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 21회 차 / 163명 / 소중한 22%
리추얼 플랫폼 [밑미]에서
2022년 3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8년 간 총 21번의 리추얼을 리딩했다.
164명의 메이트가 참여했고
이 중 2회 이상 참여한 메이트는 34명이고
3회 이상 참여한 메이트는 16명, 10회 이상 참여한 메이트는 3명이다.
재참여 비중: 22%
한 회차 당 신규 메이트 비중: 60%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렇게 오래 커뮤니티를 리딩해보지 않아서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추측으로는 재참여 비중이 꽤 높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위의 신규 메이트 비중은 내가 리딩하는 특정 리추얼 참여가 처음이라는 것이고 밑미 플랫폼을 처음 참여해 본 유저는 회차 당 20% 미만이다.
아직 2년 미만이고, 거리두기 해제와 경기침체 등의 여러 변수가 있어서 시즌에 따른 참여자수 추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아직도 참여자수가 많은 회차와 적은 회차의 차이는 모르겠다. 그래서 늘 신청자수를 보며 마음을 졸이게 된다.
자율적인 / 비대면 / 마음 챙김 / 플랫폼
밑미에서 활동하기 전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했다. 트레바리, 한달어스, 프립에서 각각 파트너, 참여자, 모임 기획자로 활동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2019년에는 [티 테이스팅]을 주제로 공간을 빌려 개인적으로 워크샵을 기획했고, 2020년에는 동네책방 [스근한 책방]에서 독서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사람을 모아서 [함께하는 독학클럽]이라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만들었고, 그해 여름에는 같은 이름의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과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것 모두 장단점이 명확했고, 그 단점 때문에 오래 이어가기 어려웠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그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맞는 사람들이 모이고,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운영 방식을 따라야 해서 나와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운영할 때는 나를 오래 봐오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좋았지만 인원 모집부터 참가비 입금 안내와 확인, 지속적인 홍보와 관리에 드는 에너지가 커서 벅찼다.
그러던 중 밑미를 알게 되었다. 팔로우하던 인플루언서 몇 분이 계속 게시물에 밑미를 언급하길래 궁금한 마음에 참여해 봤는데, 가보니 그동안 내가 아쉬웠던 커뮤니티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플랫폼이었다. 에너지 레벨이 낮은 내향인이라 트레바리 같은 대면 독서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 번개까지 합치면 한 달에 두 번이나 대면으로 모이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밑미는 3주간의 프로그램과 시작 전 [선언미팅] 종료 후 [회고미팅]을 모두 온라인으로 한다는 게 좋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좀 더 힘을 내볼 수 있다. 밑미는 운영방식이 꽤 자율적인 플랫폼이어서, 각 리추얼 메이커 성향에 맞게 프로그램 구성을 다르게 운영할 수 있었다. 실제로 메이커로 오래 활동하며 밑미팀과 일해보니 "나는 파워 P"임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대표 하빈님 덕분에 오히려 "파워 J"인 내가 자유롭게 바꾸고 싶은 것을 제안할 수 있었다. 밑미는 다른 플랫폼보다 커뮤니티 리더인 [리추얼 메이커]의 개성과 가치를 중요시하는데 이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존중받는 만큼 더 많이 기여하고 싶어졌다.
밑미의 가장 큰 정체성은 [마음 챙김] 플랫폼이라는 거다. 어릴 적부터 내향인으로서 "나는 조금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해왔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소속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글쓰기는 그런 나의 에너지 발산 장소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하하 호호 관계 맺으며 나를 보여줄 에너지는 없지만 글을 쓰며 세상에 "내가 여기 있어요! 세상 사람들 내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라고 소리칠 에너지는 있었다. 밑미에는 꼭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대표인 하빈님은 정 반대인 사람이라는 게 늘 유쾌한 의문이지만 이곳에 모여든 사람 중 다수는 나처럼 기록과 다정하고 깊이 있는 관계에서 의미를 찾는 내향인들이었다. 반가웠다, 어디에서든 드러나지 않기에 늘 찾아다녀야 했던 우리가 이렇게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니.
