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시콜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미 Dec 06. 2021

마스크 속으로 숨은 나

모든 책임을 코로나로 돌리는 졸렬함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 건 누구나 알고 있고, 매일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지켜본다.

작년 초에는 눈 뜨면 늘어나는 감염자의 수 때문에 매일 핸드폰으로 제일 먼저 지역, 감염자 수 등을 살펴봤다. 코로나19 관련 전시장에서 근무하면서 매일 같이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코로나 관련 뉴스 영상과 사진을 봤고, 그만둔 지금에도 당시 한 영상에서 나오던 노랫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2년 여의 시간을 버텼고, 그중 작년 2020년은 내게 너무나도 힘든 해였다. 하지만 다른 면에선 코로나19가 웃프게도 방패가 되어주기도 했다.

방패. 누군가와의 사이를 적당히 거리 둘 수 있게 해 주었던 방패, 집순이가 되어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나를 억지로 밖으로 내몰지 않아도 되었던 방패,

나뿐만 아니라 누구도 이 상황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만남과 이별, 연민, 사랑, 등등 관계 속에서 때로는 해석하기 어려워 복잡했던 마음들을 미룰 수 있었던 시간.

그러나 미뤄두었던 것들은 언제든 한꺼번에 다시 돌아온다.

위드 코로나로 일상 회복을 앞두고, ‘믿을 수 없다, 충분한 임상실험이 되어 있지 않다, 어떤 부작용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뤄두었던 백신을 맞고 나서,

나는 어쩌면 코로나 때문에 숨어 있거나 강제로 한쪽에 치워버린 감정이 이렇게 튀어나올 줄 알았을까.

아니면 꾹꾹 누르고 참았던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이 코로나로 인해 숨겨질 수 있었는데 폭발한 거라고, 감염병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는 걸까.

사소한 나의 감정과 관계 안에서의 상처, 다툼, 미움마저도 코로나를 핑계로 회피하려는 것은 아닐까.

책임을 돌리고, 감정을 회피하고, 나를 돌보지 않고 미뤄뒀던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 버린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때의 우리가 마스크 속에 숨긴 말들이 그대로 사라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