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흥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느새 내 글은 지난 아쉬움 혹은 미지근한 후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털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일터. 조금은 게을러졌지만 한 장의 서투른 그림과 잡념을 또 찌끄린다. 그러므로 나는 작은 한 발 또는 큰 반 발 나아갈 수 있겠지 하면서.
어렸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기타를 들고 있던 나는 단 한 줄도 튕길 줄 몰랐지만 모습만큼은 어린 천재 기타리스트 같이....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 하던 막연한 마음은 내가 음치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줬고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집으로 오시던 피아노 선생님은 나의 게으름에 포기를 자처하셨다. 음악시간 과제로 나오는 것 중에 음계가 많은 악기들, 리코더, 피아노 같은 건 포기하기 일쑤였지만 단소, 탬버린과 같은 간단히 할 수 있는 것들은 곧잘 했다. 그래서였을까.
내 안에 흥이 있다고 믿었다. 춤을 좋아했고 음치여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으며 장기자랑 무대를 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무대체질인 것과 춤, 악기 다루는 거, 노래 부르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내가 춤을 힘으로 춰왔다는 것을 알았고 노래는 이미 느낌으로만 불렀다. 악기는 몸만 성장한 탓에 아픈 손가락을 빌미 삼아 쉬이 때려치우기 십상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다음 생에는 음악가로 태어나고 싶다. 이번 생은 어차피 듣는 자로서 끝날 것이니.... 그런데 흥을 잃었다.
워크맨부터 시디플레이어, 엠디, 엠피쓰리 플레이어, 이어 팟,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늘 들었다. 살랑살랑 때로는 격렬하게, 나이트도 춤을 추러 갔었다. 그런 나는 지금은 흥이 없다. 술을 마셔야만 민망함을 감추고 흔들 뿐, 그마저도 이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더 마셔야 하나 싶다가도 이제 내 관절이 근육이 더 이상 기억하는 리듬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운동이든 뭐든 몸으로 하는 것에는 리듬이 필요한데, 모든 것이 꽉 막힌 사람처럼 삐걱대고 리듬을 탈 수가 없다.
정말 나는 궁금하다. 단순히 이것을 나이 탓으로 돌리고 싶지만은 않다. 티브이를 보며 나오는 댄스를 대부분 따라 하던, 음치이지만 박치는 아닌 나는 어디에 갔을까.
이번 생은 음악을 듣기만 해야 한다고 해도 몸은 내 것인데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다음 생에 음악가로 태어난다 한 들..... 리듬을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