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탄은 없을 줄 알았다. 정말로...
24년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 나는 그 사람과 총 두 번의 헤어짐을 겪었고 “재회가 웬 말이냐”라는 제목으로 4편의 글을 썼다. 이혼 이후의 삶을 기록하고 싶어 시작한 나의 브런치 스토리에 그의 지분은 늘어만 갔다. 글감을 부여해 준 그에게 고맙기도 하고..
1. 소위 애 딸린 이혼녀에게 연애란_사랑은 날 무력하게 해
2. 소위 애 딸린 이혼녀에게 연애란_화려한 식탁 위에 흩어지는 낱말들
3. 재회가 웬 말이냐_사랑과 이별은 언제까지 해야 할까
4. 재회가 웬 말이냐_헤어져서 유독 힘들었던 건 마음껏 슬퍼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5. 재회가 웬 말이냐_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고
6. 재회가 웬 말이냐_오빠, 이번엔 꼭 먼저 결혼해
오빠, 이번엔 꼭 먼저 결혼해를 마지막으로 나는 24년의 겨울을 몽클레르 패딩점퍼와 무사히 지나왔으며 25년의 겨울도 꽤나 잘 보내고 있었다.
한 사람이 떠나갔지만 그와 함께 보냈던 시간 속에서 "뭐지?" 하는 의뭉스러운 감정을 깡그리 모아 그의 편으로 보낸 덕분인지 나는 전보다 잠도 잘 잤고 덜어낸 만큼 꽉 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왜 진작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간간히 들었다.
문제를 회피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는 그 때문에 두 번씩이나 차이는(이 말 밖에는 달리 쓸 말이 없다.) 상황을 떠오르면 아주 괘씸하기도 했다.
유치하지만 하나님께 한 번 연락이라도 오게 해달라고 살짝 기도도 했던 것 같다.
어느덧 만 3개월이 지나고 있던 어느 날 새벽..
고요한 적막을 깨고 휴대폰이 드륵드륵 흔들리고 있었다.
번호를 보니 그였다.. 순간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 여보세요? " 나는 굉장히 퉁명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
그런데 말없이 그냥 끊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몇 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술에 취한 목소리..
술에 취해서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상황..
이론적으로 익히 많이 들어서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하나님의 응답이구나라고 생각을 해보니 그의 해명을 듣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수화기를 귀에 바짝 대었다.
" 제이야.... 보고 싶다..."
" 뭐 하는 거야? 어디야?"
" 가족들하고 집에서 술 마시고 너무 보고 싶어서 연락하는 거야.. 네가 그랬잖아.. 오빠랑 마시는 와인이 제일 맛있고 그렇다고.. 오빠도 그래. 지난번 양양 여행도 너무 좋았고.. "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던 우리 관계에서 눈치를 자주 보며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쏟아냈다. 묵묵히 들어주고 알고 있고 이해한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이제야.. 이렇게 까지 하고 나서야 이해를 받아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금 너한테 가도 돼? 지금 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