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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미 Feb 16. 2016

조금이라도 덜 불행해지기 위한 삶

행복에 대한 역설(?)

비가 오면서 쌀쌀한 공기가 몸 속으로 퍼져들던 어스름한 저녁이었다. 바다를 보러 왔지만 비가 싫고 더욱이나 바람과 함께 섞여 사선으로 쏟아지는 모습은 짜증을 부르는 날씨다. 그래서 우린 바다가 보이는 카페 창가 구석에 자릴 잡았다.

오는 내내 떠들었던 탓에 지쳐 있었지만 따뜻한 차 한잔에 녹아진 입은 다시 서로를 향해 수없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행복에 대해서 물었다. 그녀가.

그 단어를 떠올려보거나 가슴 뛰게 느껴 본 적이 있던가를 생각하던 찰나, 왜 행복해져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행복론과 관련된 책들은 비움을 강조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소소함을 알아야 한다하며 각박한 천민자본주의 사회 안의 우리에게 도 닦으란 식의 이야기들 뿐이다. 한때는 나도 그러한 이야기들을 읽고 자기반성을 하며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의 나는 그 각박한 삶을 알아서 행복에 대한 반문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괴롭게 집중했던 "행복해야한다." 라는 것에 관한 것이다.


행복이란 것이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다. 그 말은 곧 어느 누구도 자신의 행복의 잣대로 다른 이의 행복에 대해 묻거나 판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녀가 더 이상 아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미 아프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적절한. 아니 어줍지 않은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고 빗방울도 내 정수리로만 떨어졌다. 같은 처마 아래 서 있는데도 유달리 자꾸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전혀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점점 나 역시 행복이 뭔데? 라는 질문을 하기 직전이었다. 대뜸 뱉어진 나온 말.

"조금이라도 덜 불행해지기 위해 살자."


그래. 지금 불행하든 그렇지 않든. 행복이라는 내게는 먼 것만 같은 그것보단. 낫겠다 싶었다.


조금이라도 덜 불행해지려 한다면 오히려 사소함에 더 행복해질지도 모른다는 역설을 가진 채로.

우리는 다시 각자의 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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