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최근에 본 최신(?) 영화 한 편 올립니다.
봄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볍게 체크 재킷 하나 입고 상암동으로 향했어요. 아직 감기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터라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찬 공기가 여전해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 오후 2시에 어울리는 개봉 영화는 없었어요. 하지만 보려고 했던 영화가 마침 적절한 시간에 상영을 준비하고 있었네요.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2016)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레베카 퍼거슨, 에밀리 블런트, 루크 에반스, 헤일리 베넷
개봉 미국
소설 원작이 있다는 영화들에 대한 기대치는 낮다. 물론 소설 자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접근성이 쉬운 영화부터 봤다.
주연 배우들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기억에 남아 있었던 배우는 레베카 퍼거슨정도.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섹시한 저 여자배우 누구지 했었는데 바로 이번 영화에서 주연 안나 역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이었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카락 때문에 못 알아볼 뻔 했지만.
주연으로 나오는 에밀리블런트(레이첼 역)는 이번 영화를 통해 기억될 만하다고 느꼈다.
배우들의 연기 빼고는 사실 반전과 스릴이 넘친다고 할 순 없는 영화였다. <나를 찾아줘>가 줬던 반전과 이유모를 통쾌함, 긴장감에 비하면 영화의 플롯은 단순해 보인다. 전혀 관계 없을 같던 레이첼, 매건, 안나가 서로를 아는 사이라는 것부터 시작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영화 말미에서 범인으로 나타난 사람이 의외라면 조금 의외일 수 있겠지만 그 외엔 자존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남자로부터 상처받고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버린 여자 주인공 셋이라 불편하기 그지없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이첼은 매일 같은 열차, 같은 칸에 앉아 자신이 살았던 곳을 훔쳐본다. 처음엔 자신의 삶과 달라 보이는 겉모습인 옆옆집 여자를 보는 걸로 시작해 알고보니 그 옆옆집에 살았던 여자가 레이첼이었다. 영화는 레이첼이 보는 것과는 다른 속 사정을 가지고 있는 매건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알코올 중독인 레이첼은 어느 금요일 만취한 상태로 그들이 사는 동네로 간다. 전날 여지없이 탄 기차 안에서 그녀가 목격한 매건의 외도(?)에 대해 그녀는 흥분상태다. 기억이 사라진다. 그리고 매건이 사라진다. 그녀는 매건의 남편과 함께 중요한 용의자, 목격자가 된다. 경찰마저도 알코올 중독자이며 전 남편인 톰에게 자꾸 전화를 걸고 아내인 안나가 그녀를 두려워한다는 것 등의 정황들 때문에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급기야 매건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의 친구인 척 매건의 남편에게 접근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만 간다. 매건의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은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되며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 선상에 오른다.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때론 진심보다는 잘 짜여진 거짓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골똘히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 어떤 내용으로 관객을 설득하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진심은 어찌보면 논리라기보다는 감정 그 자체인 경우가 많아 순간적으로 그 감정에 감동하지만 뒤돌아 따져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더 많기도 한 것 같다. 차라리 잘 짜여진 거짓이 상황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며 상태를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
진심이 외면 받는 사회에 익숙해져가나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 이런 의미로 나를 설득 시킨다.
결론적으로 드러난 범인은 의외이면서도 의외스럽지 않다고 할까. 드러나는 단서는 전부 레이첼의 기억에 의존되어 있어 그녀가 지난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이 재편성된 것임을 알고 용기 있게 범인을 찾아간다.
단 한명도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에서 나는 '임신' '아이' '육아'라는 여성 고유의 능력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끔 만든다. 주인공인 레이첼은 자신의 알코올 중독과 필름 끊김 현상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부터 라고 말한다. 그리고 전 남편인 톰은 안나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으며 안나는 일을 하지 않고 육아에만 전념한다. 매건은 자신의 아이를 본의 아니게 죽게 만든 상처가 있어 임신을 꺼려하고 있다. 누구는 가졌고 가질 수 없고 가지고 싶지 않은 각기 다른 세 여성의 모습은 그로부터 다른 형태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잘 설득되지 않는 영화를 각기 주인공의 상황들로만으로 보기엔 참 껄끄럽고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