기억에는 우리학교 친구였던 거 같다.
“촉촉하게 물이 묻은 손수건”
거기에 입을 대고 숨을 쉬었다. 그 순간 정말 살 것 같았다...
내 발밑에 버려진 신발들...가방들...자꾸 발에 걸렸다...
뛰면서도 아....이렇게 죽을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맨하탄 끝자락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빙빙 돌고 있으니...
얼마나 더 뛰었는지 모르겠다. 선착장에서 페리가 운행을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려가는 듯 했다. 나도 인파에 이끌려 선착장으로 가고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사실은...
아마 나를 살린 건... 그 책가방 끄나풀이 아이였나 싶다... 달리는 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손아귀에 잡고 있던 그 책가방 한 가닥을 붙잡고 버텼던 게 아닐까...
하늘이 도우셨는지 첫 번째 배를 탔다. 배안에서는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서 울고 또 울고...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부등껴 안고 살려달라고 ...계속 울었다... 쌍둥이 빌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동료들이 있다며 오열하는 사람들...저마다 두고 온 사람들을 그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어떤 남자 분은 천식이 있어 숨을 쉴 수가 없다며 갑자기 배 유리창을 통해 뛰어내리려고 하면서 배 안을 더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온 몸이 덜덜덜 떨렸고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나쁜 꿈이길 바랬다...
그러던 중 배는 출발을 했고 사람들의 기도 덕분인지 무사히 강을 건너 맨한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맨하탄 건너편인 Staten Island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니...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연기 나는 맨하탄...내가 조금 전까지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살았다... 하지만 아직도 맨하탄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쩐단 말인가....
* 왼쪽 사진은 911 테러 당시 모습과 오른쪽 사진은 평범한 날의 모습(맨하탄과 스태튼 아일래드)*
여보 사랑해...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난거 같아.
근데 아마 난 살 수 없을꺼 같네.
여보 사랑해. 아이를 잘 부탁해.
from. 아내
이처럼 수 많은 가정에서 소중한 이들을 데려갔다. 나도 현장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 가슴 찢어지게 아프다...엄청난 사건 이후. 평소 나와 아무런 상관 없던 직업, 경찰을 택했다. 나는 경찰관으로 일하며 '사람'을 돕고 싶다. 그 이유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