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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Aug 25. 2024

회사를 나와서 요즘 하는 일들


평가 받고 돈 벌기


프리워커로 일을 하다보면 피드백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 잘해도 못해도 매달 정해진 월급이 나오는 회사와 달리 프리워커는 내가 잘한 딱 그만큼 돈을 벌수 있어서 피드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피드백을 수용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프리워커의 목표는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뾰족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서비스는 이도저도 아닌 서비스다.



건설적인 피드백인지 판단하는 질문



☑️ 피드백을 준 사람이 내 잠재 고객인가?


기록생활에 관심이 많고 이미 일상에서 기록을 실천하고 있으며 더 좋은 기록을 쌓기 위해 시간과 돈을 기꺼이 낼 수 있는 사람인가? 생활비의 5-10% 정도를 공부와 기록에 투자하는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어차피 내 서비스를 돈내고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내 잠재 고객에게 집중하자. 


☑️ 혹시 토나와 유형의 피드백인가?


토나와 유형의 사람은 부자의사 이하영 원장이 책 [나는 나의 스무살을 가장 존중한다]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행동하지 않고 말만하고 평가하는 사람”을 말한다. 


TONAWA

Talk Only No Action With Appraisal


그런 사람들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모든 면에서 높은 기준을 제시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완벽해지기보다 뾰족해지기를 원한다.


☑️ 내가 개선할 수 있는 피드백인가


맞는 말이지만 지금 내 역량으로는 도저히 개선할 수 없는 문제라 개선하다가는 시작도 못하겠다면? 일단 포기하고 그냥 하는 게 낫다. 욕좀 먹으면 어때. 나의 목표는 욕 안 먹는 게 아니라 욕 먹더라도 계속 나아가서 내가 하려던 일을 기어이 하는 것이다. 하면서 발전하면 된다. 대신 그 과정을 함께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자.


☑️ 내 단점을 보완할 피드백인가, 강점을 강화할 피드백인가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특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면 맨들맨들 두리뭉실해진다. 단점 보완하다가 강점이 희미해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내 단점은 즉흥성과 변수를 잘 허용하지 않는 것인데, 대신 강점은 원칙, 시스템, 안정감이다. 그래서 나와 비슷하게 예측 가능성 안에서 자유를 느끼는 분들이 내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가 단점 보완하겠다고 어색하게 즉흥적으로 변수를 허용하면? 나의 안정감이 좋아서 왔던 분들은 떠나고, 즉흥과 변수를 좋아하는 분들은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굳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



☑️ 하루키의 피드백 반영 원칙을 기억하자


하루키는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꼭 그 부분을 고치되 피드백 대로 고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피드백 받은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별로라는 것은 인정하되 수정의 방향성은 “하루키답게” 지키는 자세다.



응원과 지지의 피드백을 준 사람 잊지 않기


우리는 누구나 부족하고 모나고 별로인 모습이 있다. 그래서 특별하고 소중하고 손 내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서로의 구멍을 따뜻하게 바라봐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건넨 애정과 관심은 당연하지 않다. 그것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기억한다면 나의 [선택적 피드백 수용]은 나를 나에게 더 활짝 열린 세상으로 데려갈 것이다



가격은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하는 것이다.


지인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다.


"저 아는 포토그래퍼는 한 달에 딱 한 건만 일을 받아요. 대신 그 한 건의 단가 자체를 높게 책정하죠. 그 가격을 지불해가면서까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하고만 일해요. 대신 그 한 건에 정말 최선을 다한대요. 그래서 입소문은 점점 나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을 채우는데만 집중해요. 그렇게 일과 삶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더라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태도가 있을까? 돈은 내 가치의 환산값이다. 그래서 돈은 중요하고,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회사 밖에서 가격을 협상하기 시작하면 삶의 베이스라인이 무너지기 쉽다. 최저가로 입찰되기 위해 회사 밖을 나온 게 아닌데, 불안해지면 가장 먼저 건드는 게 가격이다. 그럴수록 제 값을 받아야 한다. 그 돈을 주고서라도 나를 원하는 사람에게 내 모든 것을 쏟아붓자. 그런 사람이 지금 당장 없다면 발 벗고 찾아나서고 나올 때까지 남는 시간은 나를 키우는 데 쓰자.