하루에 밑미에 투자하는 시간은 [내 기록 남기기], [메이트 기록 읽고 댓글 달기], [단톡방에 오늘의 질문 올리기] 모두 합쳐서 하루 1.5~2시간 정도다. 비대면 모임임에도 오히려 꽤 많은 시간을 밑미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2년 가까이 매달 3주씩 말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건 내가 밑미에서 얻은 것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처음 밑미를 시작한 이유는 재택근무로 인해 무너진 아침 루틴을 되찾고 싶어서였다. 아침 명상 리추얼을 신청했고,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기록을 남기고 올렸다. 리추얼 한 달 동안 정말 매일 6시 반에 일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 좋은 리추얼에서 메이커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처음 정한 주제는 [차 tea 마시기]였다. 한창 티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면서 차 공부에 열중할 때였다. 문제는 차 마시는 루틴을 위해 돈까지 내고 리추얼에 참여하는 수요가 없었다는 것. 20명 정원에 5명이 신청했다. 밑미팀 담당자와 긴 이야기 끝에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미팅에서 나온 주제는 [공부]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매일 꾸준히 혼자 하던 리추얼이 있었다. 퇴근 후 책 읽고 글 쓰는 것, 사람들을 모아 온라인 독서 모임을 만든 것, [함께하는 독학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섬처럼 독학하던 사람들을 잇는 커뮤니티와 레터를 만든 것. 이 모든 것을 연결해 줄 키워드가 바로 [공부]였다. 혼자 하던 공부를 같이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동기부여를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더 오래 꾸준히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공부] 리추얼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선물은 따로 있었다. 랜선 너머 메이트와 매일 밤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었다.
어른이 되고 가장 아쉬운 것이 매일 친구들과 주고받던 일상 연락이 뜸해졌다는 거다. 하는 일, 사는 곳, 관심사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우리는 너무 바빠졌다. 일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다. 가족들도 들어주지 않는 시시콜콜한 나의 일상과 고민을 이야기할 시공간이 일상에서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 아쉬움을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며 풀었다. 아무도 내 글을 읽어주지 않았던 때에는 대나무숲에 소리를 지르듯 솔직한 글을 토해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내 글이 읽히기 시작하자 의도와 다른 반응을 접하기도 했다. 솔직한 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나 역시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여주고는 싶지만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 없는 내밀한 마음을 쓸 공간이 필요했다. 내가 찾은 공간은 밑미였다.
매일 밤 10시 반, 내가 사랑하게 된 시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배운 것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이자 나에게 도착한 편지 (메이트의 공부 기록)에 정성껏 답을 하는 시간이다. 어른이 된 후로 오랫동안 답장을 받고 싶었다. 혼자 답장 없는 글을 쓰며 꿈꾸던 순간이 리추얼에서 매일 밤 댓글을 달며 이루어졌다. 언젠가 선언미팅에서 이 말을 하자 메이트 이랑님은 내가 다는 긴 댓글이 답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 의미가 깊게 느껴진다고 정말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네이버 밴드를 사용하다가 2022년 11월 밑미웹이 생긴 후부터 집계된 통계를 보니 내가 메이트로 참여한 리추얼까지 합쳐서 내가 작성한 글은 320개, 남긴 댓글은 2,679개, 표현한 리액션(좋아요)은 747개다. 처음에는 한두 줄이었던 댓글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정말 편지에 답장을 하듯이 기록을 남긴 메이트의 하루를 같이 돌아보며 응원과 격려와 지지를 가득 보내고 나면 마치 내가 나에게 답장을 보낸 편지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뜨뜻해진다. 그제야 알았다. 밤마다 혼자 쓰던 편지에 가장 절절한 독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 나였다. 늘 답장 없는 편지를 썼지만 언제나 나에게 가장 다정한 답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외롭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는 밑미에서 메이트의 답장까지 한가득 받고 있으니 밤마다 기운을 가득 받고 있는 셈이다. 메이트의 고군분투 같은 하루에도 늘 나의 답장이 닿기를 바란다.
