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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리 Jan 19. 2023

고마웠던 2022에게

2023은 더 고마울거야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노래에 따르면 우리우리 기준의 새해는 오지 않았으므로 2022년의 회고를 적어본다. 왜냐하면 지금은 금요일이고 급한일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퇴근까지 두 시간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늘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그렇듯, 정말 오랜만의 새 글이다.


1. 지난 2022년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우순풍조"였다. 따사로운 햇살과 적당한 바람 적기에 내리는 비로 적셔지는 매일들이었다. 사주에 따르면 나는 여름 풀꽃의 뱀이라는데, 안정적으로 지지해 뿌리를 내릴 내 땅이 있어야 비로소 설 수 있게 된단다. 고마운 오빠. 오빠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아둥바둥 하는 마음이 없어도 삶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오빠 옆에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여기에 콕 박혀서 매년 졌다가 또 피어나야지. 어김없이.


2. 상반기에는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기획서를 쓰고 운영 실무를 하는데 시즌을 제외하곤 업무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 아주 안정적인 9to6 생활을 거의 처음으로 해보는 중. 가끔 외부 일정이 있으면 대낮의 햇살을 받으며 퇴근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일로 엄청나게 성공하고 싶은 사람인줄 알고 살았는데.. 틀렸다. 나는 그냥 뭐든 배우면서 살 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서 행복하고, 쏟아지는 신산업 보고서를 읽어도 행복하고, 하다못해 잡다한 업무 스킬이 늘어나도 행복한 사람. 어제보다 오늘 뭘 하나라도 더 알게 되면 행복한 애. 그게 나였다.


3.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언젠가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진짜 갈 거라면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대학원은 그냥 다니면 정말 평이하게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자존심이 또 그건 허락하지 않았다. 그 돈을 내고 다니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대충 할 수가 없었다. 오빠가 모든 스케줄을 나에게 맞춰준 덕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무사히 1학기를 종료했고 성적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벌써 논문이 두렵지만, 그래도 뭐 어떡해? 해내야지!


4. 마음이 평화로운 한 해였다. 예민하고 날카롭고 예의없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다가 동글동글한 자갈밭에 굴러들어왔다. 어쩌면 여기서 가장 모난 돌은 나일지도..! 이 둥글둥글한 사람들이 꽤나 소중해서 나는 옴짝달싹 하지 않고 아주 얌전히 있으려 노력중이다. 모난 나의 뒤척임에 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나의 아주 가까운 사람 다섯명의 평균이 나라는데..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요즘의 나는 꽤나 괜찮은 사람인가봐.


5.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6월부터 꾸준히 1:1로 수업을 받고 있는데 몸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엉망진창이었던 터라 아주 천천히 나아지고 있는 중. 나보다 댓살은 어린 선생님께 배우고 있는데, 엇.. 아니 배운다는 표현은 사실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50분을 보내고 있는데"가 더 적절한 것 같네. 여하튼 선생님이 정말 열정적이셔서 여러 모로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는 운동이다. 허리가 한동안 계속 아팠었는데 확실히 허리 통증이 사라졌고, 글을 적다 보니 깨달았는데 목과 어깨도 최근엔 한 번도 결린적이 없다. 필라테스 정말정말정말 추천.


6. SSG가 우승했다! 아드레날린이 넘쳐 흐르는 가을이었다. 직관하고 싶어서 코시 예매 전쟁을 뚫고 딱 1차전과 4차전 예매에 성공했다. 1차전은 부산에 출장가느라 예매를 취소했지만 4차전은 대학원 수업도 째고(!) 직관하러 갔는데 딱 1차전 4차전만 졌다. 내가 예매한 경기만 지는 바람에 내년 가을엔 예매를 하지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물론 내년 가을에도 당연히 우리가 코시 갈거니까! 한국야구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그리고 퍼펙트 이닝. 잊지 못할 2022년의 가을!


7. god 완전체 콘서트! 2018년 겨울 이후에 4년 만의 콘서트. 묘하게도 2018년의 SK 우승 후 god 콘서트에 갔던 기억이 겹쳐지면서 4년 주기로 찾아오는 덕질 풍년인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오빠랑 같이 가서 나란히 하늘색 풍선이 들어있는 응원봉을 흔들며 3시간 동안 노래를 열창했다. 내가 좋아하는 오빠랑 내가 좋아했던 오빠들을 보는 기분이란.. 40대와 50대에 접어든 내 오빠들은 여전히 멋있고 여전히 완벽했다. 사고치지 않고 이때까지 무사해줘서 고마워.. 라는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까지 적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미팅에 불려갔다가 퇴근을 했고, 한 주가 지나 목요일이 되었다. (ㅋㅋㅋ)

얼레벌레 적은 곳 만큼만 올려보는 2022회고. 내일은 설연휴 전날이라 휴무! 설연휴엔 꼭 2023 계획을 세우자⚡


그림 같았던 봄의 노을


좋은 날 함께 했던 여름의 우리


가을날의 학교 냥이


너무 행복했던 겨울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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