왜 하는지 스스로에게 명확하게 알려주기


"구독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왜 하는지 알아야 해요."


유튜버 문혜진님의 글을 보고 머리를 띵- 맞았다. 생각해보니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엄청 비싼 Dream Year 1년 이용권을 구매해 두고선 왜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  나는 유튜브를 왜 하는가?

→ 나에게 유튜브는 영상이 아니라 필름 에세이다. 내 이야기를 좀더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 우리는 모두 [고유하고 반짝이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걸 강점, 장점, 매력, 재능, 역량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만의 반짝임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불안한 마음에 자꾸만 밖을 기웃거리고 남들이 잘하는 것을 쫓아다니려고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이미 파랑새는 우리 안에 있다고, 당신은 미처 모르는 당신의 반짝임을 내가 찾아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 오프라인 기록/회고 워크샵은 왜 하는가?


→ 고유하고 반짝이는 나만의 이야기를 찾으려면 일단 기록을 [해야] 안다. 그건 영감 넘치는 영상이나 책을 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직접 해봐야 한다. 문제는 늘 실천이 어렵다는 것. 행동에 변화를 주려면 의지와 노오력이 아니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워크샵은 [같이 하게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여럿이 모여 앉아서 같이 하면 하게 된다. 유튜브에 훌륭한 요가 영상이 많지만 돈을 내고 요가원에 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선택하고 책임지는 어른 되기


회사 밖으로 나오니 [내]가 만든 제품을 [내]가 마케팅하고 [내]가 세일즈하고 [내]가 피드백도 관리하고, 이 모든 시스템을 기획하고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했다.


회사 다닐 때와 가장 다른 점은 세상에 탓할 대상이 오직 [나] 뿐이라는 것이다. 제품이 별로라 마케팅이 효과 없다는 불평도, 마케팅이 부족해서 좋은 제품이 묻힌다는 비난도 할 수 없다. 물러설 곳이 없다. 모든 것은 내 책임 안에 있으니까.


심지어 지금 내 제품은 판매 난이도 최상의 무형상품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당장 효과가 있는지 알수도 없는 [생각]을 판다.


고백하자면, 회사에 다닐 때 나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일했다. 도망칠 구멍을 만들어두고 숨어다녔다. 내가 만든 제품이 아니라 영혼을 다해 팔 수 없다고 변명했다. 타고난 마케터가 아니라서 이 길이 안 맞다고 생각했다.


회사 밖에서 내 일을 찾겠다는 선언이 무색할 만큼 회사 밖에서 일하려면 일을 하는 시간 만큼 나를 알리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8시간 일하면 4시간 글쓰고 세미나 프로그램을 만들고 4시간 홍보글을 쓰고 SNS를 관리하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세상 천지에 탓할 게 나밖에 없는] 지금이 좋다.

단지 회사원에서 프리워커가 된 것 뿐인데 세상이 완전히 다른 시공간이 되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좋다" "이 문장 수집하자."가 아니라 에필로그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목차는 어떻게 구성하는지, 마케팅 띠지에는 어떤 정보를 넣는지 보게 되었다. 


평소에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의 썸네일과 제목을 소비자의 시선이 아니라 생산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은 나를 [세상의 소비자]에 머물러있도록 했다.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콘텐츠도, 배움도, 관계도 돈 주고 사면 그만이었다. 월급이 끊긴 후,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 하면 이걸 내 일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일과 삶의 진정한 화해가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크리에이터들을 보고 자주 부끄러운 생각을 했다. "저 사람 말하는 거 보면 내용도 깊지 않은 것 같은데 팔로워가 왜 이렇게 많아? 쳇!!"


지금은 그들의 무엇이 사람들에게 가닿았는지,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누구와 만나서 무엇을 하는지 분석한다. 그들의 경쾌한 모습 뒤에는 수많은 고민과 정제의 과정이 있었다.