밑미를 하고 달라진 것 또 하나는 [칭찬 능력]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 자연스럽게 칭찬을 해주지 못해서 어색하게 과해지거나 표현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 와서 아쉬워했다. 밑미에서 2년 가까이 메이트에게 댓글을 달면서 "오늘은 무엇을 칭찬하고 응원하지?" 밤마다 1시간씩 고민하다 보니 부족했던 칭찬 스킬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이제는 상대가 바라는 칭찬이 무엇인지, 어떻게 칭찬해주어야 할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가득 담아 칭찬하는 것이 꽤나 쉬워졌다. 메이트 기록 중에는 자신의 마음을 길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짧게 그날 한 공부만 올리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공부 완료!" 이 한 줄에 긴 댓글을 남기려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선언미팅에서 봤던 표정과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동안의 기록을 읽어본 후 오늘 메이트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내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 그 하루에 답장을 보낸다. 이런 훈련을 반복했더니 무표정한 상대에게도 멋져요와 좋아요를 자연스럽고 기분 좋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밑미를 시작한 2022년 3월부터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메모장에 생각날 때마다 짧은 글을 남긴 적은 있지만 매일 일기를 쓴 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일기 쓰기를 시도했다. 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리추얼 메이트가 추천해 준 곽정은님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멘탈 관리에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일기], 마무리하는 [저녁 일기]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고 영상에서 소개한 일기 쓰기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 뭐가 좋은지 바로 알 수는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2년 가까이 빼먹지 않고 매일 일기를 쓴다. 심지어 지금은 점점 더 촘촘해져서 시간 단위로 쓰는 [시간 일기]까지 쓴다.
세밀하게 하루를 기록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내가 내 삶을 온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명쾌한 감각이었다. 점심에 뭐 먹었는지 뒤돌아서면 까먹던 사람이었는데 시간 단위로 나를 기록하면서 하루의 패턴, 한 달의 패턴, 계절의 패턴을 알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얕은 우울감을 반복적으로 느낀다는 것도, 밤 10시 반에는 모든 일을 해치우고 가뿐한 기분을 즐긴다는 것, 여름에는 에너지 레벨이 낮아지고 오히려 가을에 뭔가를 시작하고 시도하는 에너지가 샘솟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나를 알아갈수록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일기를 꺼내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시기의 기록을 읽는다. 반대로 힘든 시기에 좋았던 때의 기록을 읽어보면서 늘 지금처럼 우울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런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적은 그 순간의 나를 떠올리면서.
나를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은 나를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제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강형욱 훈련사는 개를 산에 풀어놓고 키우는 견주에게 "지나친 자유는 오히려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든다. 적당히 통제도 해야 삶에 규칙과 리듬이 생기고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 일상도 다르지 않다. 진정한 자유는 선명한 알아차림에서 온다. 선명한 알아차림이란 나를 온전히 파악하고 장악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려면 기억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기록해야 한다.
기록은 다시 볼 때에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기록하는 과정 자체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기록하는 그 순간 나의 감정과 활동을 편집하는 효과를 갖는다. 하루에 인간은 5만에서 7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기록은 그중 단 몇 가지의 생각만을 선택적으로 편집하는 것이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기록은 이 질문을 시시각각 나에게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반복한다는 것은 매 순간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하는 것과 같다. 이 중요한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이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하다.
밑미팀 관점에서 성공하는 커뮤니티는 뭘까 생각해 보면, 일단 사람을 잘 모아야 한다. 부지런하게 홍보할수록 신규 메이트가 늘어난다. 나의 경우에는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고 리추얼에 찾아오는 메이트가 많다. 그러나 오래가는 커뮤니티가 되려면 신규 유저보다 기존 유저가 다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티는 유형의 상품 구매와 달리 참여할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스스로를 드러내야 하기에 참여 결정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 개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인지 확신이 들어야 비로소 참여하게 되는데, 그 결정에는 기존 유저들과 오래 축적한 시간과 경험 자산이 작용한다. 밑미가 처음이라는 메이트에게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물어보면 대개 1년 넘게 밑미 레터를 구독했다거나, 주변의 좋은 친구들이 만족하며 오래 사용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말한다. 커뮤니티 주변에서 오래 지켜보다가 이만하면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찾아온 것이다. 커뮤니티는 이렇게 구매 전환에 드는 비용이 큰 구조이기 때문에 한번 들어온 유저가 오래 머물러 주어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이끌어갈 수 있다. 밑미팀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신규 메이트를 계속 확보하고, 메이커는 자신의 리추얼에 한번 온 메이트가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매력적인 리추얼 경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럼 메이커는 어떻게 매력적인 리추얼을 만들 수 있을까. 꼭 돈을 벌어야 하는 밑미팀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돈은 회사에서 벌고 밑미는 정말 "해보니 좋아서 계속하는" 메이커인 내 입장에서도, 내 리추얼이 오래 사랑받고 흥하는 리추얼이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만든 이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밑미에 오는 메이트들은 밑미팀이 아닌 메이커인 나를 통해 밑미를 경험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누군가 진심으로 즐기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효과가 있다. 동시에 메이커 혼자만 열심히 하고 메이커에게만 소중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밑미 메이트가 들어와 참여할 빈틈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적절한 빈틈의 크기와 종류가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 시간과 노력이 쌓여 말이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야 각자의 소중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또다시 투자하게 된다.
