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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리 Jan 02. 2020

책리뷰 <내 시간 우선 생활습관>

완벽주의를 빙자한 미루기 쟁이들 이리 오세요 최소 전치 8주 보장합니다.



즐거운 계획이 나를 행동하게 하는 ‘내 시간 우선 생활습관’
닐 피오레 지음  /  김진희 옮김
청림 출판

올 한 해 나의 바이블이 되어줄 책   (5.0/5.0)





 지난 연말, 친구와 강연을 들으러 한남동에 있는 스틸북스에 갔었다. 강연이 끝나고 난 뒤, 너무너무 사랑하는 내 친구님께서 나에게 책을 한 권 선물해주겠다고 하셔서! 서가를 구경하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나의 책 구매 리스트에 있었지만, 어쩐지 내가 다 아는 뻔한 얘기 일 것만 같아서 구매하지 않았던 책. 닐 피오레의 ‘내 시간 우선 생활습관’이라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물 받은 날 바로 읽어 내려간 뒤 책한테 아주 ‘뼈를 맞았다.’ 거의 책이 나를 후드려 팼다. 팩트 폭격기 같으니라고...


후드려 맞은 다음 책 선물해준 친구, 그리고 나와 성향이 비슷한 친구에게 카톡함^^;


 이 책의 뒷 표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만약 당신이,

#회의나 약속 시간에 툭하면 늦는다면?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정작 지금의 목표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늘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어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면?
#우선순위가 낮은 일을 할 때도 완벽을 기한다면?
#할 일이 끊임없이 많아 인생을 달성할 수 없는 의무의 연속이라고 느낀다면?
#삶을 효율적으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책에는 없었지만, 내가 셀프로 이 문항들로 점수(5점 척도)를 매겨 보겠다.

 - 타인과의 약속은 늦지 않는 편이다. (1점)

 - 눈 앞의 목표보다 다른 계획을 생각하는 일이 잦고, 생각이 많다. (4점)

 - 할 일이 많은데 쉬고 있다는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쉴 때도 편히 쉬지 못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5점)

 - 우선순위가 낮은데도, 낮음을 알고 있는데도! 쓸데없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5점)

 - 할 일이 끊임없이 많다는 중압감이 있다. 인생에 회의까지 느끼진 않지만 가끔 막막하기도 하다. (3점)

 - 완전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5점)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셀프 점수를 한 번 매겨 보기를 바란다. 나는 30점 만점에 23점이다. 비 생산적이며, 비 효율적이고, 쓸데없는 부분에서 완벽을 추구하느라 미루기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태라는 말! 사실 이건 그 전에도 스스로 무겁게 느끼고 있는 고민거리였다. 생각이 많고, 계획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행동이 느린 나. 물론 어떤 일은 충분한 생각과 꼼꼼한 계획이 필요한 일들도 있지만, 분명 중요한 일에는 ‘적당한 때’와 ‘시작하는 용기’ 그리고 ‘마무리 해 내는 끈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완벽히 해 낼 자신이 없으면 미루거나 외면하거나, 혹은 끙끙 앓으며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이었다.




59p 일을 미루는 습관은 습득한 것이므로 반대로 말하면 없앨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일을 미루는 습관은 고통스럽고 박탈감이 느껴지는 일에서부터 벗어나는 방편이자, 보상의 역할을 해왔다.

63p 일을 미루는 이유보다 일을 미루게 되는 과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신의 부정적 행동 양상을 파악해 긍정적인 습관을 기르도록 자신을 다잡는데 활용할 수 있다.

90p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건네는 모호한 말, 이를테면 ‘해야 하긴 하는데 하기는 싫어. 그들이 시킨 일이라 해야 해’와 같은 말은 희생자와 저항, 스트레스, 혼동이 담긴 말이다. 일을 해내는 사람이 일을 미루는 사람과 가장 큰 차이점은 ‘선택’과 ‘선택하는 일’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내가 선택해’, ‘내가 결정해’, 또는 ‘내가 할게’라는 말은 결과에 대한 분명한 책임과 함께 자신의 힘을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게 해 준다.

95p ‘원래 달랐어야 해’라는 말은 상상 속의 이상적 상태와 현재의 부정적 현실을 비교하는 말이다. / ‘원래 그 정도쯤은 해야지’라는 말은 상상 속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미래와 지금의 상태를 비교하는 말이다. 온종일 ‘원래 이래야 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보면 이 생각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략) 좌절감을 심어주는 말이다. (중략) 십중팔구 우리는 이런 말을 많이 사용하는 데서 오는 부담감이나 피해 의식, 실패한 기분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일을 미루거나 시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습관이 끔찍이도 싫었지만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고쳐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다고, 고칠 수 없는 거라고 여겼지만, 그것이 주는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힘들어했었다. 그런데 책에서 “일을 미루는 습관은 습득한 것이므로, 반대로 말하면 없앨 수도 있다.”는 구절을 읽자마자 약간 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 이건 그냥 습관인 건데 당연히 습득할 수 있었으면 거꾸로 버릴 수도 있는 건데 내가 너무 쉽게 포기했구나 싶었다. 이 못된 습관이 내 인생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왔던 거다.


