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의 일기는 블로그에 남기고 있습니다.
아침형과 저녁형의 차이가 뭘까?
일주일 넘게 매일 아침/점심/저녁/밤 일기를 쓰면서 내 패턴을 몇 가지 알게 됐다.
아침에 기분이 안 좋다.
일할 때 몸에 긴장을 너무 많아 줘서 근육이 뭉친다
오후부터 감정이 밝아진다.
밤에 가장 집중력이 좋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그동안 아침형 인간 vs 저녁형 인간을 나누는 기준이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 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언제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은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었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상쾌함 보다는 시시콜콜한 불쾌한 경험들이 자꾸 떠오른다. 수면의 질과는 상관없이 대개 그렇다. 아침 공부를 하면 집중력이 좋지 않고 진도가 잘 안나간다. 반대로 해가 저무는 시간이 되면 마음 속에서 흥이 올라간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몸도 가뿐하다.
나는 진정한 저녁형 인간이었던 거다. 공부일기도 매일 저녁에 쓴다. 하루 동안 배운 걸 쓰는 공부일기니까 당연히 밤에 쓰는 거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밤에 내가 하루동안 배운 걸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 기분이 좋다.
나에게 아침이란 하루 동안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과 불안을 느끼는 시간인 것 같다.
일기를 쓰면서 또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일기의 가장 마지막 줄에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일주일간 쓴 문구는 이렇다.
[월] 스스로를 좀 더 믿어봐도 좋아
[화] 남은 하루 멋지게 마무리 하자
[수] 조금 휘청여도 괜찮아
[목] 너무 걱정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보자
[금] 불안해 하지마. 결국 더 나은 길로 갈거야.
[토] 그냥 어깨에 힘 빼고 살아
[일] 꼭 뭘 안 해도 괜찮아
내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미션에 대해 불안과 긴장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원래도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를 지배하는 감정,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불안이라고 습관처럼 말하곤 했다. 바로 그 불안을 이렇게 직접 마주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과장된 불안에 짖눌려 살고 있는지 알았다.
일기를 쓰면서 점점 불안과 긴장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2주 만의 사무실 출근이었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이 너무 오랜만이라 너덜너덜해졌다. 출근 전부터 지칠 것이 뻔히 보여서 일기장을 들고 갔다. 1시간 만에 간신히 얻은 자리에 앉아 일기를 썼다. 내가 아니면 그 누가, 내 인생을 이렇게 정성껏 살아내줄까.
11시까지 야근을 했다. 아침부터 이를 악물고 어깨에 힘을 뽝 주고 내달렸는데 해도 해도 끝이 안 난다. 일단 멈추고 일기를 쓰고 있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야근하는 내 마음이 억울하거나 화나거나 짜증나지 않는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바로 '주도권'이다.
내가 하는 이 일에는 내 삶의 의미와 의도가 깃들어 있다.
오늘은 2시간 동안 기계처럼 42장의 쿠폰을 생성했다. 손목이 아팠다. 예전같으면 "내가 이러려고 그 공부 해서 회사 다니나..." 이런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을 거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쿠폰 생성'만 놓고 보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쿠폰 생성'이 아니다.
즐거운 커머스 경험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도
내가 하는 일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만든 의미의 여정에 이 일을 선택한 것은 '나'고 순간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의지
등 떠밀려 사는 인생은 살지 않기로 했다.
힘듦에 매몰되는 건 스스로를 고난에 방치하겠다는 거다.
일, 그거 뭐 돈이나 버는 거라고 생각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
스스로의 일을 '돈이나 버는 거'로 만든 것을 후회했다.
내가 그 일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일에서 얻는 의미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얄팍한 자기연민으로 '일 그까짓 거'를 외치는 순간 그 모든 시간은 떠밀려 사는 인생이 되고 만다.
요즘 나는 내 인생의 주도권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중 가장 탁월한 방법은 하루 4번 일기쓰기다.
눈 뜨자마자
오전 11시
오후 3시
잠들기 전
하루 4번 딱 5분씩만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이 일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
내가 내 인생에 개입시키고 싶은 의도와 의미는 뭘까?
이 힘듦을 껴안으면 나는 무엇을 배울까?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같다.
뛰어가다 넘어진 아이에게 당신은 뭐라고 말해줄 건가?
어떡해 어떡해... 아프지? 많이 아프니? 속상하네...
아팠겠다. 그렇지만 괜찮아, 다음부터는 다리에 힘을 잘 주고 급하게 뛰지 않으면 되.
힘들어... 하기 싫어... 회사 싫어... 도대체 왜 일 해야해? 숨만 쉬고 살고 싶다.
나도 한 때는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은 안다, 그런 마음이 지속되면 인생의 내 것이 될 수 없다.
정신 없는 하루 속에서, 딱 4번 딱 5분
일기 쓰기를 스스로에게 학습시키는 것.
그게 진짜 내 삶을 사는 거다.
나는 아침잠이 많다.. 고 생각했다. 11시에 잠들어도 9시에 일어나고 2시에 잠들어도 9시에 일어난다. 매일밤 미라클 모닝을 꿈꾸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처참하게 실패한다. 잠 많이 자면 건강하고 좋지 뭐! 호기롭게 넘기려고 했는데 의심이 들었다. 진짜로 나 아침잠 많은 게 맞아?
사실 7시쯤 스르르 정신이 깨는데 9시까지 뒤척이며 누워있는다.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이 상태에서 나는 정말 웃기게도 일을 한다.