"여기 있는 메이커는 정말로 리추얼을 통해 일상을 즐기고 있네? 나도 좀 더 해보면 그럴 수 있을까? 오래된 메이트들도 자신만의 단단한 중심이 있어 보여. 그 비밀이 뭘까? 여기서 이 사람들이 서로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 같아. 나도 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연결 고리 안에 머무르고 싶어."
밑미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리추얼을 9달 연속 참여하고 "한 길만 판다 상"을 받은 메이트 채준님은 밑미 리추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으로 이렇게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분명 직접 만나는 게 아닌데도 랜선 너머로 전해지는 다정함과 따스함이 좋아요. 서로 시간과 공간이 떨어져 있는데도 티키타카가 있더라고요. 내가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면 댓글로 누가 힌트를 하나 건네주고, 그 힌트로 조금 더 나아가다 보면 또 다른 메이트 기록에서 힌트를 얻고 그래서 더 나아가고요. 지금까지는 이 과정을 혼자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할 수도 있더라고요."
다정함, 소속감, 연결감, 영감과 영혼의 티키타카.
내 리추얼은 1등 리추얼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리추얼이다.
아이돌 콘서트 예매 전쟁 부럽지 않게 번개처럼 마감되는 리추얼도 있고, 3년 넘게 이어온 리추얼도 있고, 늘 정원을 꽉꽉 채우는 리추얼, 후기가 많은 리추얼도 있다. 그중에서 내 리추얼은? 많은 사람이 몰리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9개월 연속으로 신청하는 메이트가 있는 리추얼, 7개월 이상 참여한 메이트가 7명, 그중 10개월 이상 참여한 메이트가 3명이나 되는 밀도 높게 사랑받는 리추얼이다. 찐하게 사랑받으며 이 사랑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사랑에 답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마음으로, 위풍당당하게 소개해 보겠다. 최고의 리추얼을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지.
공부친구 (비공개 비밀 마니또)
마니또를 시작하게 된 것은 모든 메이트의 기록에 댓글을 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리추얼 주제가 공부인 만큼 기록과 댓글의 길이와 깊이가 찐하다. 다 읽자니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안 읽자니 미안해서 불편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1명에게만 사랑과 관심을 주자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리추얼 시작 전 선언미팅에서 공부 친구를 점지받는다. 모두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면 눈을 뜨고 내가 랜덤으로 고른 메이트 이름 카드를 확인한다. 회고 미팅에서는 나에게 애정을 준 공부 친구가 누구였는지 맞춰보고 서로의 공부 친구를 공개한다.
메이트의 댓글
SNS 중독보다 더 심한 게 리추얼 댓글 중독이다. 어제 내가 남긴 기록을 누군가 읽었을까, 댓글을 남겼을까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밑미웹에 들어간다. 꼭 길거나 깊이 있는 댓글이 아니어도 좋다. 읽어줬다, 반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댓글을 남기지 않아도 "OO님이 읽으셨다고 해서 저도 이 책 샀어요." 라거나 "저번에 OO님이 말씀하신 앱인데" 등등 서로의 기록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속할 동기부여가 생긴다.
