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해석의 문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by 백설공주

기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일이 있었다.


예약된 치과에서 전화가 왔다.

보통은 의사 사정으로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인데, 오늘은 뜻밖에도 예약을 두 시간 앞으로 댕기자고 했다. 이민 23년 만에 처음이다. 덕분에 며칠간의 고민이 단숨에 정리가 되었다.

매월 넷째 주 수요일 저녁에 모임이 하나 있다. 일상과 일정의 중심인 두 개의 모임 중 하나이다. 시작하고 십육 년이 되어 가는 사이에 두 자릿수가 넘었던 머릿수가 반토막에 반토막이 되어서 세 명이 남았다. 회계와 정모 공지를 도맡게 되었는데 날짜와 요일이 헷갈릴 때도 있지만 뭐....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모임이 안되는데, 내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날이 종종 있다.

지난주 화요일이다. 수요일 모임 공지를 해야 하는데 그전 주일날부터 아프던 어깨가 더 아프고 날씨가 춥기 시작했다. 피곤에다 감기가 덮칠 것만 같은 사흘을 보냈다. 그렇다면 또 우는 소리를 하는 수밖에.
이러해서 이번 주 화요일로 바꾸었다. 회원 한 분이 수요일에 한국을 가신다니 이제는 빼박인데, 주말에 안내 문자가 떴다. 화요일 오후 3시 45분에 치과 예약 확인 건이었다.

얼마 전부터 매사에 천천히, 작게 하는 매일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하루에 수영장과 그 외 한건만, 하는 일상이 자리가 잡혔는데, 오후에 몰린 세건의 일상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지만 오리무중. 하는 수가 없어서 시간을 바꾸어서 오후 1시에 만나자고 얘기가 되었다. 급한 불을 꺼니라고 껐는데 더 복잡해졌다. 오전에 수영장을 갔다가, 점심 먹고, 모임 가고, 집에 와서 양치질하고, 치과 간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내게는 역부족, 점역은 언제 묵나.

이럴 때 기도한다. 지혜를 주십사고, 눈에 보이는 무엇에는 관심이 차고 넘치지만 기도의 품목은 안된다. 보이지 않는 무엇, 단연 지혜이다. 사고는 내가 했는데 수습이 가, 불가 불문 그 방법밖에 없다.

기도하고 잠깐 잊고 있는데 치과에서 전화가 왔다. 이름이 뜨길래 고개가 갸웃했지만 내용이 반가웠다.
내 예약이 내일 3시 45분인데, 2시에 예약한 손님이 취소를 했노라고. 혹시라도 2시에 올 수 있겠느냐고. 와이 낫!!!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
바로 단톡방에 알리고, 3시에 만나기로 했다. 세 번이나 바꾸고 바꾸었지만 무사히 모임을 갖게 되었다.

이걸 갖고 나와 같은 예수쟁이들이 종종 아전인수격 얘기를 잘한다. 나를 위해서 온 우주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식으로. 어려서도 앞뒤가 안 맞다 싶었지만 채널을 돌린 지 오래되었다.

나는, 누군가 2시 예약을 취소해야 할 사정이 있었다. 클리닉의 입장에서는 비게 된 자리가 아까웠다. 살펴봤더니 가까운 곳에 사는, 은퇴자인 오랜 고객에게 한번 물어나 보자, 였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시공을 초월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다고 믿는다, 이다. 나는 내가 할 일 즉, 형편과 사정이 그러함에 지혜를 구했다..

바라기는 예약을 취소한 분에게는 별 큰일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내가 시간을 바꿀 수 있었음에 다른 몇 분에게, 나에게 그랬듯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같이한 회원들께는, 혹시 병원에서 예약을 앞으로 당기자는 그런 콜 있었느냐고 묻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NONE!


잊지 말 것은, 감사와 함께 앞으로는 이런 형편이 되지 않도록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