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시콜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미 Dec 06. 2021

외로운 사내

[도시를 떠나고 싶은 이유들]

그와 통화를 하던 중에 그는 말했다.

"다 담배 피고 올라가네. 혼자 펴야 되네."

어? 나는 순간 생각이 멈췄다. 방금 전까지 서로 일과 안부에 대해서 공유하지 않는 동료에 대한 이야기에 덧붙여 따라온 말이었다. 생각이 순간 멈춘 이유는 가슴이 철렁했기 때문이다.

외로운 거구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낼 만큼 이해하고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어쭙잖게 그 마음에 대해 이야기 꺼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외로운 거였다. 오랜 시간을 곁에서 지켜봤지만 그에게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결핍, 외로움이 있다. 그의 속사정이야 말로 정말로 그의 것이기 때문에 한 번 듣고 난 후론 함부로 언급하지도 모든 걸 속사정과 연결시키지도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외로움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산다. 누군가 아, 외롭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때, 조금은 의아하고 너무 당연한 감정을 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다. 당연히 외롭지. 이유라면 이유는 너무 많다. 성장배경에서 오는 결핍 등과 연결 짓지 않아도 인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외롭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조차 자신의 마음을 등지고 살거나 모른 척 할 때도 있고, 소외하거나 외면하기도 하는데 그러니 자신조차도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수 없으니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누군가가 나를 미치도록 사랑해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감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그저 원래 있던 감정이다. 원래 존재하는 감정.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결핍과 짝을 지어 몸집을 부풀린 채로 들어앉아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결핍이나 다른 것들과는 달리 독보적으로 자리를 차지한 채로 있기도 한다.

원래 있는 외로움이라는 녀석이 어떤 감정과 짝을 짓고, 어떤 감정 덕분에 크거나 작아지면서 크기와 형태를 바꿔가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날 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분노, 집착, 두려움, 공포 등과 같은 힘든 마음과 더 쉽게 한 패를 먹는다.


나를 돌볼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역할을 하게 되는 외로움이 그 날, 그에게서 그의 입에서 튀어 나왔을 때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은 두려웠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을 그가 더 가여웠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과 사는 외로운 사내는 어쩌면 모든 감정이 외로움으로 귀결되고 다양한 형태로 그를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을 그리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