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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진 Dec 16. 2022

도시의 밤은 외롭다

홀로 보는 야경

   홍콩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야경 사진을 찍기 위해서 2kg에 이르는 삼각대까지 여행 내내 들고 다녔다.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야경 사진을 정말 많이 담았다. 그중에서 홍콩의 야경도 꽤 괜찮게 담긴 풍경 중 하나이다.


   그렇게 야경을 보기 위해서 피크 트램을 타고 올라가 빅토리아 피크에 해가 지기 전에 올라갔다. 해가 지기 전부터 삼각대를 세우고 자리를 잡고 야경 사진을 찍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다들 삼각대를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나만 유별난 게 아니구나 하고 안도도 되었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는 해를 보면서 빅토리아 피크에서 야경을 조금 감상하다가,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로 넘어가서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보았다.


   심포니오브라이트는 너무나도 화려했다. 광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화려한 불빛이 때론 규칙적으로, 때론 불규칙적으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흩뿌려졌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인파 속의 내 모습을 돌아봤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커플끼리 혹은 가족끼리 등 삼삼오오 모여 환호성을 지르고 감탄하면서 자신들의 즐거운 감정을 나누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그때 문득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이 감정을 나 혼자만이 오롯이 느껴야 하는 것이 외로웠다. 이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외로운 일일 줄이야! ‘나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왔다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나누며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눈물이 흐르려 해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꼭 나도 나중에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함께 야경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남편과 전망대에 올라 야경을 보곤 할 때마다 이날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20대 초반의 나는 외로움을 타기도 많이 탔구나, 그래서 아직도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침사추이에서 바라본 야경

   하지만 외로움은 홀로 안고 가는 것, 그리고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사람을 통해서 달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이 외로움이다. 물론 가족이나 연인, 친구가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주면 정말로 큰 의지가 되지만, 옆의 사람이 내 마음을 아무리 토닥여주어도 스스로가 외로움이라는 벽을 넘어서려고 하지 않는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사람 마음이 그렇다. 내 마음은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언제나 내 마음의 정답은 내가 가지고 있다. 내가 스스로 일어설 힘이 있고 그럴 의지가 있을 때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보고 난 뒤에는 하버시티 쇼핑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딤섬과 볶음밥을 먹었다. 드넓은 12인 석 라운드테이블에서 혼자 먹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길래 괜히 민망한 마음이 들어 여행 책자를 꺼내서 열심히 읽는 시늉도 했다. 야경을 볼 때도 외로웠는데, 밥을 먹을 때도 외롭다니! 도움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도와준 좋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나의 홍콩 여행은 혼자서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여행이기도 했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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