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거나 멋진 무언가를 봤을 때
감동적인 순간, 너무 기쁘고 기분이 좋은 순간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했을 때
마침 주문한 메뉴가 맛있고 예쁠 때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꺼내보고 싶어서
어딘가에 올려 나의 이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
SNS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하다 보면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해라.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독자는 바로 <나>입니다.
나는, 나의 일상에서 내가 만든 작은 성취와 습관, 생각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합니다.
내가 나의 일상과 나의 생각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 예쁜 사진을 올리고, 좋은 정보를 공유해도 그 영향력과 지속성이 확장될 수 없어요. 왜냐고요? 사람들은 다 알거든요. 저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일상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공유하는지, 뭔가를 얻기 위해 수단으로 하는지요.
좋아하는 마음에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어요. 누군가의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경험, 다들 한 번씩 해보셨을 거예요. 그 마음을 반대로 이용해 보는 거죠.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대개 자신의 작품을 읽을 때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우선 재미있게 읽어야 남들도 재미있게 읽는다고 말해요.
내가 좋아하는 순간, 장면, 대상, 관계는 무엇인가요?
와… 지금 이 순간 너무 좋다
와… 이 사람 너무 멋지잖아?
와… 이거 너무 영감인데?
이런 경험을 수집해 보세요. 그것이 바로 기록이 됩니다.
나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일입니다. <나>는 무엇일까요? 나는 경험과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많이 경험하고, 그 경험을 내가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는지 관찰해 보세요. 그 관찰을 사진과 글로 남겨보세요.
그 결과물이 자연스럽게 나를 알리는 포트폴리오가 되어줄 겁니다.
1일 1 포스팅을 해야 내 계정이 더 많이 노출되고 유입도 늘어난다.
뾰족한 하나의 컨셉을 잡아야 한다. 일관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이런 방식? 이런 건 보통 우리가 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잖아요. 가장 높은 숫자를 만들 수 있도록 실행 계획을 짜고, 명확한 목표와 기대효과를 설정하는 것이요. SNS에서는 회사 일하듯이 SNS를 전략적으로 키우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사 업무로 회사 SNS 계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퇴근 후 나를 SNS에 기록하려고 하잖아요. 개인 계정을 전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맞지만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지속할 수 없다면 어차피 성과를 낼 수 없겠죠.
어떻게 회사 다니면서 1일 1 포스팅을 하나요. 저는 주간 일기도 잘 못 올려서 월간 일기, 계절 일기로 퉁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SNS 운영 전략 강의를 듣고 제 계정의 가장 유입이 높은 시간대를 분석해서 그 시간에 맞추어 게시물을 업로드해보기도 하고, 매주 정해진 주기로 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얼마 못 가더라고요. 결국 지쳐요. 지치면 하기 싫고, 그럼 애써 노력했던 시간들이 흐지부지 되어 자책을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더라고요.
좀 더 솔직해져 볼까요? 우리 가끔 회사 일도 제시간에 맞춰서 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도 회사 일은 안 하면 큰일 나니까 어떻게든 안간힘을 써서 해내지만 이건 못한다고 큰일이 나지 않다 보니 전략을 아무리 잘 세워봤자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SNS 강의에서 또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말을 쓰지 말고 나의 팔로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를 잘 편집해서 전해야 한다.
이 역시 정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퇴근하고서까지 남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한다면. 여러분, 그렇게 하고 싶으세요? 전 안 하고 싶어요. 전 제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만 하고 싶은걸요. 그리고 그렇게 해 왔습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있고, 인터넷에는 물리적인 공간을 뛰어넘어 그런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두었습니다. SNS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줄 사람이 한 명쯤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업로드해야 할까요? 그냥 지금 생각나는 거요! 대신, 꾸준히 올리면서 관찰해 보는 겁니다. 아,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이런 걸 올리면 반응이 있구나. 이걸 관찰해서 빅데이터 정리하듯이 정리하고 분석해 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중간에 컨셉이 바뀔 수도 있어요. 오히려 컨셉은 바뀌는 게 정상입니다. 대부분 처음에 올렸던 소재로 인기를 얻지 않아요. 2, 3번째 시도했던 콘텐츠에서 터집니다. 저만 해도 그래요.
브런치에 처음 썼던 글은 회사 관련된 글이에요. 회사 에세이로 책을 내보고 싶어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도 여러 번 도전했는데 번번이 실패했어요. 오히려 출간으로 연결된 주제는 일기처럼 올렸던 채소 에세이였죠.