누워서 무슨 일을 하냐고? 진짜 일을 한다! 머릿 속으로 오늘 해야 할 업무 중 가장 걱정되는 일을 생각하며 머릿 속으로 기획안을 그리고 엑셀 수식을 조합하고 리포트 초안을 그리고 있다. 정말 놀라운 건, 내가 아침에 이미 잠은 다 깨놓고 이불 속에서 이러고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는 거다.
매일 일기를 쓰기 전에는 내가 이러고 있는지도 몰랐다. 일기를 쓰면서 내가 아침에 기분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적은 첫 문장을 모아봤다.
아침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아침에도 기분 좋게 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 할 일을 다 끝내면 덜 불안해질거야.
나는 왜 일하는가?
늦잠을 잤다.
하루를 너무 거대하게 부풀려서 생각하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잠은 이미 깼는데 최후의 시간까지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고 뒤척이며 머릿 속으로 엑셀을 작성하다가 마지막 순간 엉금엉금 기어나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나 정말 잠 많아, 어떡해 또 늦잠 잤어, 9시 기상이 뭐야, 오늘 할 일 다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일하고 있는거지?
더 웃기는 건 저녁 일기에 적는 문장이다. 아주 산뜻한 마음으로 이렇게 적었다.
다행히 할 일을 모두 끝냈다
불안해 하지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보자.
스스로에게 닥칠 불행을 미리 상상하고 증폭시키지 말자
무사히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었다.
결국 충분히 하루 동안 끝낼 수 있는 일이었는데,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나는 그 일들을 머릿 속으로 거대한 바윗돌로 만들어놓고선 침대안에서 끙끙대며 짖눌려 있다는 거다. 바보, 바보 진짜!
오늘만 해도 그렇다. 주말부터 오늘 처리할 많은 일들에 대해 걱정했다. 어젯밤에는 "내일 일찍 출근해서 아침부터 달려보자!" 마음을 먹고 알람도 일찌감치 맞춰뒀다. 그래놓고는 오늘도 여지없이 9시까지 늘어지게 침대 속에서 웅크려있다가 10시에 출근을 해버렸다. 그래놓고는 엄청난 속도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 7시에 퇴근을 하고 운동까지 다녀왔다.
도대체 2시간동안 침대 속에서 난 왜 오늘 하루를 걱정하고 있었던 걸까? 이 지긋지긋한 패턴을 멈춰야겠다고 결심했다. 머리를 굴리다가 [자기 암시]를 생각해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자기 암시가 아닐까?
내일 아침에는 이 문장을 세 번 외치고 하루를 시작할 거다.
난 주어진 시간 동안 충분히 여유롭게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어.
나의 하루는 부담되는 일보다 기대되는 일로 가득할거야.
6시에 가뿐하게 퇴근하고 내 일상을 즐길거야!
일기에 이 문장을 써놓고 베개 옆에 다이어리를 두고 잘 거다. 내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이 문장을 소리내서 세 번 외칠거다. 이까짓 회사일! 미션들! 그거 별거 아니다!!!
매일 밤마다 바란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기를."
매일 아침 실패하고, 또 밤마다 바라기를 반복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침 공부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기 암시"를 해봤다. 소리내서 내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오늘 하루는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어!
어제 외친 자기암시가 효과가 있었다. 알람소리와 함께 바로 몸을 일으켰다. 7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을 챙겨먹고 나니 7시반이었다. 평소 출근하던 9시반까지 남은 2시간동안 공부를 했다.
평소 나의 아침 패턴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댓글과 좋아요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침 일기를 쓰면서 이 습관을 고쳤다. 눈 뜨자마자 확인하지는 않는다. 대신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댓글/좋아요 확인부터했다.
신기하게도 일찍 일어나 내 시간을 갖게 되니 댓글/좋아요 알림 보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시간에 쫓겨 회사 노트북을 펼쳤을 때는 일하기 싫은 마음이 커서 댓글/좋아요 알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회사원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두 시간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이 소중한 시간을 아껴서 정말 잘 쓰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11시에 공부 일기를 썼다. 오늘은 아침 8시에 쓴다. 아침부터 배운 게 정말 많아서 오늘 공부일기 주제 3개를 이미 채워버렸다.
성실함, 꾸준함, 기록의 힘
남들보다 더 공부해야 성적이 나왔던 나는 매일 매일 공부했다. 시험이 끝난 날 밤에도 독서실에 갔다. 이렇게 말하면 이를 악물고 견딘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끝내면 독서실에 가만히 앉아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독서실의 조용함, 고요한 나만의 공간에서 라디오와 함께 책장을 넘기는 촉감, 늦은 밤 공기를 가득 마시며 아파트 단지에 심어진 나무 사이를 지나 집으로 오는 길이 좋았다.
공부 계획을 세우며 스터디 플래너를 작성하는 것도 좋았다. 매일매일 그날의 to do list에 가로줄을 쫙쫙 긋는 것도 좋았다. 그저께 외운 단어를 어제도 외우고 오늘도 외우니 한결 익숙해지는 기분도 역시 좋았다.
그 순간 순간이 좋았다. 매일 감정일기를 쓰고 공부일기를 쓰는 것도 똑같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이 수고스러운 일을 해낸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 순간이 진심으로 행복하다. 삶의 진수를 이렇게 나만 맛봐도 되는 걸까? 모든 사람들이 생의 한 가운데를 통과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말한다.
일기를 쓰세요!
매일 공부를 하세요!
공부 기록을 남겨보세요!
도를 믿으세요 만큼이나 허무맹랑한 이 이야기에 조금씩 사람들이 귀 기울여주는 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