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하면 2020년 마지막 주에 끝나요!
2020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1년은 52주. 오늘은 2020년의 스물일곱 번째 주다.
2020년의 상반기엔 코로나 말고 도대체 무엇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새해가 시작할 때엔 나름의 계획도 꼼꼼하게 세웠고, 1월 한 달 동안은 굉장히 알차게 살았던 것 같은데! 설 연휴가 지나고 갑작스레 찾아온 말도 안 되는 손님 덕에 거의 모든 계획이 와르르 무너졌다.
에이, 설마, 좀 있으면 끝나겠지 생각했던 이 못된 방문객은 벌써 5개월 넘게 불법 체류 중이다. 절친한 친구도 말없이 찾아와 반년씩 우리 집에 얹혀살고 있으면 화가 날 것 같은데, 얘는 도대체 언제쯤 사라져 주실 생각인지. 별 대책도 없이 매주 공적 마스크를 사 모으다 보니 벌써 반년이 흘렀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여름휴가를 기대하며 모으기 시작했던 26주 적금이 어느덧 5주 만을 남겨놓고 있다. 1월 첫 주에 시작했으면 더 딱 떨어지고 좋았을 것을.. 카카오 뱅크의 26주 적금을 처음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26이란 숫자를 보고도 별 생각이 없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적금이 몇 주차 정도 되었나 살펴보다가 알게 된 거다. 26이면 반년, 어? 이거 두 번 하면 1년 딱 되네?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플래너를 꺼내 27주 차 월요일에 표시를 해 넣었다. 그게 5월 정도였는데 또 금방 시간이 지나 오늘이 되었더라. 매일의 하루는 비슷비슷 한데 어쩜 시간은 이렇게나 빨리 흐르는지.
아침 출근길, 두 개의 26주 적금을 더 넣었다. 이제 한 번만 더 26주가 지나면 52주짜리 한 해가 끝난다. 한 주 한 주 또 시간을 모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만든 두 개의 적금 통장. 올 초에도 1월 첫 주부터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나는 뭐든 딱 떨어지는 게 좋다. 딱 떨어지는 거, 내가 그려놓은 네모난 칸에 해 냈다는 의미로 체크 표시를 해 넣는 거, 그리고 스티커나 스탬프 따위를 정해진 칸 안에 모아 넣는 거. 전부 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일들. 내 무딘 삶에 활력소를 주는 소소한 이벤트다.
매주 자동이체로 소액의 돈이 빠져나가고 나면, 내가 고른 귀여운 카카오프렌즈가 26개의 의자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는다. 쪼르륵 귀여운 것들이 자리를 채워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시간의 흐름 따위가 느껴진다. 어느 날엔 한 일도 없이 지나간 한 주에 대한 조급증이 나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꽉 채워 산 168시간이 주는 만족감에 뿌듯함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냥 지나가면 또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는 채 지나갈 26주의 시간이다. 한 주 한 주 자리를 채워 나가는 귀여운 것들을 보면서 내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매주 한 번은 꼭 생각해야지 다짐! 꼭 맞게 들어앉은 스물여섯 개의 자리를 지나서 또 한 살 더 먹을 준비를 잘해 둬야지.