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리추얼 9월 회고
7개월 간의 공부 리추얼에서 메이트가 가장 많이 선택한 공부는 경제, 외국어, 회사 업무 였다. 세 가지 공부의 공통점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공부>라는 것.
참여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메이트의 공부 주제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경제, 외국어, 회사 업무를 공부하기 위해 왔지만 공부 습관이 붙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게 된 거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몸 구석구석을 공부하고 좋아하는 맛과 요리를 탐험한다.
자신만의 공부를 넓혀가는 메이트를 보면서 '공부'에 담긴 뜻이 궁금해졌다.
공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알던 뜻은 맞는데 공부에 담긴 뜻이 이것 밖에 없다니 이상했다. 7개월동안 메이트와 함께 경험한 공부에는 학문이나 기술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었다. 순간, '배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공부가 기술이라면 배움은 태도다. 혼자 하는 공부와 달리 함께하는 공부에서는 서로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공부를 바라보는 각자의 마음가짐, 공부를 대하는 방법, 공부를 통해 확장되는 모습 같은 것들.
배움의 뜻을 보고 나자 이것이 우리가 해온 공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공부를 통해 경험하는 학문이나 기술이 있다면 '배우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것만큼 큰 공부가 있을까? 배우는 마음이 있다면 어려운 학문이나 기술도 차근차근 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배우려는 마음 없이 '지금 필요해서'하는 공부는 어렵고 힘들다. 결과가 좋다고 해도 내 안에 뭔가가 쌓이거나 남는 기분이 적다. 시간이 지나도 남는 공부는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으로 임한 공부이다.
지난 7개월 동안 우리가 배운 <배우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봤다.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안 그래도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없던 힘까지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는 오래 가기도 힘들고 결과가 좋다고 해도 공부의 경험이 부정적으로 남는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부정적인 공부 경험이 생각나 나아가기를 주저하게 된다.
이미 우리 안에는 많은 에너지가 있다. 꼭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 3개월 넘게 함께한 메이트 성원님은 20년차 워킹맘이었다. 아이 키우며 회사 다니느라 정신없이 보낸 30대를 돌아보며 아쉬워했다. 이제라도 스스로에게 시간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성원님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기록했다.
나 또한 오랜 시간 스스로를 괴롭히던 불안과 조급함을 '행동'으로 바꾸는 경험을 자주 했다. 불안하니까 더 시도해보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여러번 체크하고 다듬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내가 기록 매니아기 된 데에는 불안과 더불어 '안 좋은 기억력'이 큰 몫을 했다.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반면, 단순 반복 작업이나 암기가 필요한 업무는 재미도 없고 성과도 안 좋았다. 무엇보다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주니어 시절 자주 위축되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만든 것이 <구조화된 기록 시스템>이었다. 단순 반복 작업은 어떻게는 시스템화 하려고 했고, 암기가 필요한 일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메모하고 모으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록과 정리에 힘을 쓰게 되었다. 처음부터 기록을 잘 하려고 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저지를 실수를 보면서 느꼈던 부끄러움과 자책이 기록 에너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있던 힘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본 것이다.
힘을 들이지 않아야 꾸준히 힘을 쓸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메이트 중에 현구 님이 있다. 현구 님의 공부는 <베토벤 평전 읽기>였다. 800쪽에 달하는 벽돌책을 매일 50쪽씩 읽겠다고 했다. 매일 공부 기록에 그날 읽은 베토벤 에피소드와 함께 좋아하는 연주 영상을 올려주시는데 음악에 대한 설명이 어찌나 맛깔나는지 당연히 음악 전공자이거나 음악 관련 종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현구님은 음악과 관련없는 일을 하는 회사원이었다. 사람들이 즐겨듣는 음악도 아니고, 전공 분야도 아닌데 이렇게나 신이 나서 베토벤을 좋아한다고 말하다니, 그 모습이 어찌나 보는 사람을 덩달아 기분 좋게 하는지. 현구 님 공부 기록이 올라올 때마다 메이트는 너나할 것 없이 댓글로 <좋아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관심 없던 사람도, 잘 모르는 사람도 뒤돌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 그 힘은 "도대체 그게 뭐길래 저렇게 좋다고 할까?" 궁금해하는 마음을 제대로 움직인다.
지난 달부터 2개월째 함께하는 메이트 자연님은 나에게 이런 칭찬을 해 주었다.
"단단님은 메이트 공부를 보고 구체적으로 딱! 맞는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냥 좋았다, 멋지다 이렇게 두루뭉실하게 표현하지 않고요. 그거 정말 재능이에요. 자긍심을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연님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메이트 기록을 볼 때 현구님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우러났던 것 같다. 진심으로 메이트의 기록이 내게도 영감이 된다. 그래서 어떤 문장이 좋았는지 이야기하고, 메이트의 기록에서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가짐을 댓글로 남긴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가졌던 "좋아하는 마음"이 전달될 수 있었던 건 "좋은 걸 좋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자연님의 칭찬이 이렇게 기억에 남는 것도 똑같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할 때, 우리에게는 놀라운 힘이 생긴다.
공부가 기술을 익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서로를 통해 얻게 되는 기술은 무엇일까?
메이트의 기록을 볼 때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점을 배운다. 똑같은 일이라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똑같은 책이라도 이렇게 읽을 수 있구나, 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 그럴 때 정말 신이 난다.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배움을 '발견' 하게 되었으니까.
서로의 배움을 인정하고 축하하고 응원하다보면 배움을 발견하는 습관이 생긴다. 소소한 깨달음의 순간에서 "아! 이거 메이트랑 공유해야지. 아! 이거 메이트분들도 좋아하시겠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
배움은 언제나 제 자리에 있었다. 그것을 바라봐줄 수 있는 능력도 우리 안에 이미 있다. 그 능력을 발휘하며 살지, 묻어둔 채 살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매일 공부하고 기록을 나누면서 그 능력을 꺼내 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팔로우하고 있는 황효진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배움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봤다. 좋은 건 좋다고 말하기 위해 냉큼 캡쳐해서 메이트들에게도 알려주었다.
이 글에서 세 가지 배움을 발견했다.
1. 매일 배움을 발견하는 것도 습관이다.
2. 반드시 큰 배움일 필요는 없다.
3. 내 배움을 이야기하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와 이야기하기 위해 여기에 온 사람들을 충분히 믿자.
가끔 공부를 열심히 해 놓고도 기록을 올리지 못했다는 메이트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들 정말 정성껏 공부하는 것 같아서 내 공부가 비교된다는 것이다. 다른 메이트가 내 공부를 별볼 일 없다고 생각할 까봐, 대충 했다고 생각할 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1시간 넘게 공부를 해놓고서도 올리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이 이야기를 꼭 전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공부하기 위해 이곳에 온 메이트를 충분히 믿어보시라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기록을 읽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쓸 수 있다고.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응원하고 함께 꾸준히 나아가기 위해 온 것이니까.
10월 공부를 시작하며 메이트에게 전한 메시지.
[밑미] 공부리추얼 신청 링크
https://www.nicetomeetme.kr/rituals/01gf9864n6qebcwr8apq5k6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