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빙 Dec 26. 2023

[사색] 간극과 중용

230620


삶이 무난히 흘러간다.


별다른 고난도 성공도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무난한 삶이 좋은 삶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글쎄 내 경우에는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계속해서 성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런 압박을 느낀다. 압박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할지 모르겠으나, 등이 떠밀리는 이 느낌을 압박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삶을 이상과 현실의 사분면에 놓고 본다면,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고들 한다. 나는 어쨌거나 이상이 낮은 사람은 아니다. 성공욕도 있고, 승부욕도 있다. 남들에게 뒤처지는 그 기분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래서 노력을 해왔고, 다행이게도 그러한 노력들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여러 가지 상황들에 의해, 혹은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면서 나의 현실들이 나의 이상에 발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 같다. 그러니까 그전까지는 노력을 해서 내 기준치의 턱끝까지는 겨우 박차고 올라가는 상황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노력을 해도 내가 원하는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때 행복해지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삶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곤 했다. 고민 끝에 그 방법은 원하는 것을 갖거나 혹은 기준을 낮추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에 삶의 어느 부분들은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놓음으로써 삶에 대한 만족감이 올라간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나의 기준 때문에 나는 아직도 삶에 불만족하며 살아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에 100% 만족하기란 어려운 것을 나도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머리로 아는 것과, 내 가슴이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일이지 않은가. 결국 높은 내 이상과, 그에 발맞추지 못하는 나의 현실의 간극으로 인해 나는 어떠한 종류의 불행을 겪고 있지 않음에도 스스로 자처하여 내 삶을 불행으로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간극을 채우기가 어렵다. 열등감과 부족함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글쎄 그러한 원동력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성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과연 만족스럽고 행복할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너무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낸 것들에 대해서는 이상한 고집과 위태함을 가지게 됨을 느꼈다. 더 날카롭게 예민하게 반응하게 됨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그다지 유쾌한 느낌을 아님을 느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기대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별달리 바라지 않고 만족하면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말처럼 쉽지 않음을 알아간다. 이미 타고난 사고방식 자체에 박혀버린 어떠한 사고체계를 나의 의지로 바꾼다는 일은 쉽지 않다.




 이래나 저래나 결국 삶에는 정답이 없다. 어떠한 정답을 찾았다고 느낀다면 그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낀다. 삶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언제나 중용이기를 나는 바란다. 결국 어떠한 곳으로 치우친 것은 정답이 될 수 없음을 느낀다. 인생은 끊임없는 흔들림이다. 끊임없이 영점을 조절하는 일이다. 나를 알아가고, 나라는 사람에 맞게 어떠한 삶의 방식들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영점을 맞추는 일. 그래서 인생이 어려운가 보다. 가만히 있으면 결코 삶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흔들리고 나만의 세밀한 영점을, 정답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