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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Dec 30. 2022

나 보려고 만든 포트폴리오

올해 회사 생활 키워드를 생각해 봤다.


#회사생활 10년 차

#3번의 이직

#4번째 회사

#이직한 지 10개월


10년쯤 일하면 나만의 전문 분야쯤은 있을 줄 알았다. 어딜 가든 내 자리 하나쯤은 굳건히 지키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하고 위태롭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


10년 차쯤 되었으면 업무 능력은 기본이고 네트워킹 역량, 리더십까지 갖추고 비즈니스 영어쯤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동안 쌓은 능력이 뭐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꼼꼼한 정리 스킬, 데이터 툴 활용력, 조금 향상된 눈치, 비즈니스와 산업에 대한 이해... 여기까지 쓰고 보니 잠깐만! 이건 3년 차 때도, 5년 차 때도, 7년 차 때도 느끼던 건데? 설마 나... 제자리걸음 중인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매년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경험과 실력과 통찰이 쌓였다는 것을 내 눈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불안감에 압도될 것만 같아서다. 연말을 돌아보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은 나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나 올해 이 만큼 일했다! 장하다! 잘했다!"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를 좀 칭찬해 보겠어?



/

이직 후 1년

이제 다시 방향을 조준할 때


새로운 회사에 오자마자 적응할 시간도 없이 업무에 투입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것도 모두 적응 과정의 일부였다. 10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긴 걸 보니 말이다.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마치고 이틀 휴가를 냈다. 연희동 카페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연말 1인 워크숍>을 진행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리스트

나는 내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내 일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내 일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지금 회사에서 더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금 회사를 재미/의미/돈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



단어와 문장을 생각나는 대로 쓰고 지우고 고치다가 몇 개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답게

#일하는

#성장

#마케터


2022 포트폴리오 타이틀과 컨셉이 이거였구나! 큰 제목과 작은 제목을 이 키워드에 맞춰 모두 바꿔보았다.



2021년 말 퍼블리와 함께 포트폴리오 아티클 콘텐츠를 만들면서 더 이상 회사 안과 밖의 나를 분리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때 만든 포트폴리오 제목은 <Connecting the Dots>였다.


Connecting the Dots
일과 일상 사이. 진짜 내 일을 연결하는 콘텐츠 커뮤니터.
고객의 탁월한 내일을 만드는 모바일 마케팅/서비스 기획자.


마음속으로는 일과 삶을 분리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회사 밖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나와 회사 안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내가 분리된 제목이었다.


올해는 더 가깝게 두 정체성을 통합했다. 프로모션 마케터로서 하는 일을 내 식대로 정의해 보자면 "더 나은 삶을 제안하기"다. 결국 나는 회사 밖에서도 안에서도 나다운 삶을 제안하고 있었던 거다. 이걸 왜 몰랐지? 왜 두 존재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했을까?


Promote Our Own Work Story
나답게 일하는 삶을 위해


새로운 포트폴리오 제목을 만들고 나니 그다음 작업이 좀 더 수월했다. 내가 하는 일을 "나다움"이라는 키워드로 분류해 봤다.


나답게 일하고 성장하는 직업인

매일 읽고 쓰는 배움 수집가

균형 있는 삶, 채소로운 에세이스트

나답게 사는 삶을 만드는 마케터


직업인, 배움 수집가, 에세이스트, 마케터. 무엇 하나 빠짐없이 10년간 내가 가장 "나답다"라고 느낀 이름들이다.



/

나답게 일하고 성장하는 직업인


나는 스스로 마케터이기 이전에 직업인이라고 느낀다. 주니어 시절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했지만 7년 차쯤부터는 누구와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가지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맡겨도 프로페셔널하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에 대한 에세이를 꾸준히 쓰는 이유도 일에 대한 좋은 태도를 갖고 싶어서다.



나답게 일하고 성장하는 직업인으로서 나의 다짐을 적었다.

내 일은 내가 키운다

내 일은 내가 알린다


가이드나 매뉴얼이 없어도, 훌륭한 선배와 레퍼런스가 없어도 남 탓하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 일은 내가 키우고 알려서 성장하기로 했다.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료들이 이 글을 보고 아니라고 말할까 봐 두렵긴 하지만 노력할게요! 더 잘할게요!


내 일을 내가 키우기 위해 해 왔던 글쓰기, 세미나, 콘텐츠 작업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는 내 일을 내가 알리기 위해 진행한 인터뷰와 세미나도 기록했다.



