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날이 있다. 나를 스치고 가는 바람 한 올, 한 올이,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가, 눈을 괴롭히는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지나는 이들의 몸짓 하나, 눈짓 하나가.
그 모든 게 마치 삼각형처럼 내 주위를, 아니 어쩌면 내 깊숙한 곳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돈다.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힌다. 마치 출구 없는 핀볼처럼 계속. 원인 척하는 그 삼각형이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무언가는 찢어지고, 또 다른 무언가는 흐른다. 그렇게 원인 척하던 삼각형은 삼각형이었던 원이 된다.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언젠가는 삼각형이었고, 칼이었고, 상처였던 그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으며 내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하고 고요하게.
더 이상 흔적을 남기지 않는 원은 여전히 끝없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자신만의 길을 만든다. 부딪히고 또 부딪혀 조금씩 작아지고 단단해진다.
그렇게 하나, 둘, 열, 스물, 백. 눈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원은 더 큰 세상을 움직인다.
겨울이 지나고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또다시 겨울.
어느 봄은 조금 더 춥고,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우며, 가을에도 그 열기는 가실 줄 모른다. 그러나 언제고 겨울은 온다.
모든 걸 새하얗게 덮는 고요한 겨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