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푸꾸옥 여행 1.
뜨거운 햇볕, 끝없이 펼쳐진 해변,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코 끝까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무언가를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은 그런 곳으로.
일 년에 한 번은 여행을 가자는 이제 막 남편이 된 철이와 나는 베트남 푸꾸옥(phu quoc, 푸꿕)으로 떠났다.
4월 초.
새벽 동트기 시작한 시간에 도착한 푸꾸옥 공항은 어쩌면 휴양지라고 하기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파리의 샤르드골 공항이 파리라는 그 명성에 비하면 더 실망스러운 점을 감안한다면 평범한 곳이었다. 새벽 비행기는 생각 이상으로 피로했다. 다행히 평일날 떠난 여행이라 빈자리가 많았지만 직항이라는 장점을 빼고 저가항공기를 5시간 이상 타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거다. 우리는 새벽에 도착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투어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해 준 가이드를 따라 한 호텔에 갔다. 일단 편하게 몸을 펴고 자는 것이 필요했다. 퉁퉁 부은 다리, 얼굴이며 도무지 잠을 자지 않고서는 나아질 수 없는 상태였다. 호텔에 누워 한숨 자고, 조식을 먹고 마사지를 받고 예약한 리조트로 가는 것이 우리의 그날 오전 일정이었다.
푸꾸옥은 공사 중이었다. 우리가 처음 마주한 풍경은 동트는 새벽녘이라 어슴푸레 하지만 새벽에 내린 비로 조금은 습한 비 냄새를 품고 여기저기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섬의 거의 중간쯤에 자리한 공항은 위로 가든 아래로 가든 일정 정도 푸른 나무와 쭉 뻗은 도로, 비좁긴 해도 일렬로 쭉 뻗은 길을 따라가는 길이 대부분이었다. 점점 해가 올라올수록 아, 여기 동남아지 라고 느낄 만큼 더워지면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스파를 받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예약한 리조트로 가기 전까지 우리는 건물들 사이에 쌓여 있어서 도무지 여행을 온 것이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내다본 바깥 풍경은 무질서 속에서 평화롭게 아침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전해만 들었던 오토바이들의 질주 역시 시작되고 있었다. 방지턱도 없고 신호도 없는 푸꾸옥의 도로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달렸고 앞 뒤 양 옆에 막혀 있는 택시 안의 그것도 뒷자리에 앉아있는 나만 불안해하고 있었다. 앞의 오토바이와 부딪힐까, 저기를 어떻게 피해 가지 하면서 말이다.
겨우겨우 리조트에 도착해서야 한숨을 돌렸다. 체크인을 기다리고 바로 이 리조트가 독점하고 있는 해변으로 나갔다. 선셋으로 유명 하던 이 해변은 리조트가 생기면서 투숙객에게만 제공되는 해변으로 변했다고 한다. 일부 아직 여행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해변 끄트머리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푸꾸옥은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여행 오기 시작했고 우리가 간 리조트는 생긴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었고 여전히 리조트와 호텔 등이 지어지고 있었다. 특별한 교통편이 없는 관계로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곳이기에 길거리든 어디든 택시는 차고 넘쳤다. 시내라고 여겨지는 푸꾸옥 여행자 거리(쯔엉동 타운)를 제외하고는 먹거리를 찾기 역시 쉽지 않은 상태였다. 어떤 여행을 원하느냐에 따라 리조트 위치가 참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이었다.
청정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는 푸꾸옥에 여러 리조트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해변들을 독점하고 있고 내가 묵고 있는 곳을 제외하고 다른 해변을 가려면 리조트가 있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난개발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이 머물고 사람이 오가는 곳이 되어버린 이상 청정자연이라는 것이 얼마큼 지켜질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제주도가 생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꾸옥은 가능성이 아주 많은 곳이었고 너무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었다. 해변은 매일 다른 색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었으며 가는 곳곳마다 우거진 숲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푸꾸옥을 다녀와서 사람들이 어땠냐고 묻는 말에 나는 답했다.
"가려면 지금 가라고." 참 이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낮은 물가에 따라 리조트나 고급 호텔도 가격이 타 지역 휴양지보다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불편함이 남아있지만 편해진다고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복잡한 마음이 드는 곳이었다. 그러나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임은 변함없다.
다음 편에
비행편 : 비엣젯 새벽 1시 45분 출발 - > 푸꾸옥 새벽 5시 45분경 도착 (직항)
모닝투어 : 호텔 -> 조식 -> 스파 일정 / 네이버 <푸빠사> 카페 통해 예약
숙박 : 퓨전 리조트 푸꾸옥 (푸꾸옥 공항에서 택시로 40여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