/

매일 읽고 쓰는 배움 수집가


밑미 덕분에 2022년에 찐-하게 발견한 키워드다. 3월부터 쭉 밑미에서 공부 리추얼을 이끌어오면서 내가 얼마나 배움 수집에 열을 올리고 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에게 공부의 의미는 내가 알던 것보다 깊고 넓었다.


공부 리추얼에서 발견한 공부 키워드

공부에서 배움으로 변화하기

내 삶에 기회를 주는 공부

배워서 써먹는 것이 공부

두려움에 맞서는 공부

좋은 삶에 대한 갈증은 나를 좋은 삶으로 이끈다.


내가 공부를 지속해 온 방법을 생각해 보니 <매일 읽고 쓰는 것>이었다. 대부분 혼자 했지만 가끔 같이 하기도 했고, 지금은 밑미에서 그 과정을 많은 메이트와 함께 하고 있다. 혼자 할 때에도 같이 할 때에도 언제나 기록을 남기고 공유했기에 그 형태는 항상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움 수집가로서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어왔는지 정리했다.

각자 또 함께, 공부하는 커뮤니티

숏폼의 시대, 긴 글을 읽고 쓰는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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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있는 삶, 채소로운 에세이스트


2021년 내 삶을 바꾼 키워드는 #채소 #에세이였다. 우연한 기회로 출판사 제안을 받게 되고 채소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그 덕분에 작가 단단으로 작게나마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매체에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일 #공부 #커리어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지만 채소 에세이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아서 유지해 두었다. 내용은 작년 포트폴리오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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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사는 삶을 만드는 마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한 키워드다. 이 키워드를 더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프로모션 포트폴리오와 온사이트 마케팅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한 해 동안 회사 안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대체로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은 '굳이 이렇게 발굴하지 않아도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안다.'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프로젝트 이름이나 결과 수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가 내 커리어에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의 커리어 여정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프로젝트를 나만의 언어로 어떻게 표현할지는 긴 고민을 거쳐서 비로소 만들어진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성과라 모든 수치를 보여줄 수는 없다. 외부에 이미 공유된 프로모션 이미지와 PR 기사, 언어화된 성과를 기재했다. 


마케터로서 2022년에 크게 두 가지 업무를 수행했다.

맥락 있는 프로모션 기획

효율적인 on-site 구좌 운영 시스템 설계


맥락 있는, 효율적인 이런 수식어를 덧붙인 이유는 내가 일하는 관점과 방향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진행했던 프로모션을 키워드 기준으로 묶어서 노션 카드로 만들었다. 카드 안에서는 프로모션 별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고, 어떤 고민과 개선을 했는지 기재했다. 




구좌 운영 시스템 설계는 회사 내부 자료여서 별도로 첨부하지는 않았다. 대신 "on-ste 구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정리한 flow chart를 덧붙였다. 회사에서 만든 성과는 회사 것이지만 회사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내 것이니까.




그 아래에는 비교적 최근인 2018~2021년 사이의 프로젝트를 노션 카드로 정리해서 붙여두었다. 작년에 작업해둔 것 그대로 두었다.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위에 2022년을 경력기술서 형태로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오!! 커리어 플랫폼에 올렸던 이력서도 모두 업데이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인크루트와 원티드에 올린 이력서를 수정해두었다. 헤드헌터들이 입을 모아 커리어 관리의 시작은 이력서 업데이트라고 하던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업로드하자마자 원티드에서 잡 오퍼를 받았다. 꽤 좋은 회사였고 이직 당시 고려했던 플랫폼이었지만 넥스트 스텝과 방향성이 달라서 수락하지 않았다.




/

5년 후, 나는?


10년 후까지 미래를 계획하기에는 너무 길고 1~2년은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가 촉박할 것 같아서 넥스트 스테이지에 들어설 시기를 5년 후로 잡았다. 5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일기장 메모를 자주 뒤적거리며 본다. 아직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는 설익어 보이는 키워드들. 그러나 가닿고 싶은 새로운 세계.


5년 후 나는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하지 말고 적으면 이루어진다던데 이렇게 적었으니까 이루어지면 좋겠다. 어느 정도 넥스트 스텝에 대한 고민이 정리되면 또 기록으로 남겨봐야지!




2022년, 수고했다 나 자신!

2023년에도 잘 부탁해.


고생하는 것, 다치는 것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힘닿는 데까지 가보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에게 도움이 안 되거나

결국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꼭 안 가도 돼.


단, 하고 싶은 일을 힘들고 어렵고 무섭다는 이유로 지레 겁먹고 도망치지만 말자.

다쳐도 안 죽어! 욕먹어도 안 죽어! 미움받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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