소비자는 [행동하지 않고 평가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자주 세상을 소비자의 태도로 살았을까. 회사 밖에서의 삶은 생산자일 수 밖에 없다. 생산자는 [평가할 시간에 행동하고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36살. 삶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넘어가기에 딱 적당한 시기다. 이제 어디를 가도 어리지 않다. 피할 수 없는 어른의 시기다. 어른이란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나는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내 선택을 온전히, 즐겁게, 묵묵히 책임지는 어른의 삶으로 넘어가자.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공부


나는 공부하는 것이 취미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나에게 적용해보고, 아주 조금씩이라고 나를 바꾸어나가는 것이 너무 너무 재미있다. 공부가 나에게는 유튜브나 드라마보다 더 강렬한 도파민이다. 공부하는 거 늘 짜릿해 새로워 재밌어!!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 잘 옮기고 싶고, 또 반대로 글쓰기를 통해 내 생각을 잘 정제하고 싶어서 글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 방식대로 기본은 독학이고 필요한 부분은 책과 강의로 추가 학습한다.


나의 한계를 만났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 [문제 상황]에서 [과제]를 도출하고 그것을 [프로젝트]로 해결한다.



글쓰기 실력 키우기 프로젝트


☑️ 생각력 키우기


많이 쓰고 많이 고치고 많이 보여주기. 악플, 무플, 욕 먹는 것까지 공부다. 많이 쓰는 것은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많이 고치고 보여주는 것은 두려워했다. 글은 고치면서 늘고, 생각은 욕 먹으면서 확장된다. 비난을 수용하라는 게 아니라 다른 해석이 가능함을 인정하는 것.


☑️ 문장력 키우기


영어 출판 번역 입문 강의를 수강 중이다. 글쓰기에 왠 번역...? 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번역은 영어 실력만큼이나 국어 실력이 중요한 일이다. 


나는 나의 무대가 10년쯤 후에는 세계가 될 거라고 믿어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번역 공부는 영어 공부에 국어 공부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번역 수업 과제로 한효석 선생님의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를 일주일에 2절씩 읽고 문제를 푼다.


☑️ 어휘력 키우기


단행본 원고 집필하면서 스스로 가장 경악했던 것이 [빈약한 어휘력]이었다. 왜 이렇게 같은 단어만 쓰는 거야? 내가 밈, 짤, 유행어를 안 쓰는 이유도 바로 어휘력 때문이다. 헐/대박/기존쎄 이런 말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생각을 적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실종]된다. 그야말로 언어의 상실!


단어 수집 노트를 쓴다. 책을 읽으면서 아리송한 단어를 만나면 사전을 찾아 적는다. 글을 쓰다가 계속 같은 어휘만 쓴다면 유사어를 찾아서 수집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


"하고 싶은 것만 하던 그때의 제가 위선적으로 느껴졌어요."


스토리젠터 채자영님의 말하기 강의에서 이 말을 듣고 다들 얼굴에 큰 물음표를 띄웠다. 위선이라고요?!! 시간이 촉박해서 더 질문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강의가 마무리되었다. 그후로 계속 자영님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과 [위선]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걸까?


오늘 유튜버 문혜진님과의 만남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만 했어요. 하기 싫은 일, 나와 맞지 않는 일은 안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나의 재능이 잘 쓰일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내가 좀 힘들고,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도 해요. 단 한명이라도 나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해요."


이거였다. 해야 하는 일은 [나를 필요로 하는 일]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 이기도 하다. 내가 세상에서 잘 쓰일 수 있는데도 그 일이 재미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안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선]일까. [나]만을 위한 선이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은 [세상]의 입장에서는 선이 아니었다.


채자영님의 말이 맞았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멋져보이고 싶은 마음은 [위선]이었다. 혜진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소위 [어그로]라고 말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배려]라는 것을 크게 깨달은 날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현과 에피소드로 감싸서 쉽고 편리하게 전해주는 것, 그것을 사람들은 어그로라고 말한다. 눌러서 볼 꺼면서, 다시 와서 볼 꺼면서 왜 이런 식으로 주의를 끄냐고 불평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위선] 아닐까.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삶보다 더 좋은 삶이 있다. 세상을 위해, 타인을 위해, 단 한 사람을 위해 필요한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삶. "하고 싶은 일 다 해볼꺼야!!"를 외치며 호기롭게 퇴사했지만, 회사 밖에서 내가 배운 것은 하고 싶은 것만 하지는 않는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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