갠톡 방문의 날
신규 메이트가 많거나 참여가 저조한 달에는 하루 날을 잡고 모든 메이트와 개인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신규 메이트가 많으면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좋은 영상 봤는데 추천해도 될까?" 주저하게 되고 그런 마음이 모이면 분위기가 조용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공개된 장소에서 독려하는 것보다 갠톡으로 참여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묻고 "저번에 추천해 주신 책 너무 좋았다." 등등 리추얼의 일원으로서 이미 충분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온라인 독서실
각자 다른 시공간에서 공부하는 활동인만큼 가끔 시간을 맞춰 모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밤 9시부터 11시까지 웨일온 스터디에서 만났다. 음악다방 DJ처럼 몰입하기 좋은 음악을 틀어두고 신청곡도 받았다. 온라인이지만 내 옆자리에서 메이트가 같이 공부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가벼운 긴장감으로 집중이 잘 된다. 단점은 아무래도 메이트마다 공부 시간이 다르다 보니 참여 인원이 적다. 아침이나 점심, 오후, 늦은 밤이나 새벽에 공부하는 메이트가 많다. 지금은 쉬고 있는 액션인데 정원 20명이 가득 찬 달에는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메이트 기록 모음 창고
밑미는 리추얼 플랫폼인 동시에 기록 플랫폼이기도 하다. 매일 글을 써서 올리는 만큼 모아놓고 보면 기록 양이 방대하다. 촘촘하게 일상을 기록했던 만큼 나중에 "아 그때 썼던 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메이커인 나도 메이트들도 어떻게 하면 이곳에 올린 기록을 잘 정리해서 아카이빙 할 수 있을까 매번 고민한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내가 쓴 기록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아서 브런치에 [매일 배움 수집]이라는 브런치북으로 연재하고 있다. 브런치북에 실리지 못한 기록은 에버노트에 저장해 둔다. 내가 쓴 글도 정리하기 벅차지만 메이트 기록도 잘 정리해두고 싶은 마음이 크다. 메이트가 일상에서 길어 올린 문장과 감정, 장면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쉽다. 처음에는 노션 표로 정리했다가,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모았다가 지금은 다시 노션으로 돌아왔다. 매달 노션 페이지를 만들고 메이트 이름 토글 안에 짧게 문장을 채집해서 모아둔다. 메이커 개인 관점에서 좋았던 문장을 모아둔 것이지만 한 달이 지나고 쭉 모아둔 문장들 속에서 이어지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기록을 남길 때는 미처 몰랐던 [나만의 씨앗]을 누군가 정리해서 건네준 느낌이라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서로의 기록 = 영감
거인의 어깨 위에서만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고 소중한 존재인 우리, 서로의 어깨 위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내 세계를 넓힐 수 있다. 어떤 때에는 오래 고민하던 주제의 답이 메이트 기록에 쓰여 있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나만 경험한 것이 아니다. "우리 뉴런이 연결되어 있나 봐요." 라며 자주 놀라움을 공유한다. 서로의 기록에서 발견한 조각으로 완성할 수 없을 것 같던 퍼즐을 맞추는 경험을 자주 한다. 공부라는 주제로 모이는 만큼 학습과 관련된 꿀팁과 추천도 받을 수 있다. 내가 읽는 책의 대부분은 메이트 기록에서 추천받은 것이다. 영어 학습 앱, 다이어리, 기록 툴, 공부할 때 듣기 좋은 음악 등등 따로 검색하거나 강의를 듣지 않아도 메이트 기록을 읽다 보면 필요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내 앞에 온다.
[선언미팅] 첫 시작 & 공부하는 마음
선언미팅은 첫 시작, 처음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 나누며 3주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그 시작을 어떤 내용으로 구성해야 할지 계속 고민이다. 단골 메이트가 지겹지 않게 늘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고 싶지만 새로운 메이트가 어색함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친절하게 눈 맞추며 기본 소개를 반복하고 싶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의도를 모두 만족시키려다 보니 [짧은 강의] + [리추얼 참여 방법] + [메이트 자기소개] 구성이 되었다. 다행히도 다른 리추얼과 달리 주제가 공부라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안 해도 된다. 우리 모두 살아온 시간만큼 삶에서 공부를 훈련했으니까. 내가 준비하는 짧은 강의는 [공부하는 마음]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공부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나만의 공부 주제를 어떻게 찾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이 강의는 선언미팅에 오지 못한 메이트도 들을 수 있도록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린다.
