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와인은 역시 프로방스!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로제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선분홍색을 띠는 로제와인은 쨍한 햇볕아래서 부담 없이 한잔 하기에 딱이다. 향이 강하지 않아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리고 특히 맛이 강한 한국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로제와인 하면 바로 프로방스를 빼놓을 수 없다. 프로방스에서 만들어지는 와인 중 75%가 로제와인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로제와인 브랜드로는 대표적으로 Chateau Minuty, Chateau de Bernes, Peyrassol 등등이 있고 프로방스에서 나온 와인들은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 Côtes de Provence라고 와인 생산지 마크가 쓰여있기에 프로방스 와인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로컬들이 추천하는 프로방스에서 로제와인으로 제일 유명한 지역은 Bandol이다. 수많은 프로방스 로제와인 중 안전하게 고르고 싶으면 방돌지역에서 난 와인을 고르면 된다.
이번 여름 프로방스 갔을 때 내 취향에 딱 맞는 로제와인을 발견했다.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로제와인이었는데 너무 달지도 않고, 맛과 향이 subtle 하고 색조차도 우아한 티피컬 프로방스 로제와인이었다.
“이건 어디 와이너리 와인이에요? C’est un très bon vin!”
”이거 Chateau Miraval이라고 브래드 피트가 소유한 와이너리 거야. “
“브래드 피트요???!!!! 미국인 배우가 프랑스에서 만든 와인이네요? ”
물론 브래드 피트가 직접 손으로 포도를 따서 만드는 건 아니고 현지 프랑스인들이 다 만드는 거지만 그래도 왠지 이상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게 제일 좋은 와인이라고 하지만 내 와인 취향은 대대손손 내려오는 전통 있는 와이너리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브래드 피트네 와이너리에서 만든 할리우드 스타일이었다니.. 생각해 보니 Champaign (상파뉴) 지역에 놀러 갔을 때도 로컬한테 좋다고 추천받은 Cattier 샴페인도 Jay-Z가 소유하고 있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샤토 미라발은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Châteauneuf-de-Pape’ 지역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프랑스 와인 메이커 Perrins Family가 브래드피트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샤토 미라발이 위치한 Correns이라는 작은 마을은 프로방스에서 첫 번째 Bio 방식으로(오가닉) 와인을 만든 동네이기도 했다. 심지어 ’르 피가로‘ 매거진에서 올해의 베스트 프로방스 로제와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밑의 그림 참조). 물론 와인 종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대중적인 로제와인인 ‘Studio by Miraval’ 은 15유로 안팎의 저렴한 가격이다.
이날 이후 나는 샤토 미라발 로제와인의 팬이 됐다. 와인가게에서 보일 때마다 몇 병씩 사서 쟁여놓고 사람들과 즐긴다. 브래드 피트가 소유한 와이너리에 나온 와인이라고 미리 알고 마셨으면 마시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선입견을 갖았을 것이지만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나에게 맞는 와인을 발견하니 그 기쁨은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