일단 올려보고 지루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바꿔도 괜찮아요. 무엇이든 일단 해봐야 어떻게 할지, 지속해야 할지 감이 옵니다.
SNS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지속가능한 나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크리에이터가 되어 퇴사하고 콘텐츠를 만들다가 공동구매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공동구매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서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공동구매를 위해 크리에이터가 되었던 걸까요? SNS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얻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만든 것일까요?
저는 이커머스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본업 자체가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수수료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이것을 지금은 회사에서 큰 규모로 여러 사람들과 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SNS 팔로워가 많은 크리에이터가 되고, 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물건을 판매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규모와 방식을 바꾼 채 일을 지속하는 셈일 겁니다. 물론 규모와 방식의 변화는 일상의 큰 변화를 가져올 테고 그 의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제가 SNS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목적이 그것이었을까요?
지금의 저는 단지 회사 밖에서 월급만큼의 돈을 벌 수 없어서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인으로서, 회사원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저는 저에게 주어진 삶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직면하고, 부딪히고, 나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글로 쓰고 강의로 만들고 있어요. 스타 크리에이터보다 영향력이 적고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온전히 저의 생각과 관점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삶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감당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반짝하는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이벤트, 하나의 맥락만 가지고는 평생을 이어나가며 전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자신만의 본진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본진’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받거나, 기분이 좋거나, 시간 여유가 생겼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무언가,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본진입니다.
저의 본진을 활동으로 보면 책 읽기, 글쓰기, 베이킹, 요가, 명상입니다. 이렇게 명확한 액션이 본진일 수도 있고요 삶의 철학이나 방식이 본진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황선우, 김하나 작가님처럼 말이에요. 두 분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로 대표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꾸준히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두 작가님처럼 저의 본진을 삶에 대한 시선으로 표현하자면 <일과 삶을 나답게 가꾸고 균형 잡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화력이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내 본진이 명확하게 있고, 스스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지속해 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본진은 나의 씨앗입니다. 씨앗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면 새로운 씨앗을 만들어 주위에 퍼뜨리잖아요. 그렇게 고대의 밀 씨앗도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옵니다. 얼마 전, 마르쉐 농부 시장에서 고대 밀 품종으로 만든 쿠키를 맛보았어요. 아주 독특한 향과 거친 질감이 특징이더라고요. 남편은 “이게 무슨 맛이야?”하고 애매한 표정을 지었지만 저에게는 하루의 기쁨으로 삼을 만큼 기분 좋은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본진을, 씨앗을 당장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단, 절대 남의 씨앗을 흉내 내거나 훔치지는 마세요. 잠깐 반짝하고 여러분을 밝혀줄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내 씨앗이 아닌 종자는 새로운 싹을 틔워내지 못합니다. 공동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거지요.
나의 본진을, 나의 씨앗을 찾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새로운 씨앗을 주위에 퍼뜨리고 싶은 아주 본질적인 마음 때문이 아닌가요? 그 과정이 너무 힘들거나 지치지 않고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주변에서 응원과 격려를 계속해서 받으면 좋겠고요. 나아가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고, 그리하여 결국 여러분 스스로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기록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SNS에 나를 기록하는 여정은 나를 찾고, 이해하고, 표현하고, 밝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자신의 안에 작고 소중한 씨앗을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진짜로 찾아 나서지는 않아요. 너무 오래 걸리고, 멀고, 지치고, 때로는 재미도 없고 시간 낭비만 하는 것 같거든요. 효율적인 것, 결과가 명확한 것 저도 좋아합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하죠? 저는 Long Risk, Long Return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SNS에 나를 기록하는 일은 긴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지만 오랜 시간을 쏟긴 해야 해요.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을수록 내가 밝힐 수 있는 반짝임은 오래 유지될 겁니다. 그만큼 나의 본진이, 나의 씨앗이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여러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싶은 만큼만 해보세요. 단, 꾸준히 오랫동안 하세요. 그렇다면 분명히 보상이 돌아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그걸 알려드릴 수 있다면 신이거나 사기꾼이겠죠.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진정한 보상은 내가 나를 알아주는 것입니다. 적어도 나를 알아주는 마음, 그 보상은 여러분께 돌아올 거예요.
그 이야기의 주인공, 여러분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