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보는 야경
홍콩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야경 사진을 찍기 위해서 2kg에 이르는 삼각대까지 여행 내내 들고 다녔다.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야경 사진을 정말 많이 담았다. 그중에서 홍콩의 야경도 꽤 괜찮게 담긴 풍경 중 하나이다.
그렇게 야경을 보기 위해서 피크 트램을 타고 올라가 빅토리아 피크에 해가 지기 전에 올라갔다. 해가 지기 전부터 삼각대를 세우고 자리를 잡고 야경 사진을 찍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다들 삼각대를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나만 유별난 게 아니구나 하고 안도도 되었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는 해를 보면서 빅토리아 피크에서 야경을 조금 감상하다가,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로 넘어가서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보았다.
심포니오브라이트는 너무나도 화려했다. 광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화려한 불빛이 때론 규칙적으로, 때론 불규칙적으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흩뿌려졌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인파 속의 내 모습을 돌아봤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커플끼리 혹은 가족끼리 등 삼삼오오 모여 환호성을 지르고 감탄하면서 자신들의 즐거운 감정을 나누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그때 문득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이 감정을 나 혼자만이 오롯이 느껴야 하는 것이 외로웠다. 이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외로운 일일 줄이야! ‘나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왔다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나누며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눈물이 흐르려 해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꼭 나도 나중에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함께 야경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남편과 전망대에 올라 야경을 보곤 할 때마다 이날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20대 초반의 나는 외로움을 타기도 많이 탔구나, 그래서 아직도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외로움은 홀로 안고 가는 것, 그리고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사람을 통해서 달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이 외로움이다. 물론 가족이나 연인, 친구가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주면 정말로 큰 의지가 되지만, 옆의 사람이 내 마음을 아무리 토닥여주어도 스스로가 외로움이라는 벽을 넘어서려고 하지 않는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사람 마음이 그렇다. 내 마음은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언제나 내 마음의 정답은 내가 가지고 있다. 내가 스스로 일어설 힘이 있고 그럴 의지가 있을 때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보고 난 뒤에는 하버시티 쇼핑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딤섬과 볶음밥을 먹었다. 드넓은 12인 석 라운드테이블에서 혼자 먹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길래 괜히 민망한 마음이 들어 여행 책자를 꺼내서 열심히 읽는 시늉도 했다. 야경을 볼 때도 외로웠는데, 밥을 먹을 때도 외롭다니! 도움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도와준 좋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나의 홍콩 여행은 혼자서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여행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