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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un 07. 2022

저는 그런 거 잘 몰라요

나의 주방 일지-3

내가 일하기 전부터 설거지를 맡아주고 계셨던

이모님이 출근하셨다.


주방장님이 자리를 비웠을 때 이모님이 말했다.


"저 언니 조선족인 거 알아?"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재차 확인한다.


"저 언니 조선족이야."


주방장님의 말투에서 중국 성조는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한두 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시옷 발음이 된소리가 될 때,

성조는 마치 지우개로 지운 글씨의 음각처럼 선명하게 드러난다.

주방장님의 지워진 성조는 이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리고 드러내고 번복하고 주장해온

오랜 노력을 증명하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정체성이 그 누군가가 없는 자리에서

추측되거나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한국, 그 사이의 정체성에 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다.

또한 그가 스스로를 어떤 정체성으로 규정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이모님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냥 조금 멍청해지기로 했다.


"저는 그런 거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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