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와 오후 4시 사이, 나는 어디에 있나요

사회적 쓸모를 증명하고 싶은 어느 엄마의 기록

by 멜리멜랑

오전 9시와 오후 4시 사이, 나는 어디에 있나요




아이를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돌아온 현관문 앞. 왁자지껄하던 공기가 빠져나간 집안에는 낯선 정적이 내려앉습니다.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아이가 돌아올 오후 4시까지, 나에게는 7시간이라는 자유가 주어집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꿀맛 같은 자유'라고 부릅니다. 저 역시 그 시간 동안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흐트러진 집안을 정돈하고, 정성껏 남편의 점심을 차리고,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글을 적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저는 참 성실하고, 충분히 행복한 일상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빈칸이 있습니다.


9시와 4시 사이, 세상은 치열하게 돌아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내는데, 나는 이 고요한 거실 한복판에서 ‘경계인’처럼 서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내로, 엄마로 누군가를 보조하는 역할에는 익숙해졌지만, 정작 ‘나’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온전히 몰입해본 적이 언제였나 싶어 문득 공허해집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또는 재우고 난 뒤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적습니다. 기록으로 시작한 글이 소소한 광고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쫓는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수익은 조금 생겼을지 몰라도, 정작 ‘나’라는 에너지는 의미 없이 소모되고 있었습니다.


에너지가 넘쳐서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닙니다. 내조와 육아만으로도 에너지는 늘 바닥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소모된 에너지가 나를 채워주는 ‘성취의 도파민’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 저는 저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나중의 내가 오늘을 돌아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시간이 흘러 오늘을 돌아볼 때, 더 도전하지 않았던 오늘을 후회하게 될까 봐 겁이 났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그때의 나는 왜 더 몰입하지 않았니?”라는 원망 섞인 질문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미안해지는 일, 그것만은 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작은 다짐을 적어봅니다. 거창한 성공은 아닐지라도, 나의 사회적 쓸모를 스스로 증명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운동강사로서 타인의 몸을 돌보는 전문가로, 동시에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무언가에 깊게 몰입하는 한 인간으로 살아가 보려 합니다.


이 글은 완벽하지 않은 엄마의 서툴지만 진솔한 마음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시각, 텅 빈 거실에서 “나는 어디에 있나”를 고민하고 있을 또 다른 당신에게 작은 불꽃이 되길 바랍니다.


행복한 일상에 안주하기보다, 여전히 성취에 배고픈 나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나의 9시와 4시 사이를 이제는 ‘나’의 공간으로도 채워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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