[회고미팅] 15분 각자 회고 & 모여서 공유
회고미팅 역시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템플릿을 만들었다. 3주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 7개가 담겨있다. 미리 준비할 것 없이 회고미팅에서 15분 동안 음악을 들으며 바로 작성한다. 그리고 각자 이야기를 나눈다. 이 15분을 넣기 전과 후가 큰 차이가 있다. 전에는 내가 모아둔 메이트 기록을 보면서 질문 3개를 건넸다. 이 방식으로 진행할 때는 단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생각할 시간 15분을 추가하고 나니 훨씬 이야기가 풍성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3주는 꽤 긴 시간이라 잠깐이라도 기록을 보면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데, 그걸 남이 해주면 잘 와닿지 않고, 전부 혼자 하려면 잘 안 하게 된다. 회고미팅에서 15분 동안 나름의 강제성을 띄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내가 직접, 그러나 마음먹고 3주를 돌아볼 수 있어서 남는 게 더 많다. 워킹맘 메이트 한 분은 "이렇게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소중하네요. 앞으로 종종 혼자서라도 이런 시간을 가져봐야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커뮤니티가 꾸준히 성장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커뮤니티 안에서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낸 만큼 서비스받기만 해도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리추얼은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상의 장치다. 눈에 보이는 물건도 아니고 먹을 수도 되팔 수도 없다. 리추얼 커뮤니티에 얼마를 내든 누군가는 돈 아까울 수 있다. 물질보다 더 큰 보상이 있어야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은 마음이 든다. 물질보다 더 큰 보상이 뭘까? [남에게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이다. 자아실현이 욕구의 최상위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욕구 5단계 모델을 만든 매슬로우 사후에 단계가 추가되었다. 새로운 욕구 8단계 모델에서 최상위 욕구는 [자아초월 욕구]다. 나를 넘어서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이타적 욕구다. 우리 사회가 먹고 살만 해진 후 [선한 영향력]이라는 개념이 유행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커뮤니티에 쏟는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 자원을 나눠주는 것인데도 받은 게 더 많다고 말할 것이다. 밑미 메이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효능감을 전파하는 큐피드
모든 메이트가 리추얼에서 효능감을 느끼게 만들기 위해 내가 하는 역할은 사랑과 인정을 전하는 [큐피드]다. 칭찬은 직접 듣는 것도 좋지만 남의 입을 통해서 들을 때 더 기분이 좋다. 감동적인 댓글이 달렸을 때, 우리를 위해 슬쩍 올린 메이트의 응원을 봤을 때, A의 공부 기록을 B가 벤치마킹할 때, C가 반 뼘 성장하는 순간을 목도할 때, 사소한 장면까지 놓치지 않고 찾아내서 공유한다. 뿌듯함은 공유할수록 커진다.
메이커의 댓글과 인정
리추얼 메이커는 선생님도 직장 상사도 아니지만 이 공간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만드는 영향력이 큰 존재다. 이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강요할 수는 없지만 존중하고 지지하고 응원해야 할 수는 있다. 댓글을 통한 나의 인정과 지지가 메이트에게는 지속할 강력한 동기가 되어준다. 댓글은 해야 할 일, 의무, 역할 같은 게 아니다. 이 공간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존중과 사명의 마음이다. 힘은 그 무게를 알 때 제대로 쓰인다.
나는 댓글을 자주 길게 깊게 남기는 편이다. 그 밀도가 너무 높아서 보는 사람을 부담스럽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한다. 메이트의 기록에서 본인은 미처 모르는 반짝이는 가능성과 키워드를 내가 분명히 발견했는데 어떻게 알려주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단 말인가. 애매하게 좋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명확하게 전하고 싶다. 그래서 자꾸만 길어지는 답글을 쓴다. "그냥 공부한 것만 인증하는 플랫폼인 줄 알았는데 너무 소울 풀해서 처음에는 좀 놀랐어요."라고 말하는 메이트가 많다. 그게 싫다기보다는 그 온도가 낯설고 어려워서 계속할까 주저했는데, 하다 보니 공부보다 더 크게 얻은 것이 바로 그 뜨거운 인정과 지지였다고 말하는 메이트에게서 용기를 얻는다.
9개월 연속 일편단심으로 공부 리추얼에 참여한 메이트 채준님과 우연한 기회로 지난주에 만나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리추얼을 이끌어가는 메이커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추천의 말에 너무 궁금해져 매일 아침마다 30분씩 읽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우주의 신비와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책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의 딸 사샤 세이건이다. 사샤 세이건은 아버지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우주의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깊이 동의한다.
종교가 없는 내가 종교를 갖게 된다면 아마도 '사랑교'일 것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해서 남는 게 동료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면 굳이 그 귀한 시간과 노력과 감정을 쏟을 의미가 있을까?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남는 게 일상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면 그렇게 애쓰며 하루를 보낸 의미가 있을까? 여기까지 묻고 나면, 우리가 리추얼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우리처럼 작은 존재들이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경험을 나누는 것.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나의 리추얼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