 일을 미루는 이유보다 일을 미루게 되는 과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와 닿았다. 나는 내가 일을 미루는 이유를 아주 정확히 잘 알고 있다.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고, 아직 조금 더 자료를 찾아봐야 할 것 같고, 아직 완벽히 해 낼 자신이 없어서다. 그래서 ‘아직’ 시작하고 싶지 않아 미루는 것이다. 이유를 알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많은 동기부여 책이나 명언들과는 다르게 이 문제는 이유를 아주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해결하지 못하던 난제였다. 그런데 저자는 일을 미루게 되는 과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일을 미룰 때, ‘일 미루기 일지’를 쓰라고 조언했다. 당장 책을 읽는 도중에도 미루고 있던 일들이 몇 개 있었다. 핸드폰을 열어 메모장에 책에 나와있는 양식대로 미루기 일지를 써봤다. 날짜와 우선순위(A, B, C/일의 중요도), 미룬 일에 대한 생각과 느낌, 일을 미룬 변명, 일을 미룬 대신 취한 행동, 일을 미룬 대신 취한 행동을 하고 나서 드는 생각을 순서대로 적었다. 그렇게 하고 보니 내가 일을 미루는 패턴과 감정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이를 미루는지 글자로 적어보고 나니, 반대로 어떤 생각이 들면 혹은 어떤 생각을 하면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떠올랐다.




 112p

일을 미루는 사람과 일을 해내는 사람

‘해야 해’ >>> ‘선택하겠어’
‘반드시 끝내야 해 ‘ >>> ‘언제 시작할까?’
‘이 일은 크고 중요한 일이야’ >>>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차근차근하면 돼’
‘반드시 완벽해야 해’ >>> ‘인간이니 실수할 수도 있어’
‘나는 놀 시간도 없어’ >>> ‘놀 시간을 꼭 내야지’


 책을 읽고 플래너에 이 부분을 적어 넣었다. 나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반드시 끝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언제 시작할지를 정하면 된다. 크고 중요한 일 같아 보이지만, 작게 쪼개서 한 부분 한 부분을 완성시켜 나가면 되는 일일 뿐이다. 반드시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인간이고,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니 당연히 실수할 수도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 또다시 하면 된다. 나는 놀 시간도 없지 않다. 할 일도 하고, 여가 시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다섯 가지만 적어 넣었는데도 약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간 플래너에는 늘 할 일의 마감일자만 적어 넣었었는데, 시작일과 소요 예상 시간을 함께 적어 넣었다. 이때부터 시작하면 충분하다는 암시를 주기 위해서다. 중요한 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기억하려 애쓰며 플래너의 할 일 목록표를 수정했다. 크게 보이던 일들은 최대한 잘게 할 일을 나누어 체크리스트를 짰다.

 하다보니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피아노 학원에 가면 사과나 나비 같은 작은 아이콘들이 그려진 손바닥 만한 노트를 줬었다. 일렬로 세워진 아이콘들은 그날 한 번 피아노를 칠 때마다 하나씩 색칠할 수 있었다. 손을 뚱땅뚱땅 움직여 하농 한 곡을 한 번 연주하면 사과 하나를 색칠할 수 있었다. 열 개의 사과를 다 채우고 연습실 문을 열고 선생님을 부르던 때, 나는 얼마나 뿌듯해했었는지! 그때를 떠올리며 체크리스트마다 작은 동그라미를 목록의 숫자만큼 그려 넣었다. 하나를 달성하면 색칠해 채워 넣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동글동글하게.




158p ‘한 걸음 더 갈 수 있다’라고 외치며, 당장 내디딜 수 있는 한 걸음에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다.

159p ‘일을 한다’는 것은 준비를 하거나 남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들여 끝마친다는 뜻이라고 엄격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중략) 일을 하는 것에는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만 할지, 일단 시작한 일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지, 아니면 아예 시작도 안 하고 꿈지럭대며 차일피일 미룰지의 선택만 남아 있을 뿐이다.

181p 우리가 할 일은 정시에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할 일’ 목록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바로 ‘다음에는 언제 시작할까?’이다. ‘끝마치는 것’에 집중했던 생각에서 벗어나 모든 생각을 언제, 어디서, 무엇을 ‘시작하는 것’에 집중하자.


 책을 선물 받은 뒤,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이후로 모든 일정표를 ‘시작 시간’ 기준으로 짜고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플래너에 “[제안서 만들기] 수요일 오후 5시 까지”라고 쓰고, 일정관리 앱에도 마감시간인 5시를 체크했다면, 지금은 “[제안서 만들기] 월요일 오후 2시부터”라고 기록한다. 물론 마감 기한도 괄호 안에 표기 해 둔다. 일정관리 앱에는 시작 시간과 중간 지점, 마감 기한의 3가지 시간에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 둔다. (*사용하는 앱은 투두이스트.) 시작 시간만 기록한 것인데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다섯 시까지만 하면 되잖아... 하는 마음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4시쯤부터 스트레스를 받아하며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면, 지금은 2시부터 바로 일을 시작한다. 그때가 시작하기로 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예정했던 마감 시간보다 일이 훨씬 빨리 마감되면 기분도 홀가분하다. 시간이 많이 남으면 한 번쯤 더 검토해 보기도 한다. 많은 노고를 들일 필요가 없는 일이라면 과감히 마감하기도 한다.


 작은 습관 하나만 바꿨는데도,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물론 아직도 미루는 습관이 잔뜩 남아 있고, 오늘도 한 건의 미루기 일지를 썼다. 오늘은 시간이 있었는데도 도저히 하기 싫은 일이 하나 있었다. 이런 날에는 미루기 일지를 쓰고, 일지를 썼는데도 할 마음이 들지 않으면 딱 하루 혹은 반나절 미룰 수 있게끔 내 스스로 기준을 정했다. 나는 오늘 하나의 일을 미루기로 선택했고, 내일은 ‘시작’할 것이다.


나의 미루기 병은 책 한 번으로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올 한 해 동안은 월 말에 월간 피드백을 할 때마다 후루룩 넘겨 읽어 보려고 한다. 미루는 습관 때문에 힘들거나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나는 미루는 사람이 아니라, 해 내는 사람임을 나 자신에게 보여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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